번역문과 원문 올해의 실패에 마음이 놀라 쓸쓸한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네 계룡산 겹겹 구름에 산의 푸른 빛이 묻혔고 금강의 층층 파도에 차가운 소리가 울리네 온갖 마귀 나를 괴롭혀 내 운명이 궁해지고 모든 일이 어그러져 이번 삶이 개탄스럽네 북쪽으로 집을 향해 겨우 눈길 보내는데 저물녘 비바람에 돌아가는 길이 어둑하네 썩은 선비 과거에 떨어져 정신이 놀라고 출세를 기약했건만 또 이루지 못했네 계룡산에는 낙엽 시들어 바위가 보이고 웅진(熊津)에는 바람 급해 파도 소리가 철썩인다 주머니 속의 시초는 천 편이나 많은데 거울 보니 센털이 양 살쩍에 돋아났네 여윈 말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 발만 구르더니 황혼에서야 목주(木州)로 가는 길에 오른다네 今年落魄客心驚 금년락백객심경 孤館通宵夢不成 고관통소몽..
번 역 문 내가 풍악산에 유람 갔을 때이다. 하루는 혼자 깊은 골짜기로 몇 리쯤 걸어 들어가다가 작은 암자 하나를 만났는데, 가사를 입은 노승이 반듯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내가 말했다. “불가의 묘처는 유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왜 굳이 유가를 버리고 불가에서 찾으십니까?” “유가에도 마음이 부처라는 말이 있습니까?” “맹자가 성선을 논할 때 반드시 요순을 말씀하셨지요. 이것이 ‘마음이 부처’라는 말과 무어 다르겠소. 다만 우리 유가의 이치가 현실적일 뿐이오.” 노승이 수긍하지 않고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비색비공(非色非空)은 무슨 말이오?” “이 또한 지나간 경계입니다.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것은 색입니까. 공입니까?” “비색비공은 진..
번역문과 원문 우리 선비들에게 가장 절실한 공부는 오직 하학下學입니다. … 이는 입으로 말해줄 수 없고 모두 실제로 힘써 공부하여 그 진위를 체험해야 합니다. 吾儒着緊用工, 專在下學. … 此不可以口傳, 都在着實用力, 以驗其眞僞. 오유착긴용공, 전재하학. … 차불가이구전, 도재착실용력, 이험기진위. -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권8 「황이수에게 답하다[答黃耳叟書]」 해 설 순암(順菴) 안정복이 72세 되던 해(1783년), 자신에게 간절히 공부의 방법을 묻는 제자 황이수(黃耳叟)에게 보낸 답장에서 한 말이다. 황이수는 황덕길(黃德吉, 1750~1827)이다. 그는 형인 황덕일(黃德壹)과 같이 안정복에게 배웠고, 형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순암의 정갈한 순암연보를 작성하기도..
번 역 문 Ⅰ. 경상우도 병마우후(兵馬虞候) 이용순(李容純)이 다음과 같은 장계를 올렸다. “이달(1월) 24일 자시[子時 밤 11시~1시]에 병마절도사(병사로 약칭)가 거처하는 동헌(東軒)에 불이 나서 병사 이인달(李仁達)이 불길 속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병사가 차는 밀부(密符)와 병부(兵符)는 옆방에 있던 통인(通引) 김쌍윤(金雙胤)이 챙겨서 갖고 나와 본영의 대솔군관(帶率軍官) 이현모(李顯謨)가 와서 전하므로 잘 받았고, 밀부는 군관 유현(柳眴)에게 주어서 올려보냈습니다. 병사가 사용하던 인신[印信 관인(官印)]과 3개 진(鎭) 영장(營將)의 병부(兵符) 왼짝[左隻]과 소속 31개 고을 병부의 왼짝은 남강(南江)에서 건졌고, 옛날에 쓰던 인신, 유서(諭書), 절월(節鉞), 각 창고의 열쇠는 모두 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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