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문과 원문 잡는 데는 적절한 도구가 있고, 먹는 데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取之有其具 食之有其時 취지유기구 식지유기시 - 이색(李穡, 1328〜1396), 『목은집(牧隱集)』2권 「어은기(漁隱記)」 * 목은집(牧隱集)은 고려후기 학자 이색의 시가와 산문을 엮은 시문집. 55권 24책. 목판본. 1404년(태종 4) 아들 종선(宗善)에 의해 간행되었다. 해 설 이색의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아들로, 1653년 예부시(禮部試)에 장원하였다. 그해 가을 진봉사(進奉使) 서장관(書狀官) 자격으로 원(元)에 갔다가 이듬해 원의 과거에도 합격하였다.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조선 초기 많은 관리들이 그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어은기..

번 역 문 현판마다 꼭꼭 “정가로 판매합니다.”, “물건 좋고 값은 쌉니다.”, “단골고객을 속이지 않습니다.”, “어린애도 영감도 속을 일 없습니다.”라는 따위 말을 써서 전포 밖에 세워놓았다. 현판을 세우지 못한 집은 하다못해 판자 위에라도 써서 처마 끝에 매달았다가 밤이면 거두어들인다. 또 널판지 위에 파는 물건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 전포 앞에 걸어둔 곳도 있다. 대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편한 것은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그리기에 불편한 것은 글자로 쓴 것이다. 담뱃대, 부채, 가죽장화 등속은 별도로 엄청 큰 모조품을 만들어 건물 밖에 걸어두었다. 행상들이 지나가자 나귀가 대열을 이루고 수레바퀴가 서로 부딪혀 온 길에 가득하고 들녘을 가릴 판이었다. 곡식을 담는 포대는 모두 면으로 만든 포대..

번역 및 원본 마구간이 불타 죽는 것보다 더 심한 화이니 제 명을 다 산 것이라면 죽은들 누가 슬퍼하랴 그저 첩첩산중 향한 원망 깊고 아직도 성근 울타리엔 핏자국 남아있네 늙은 암말은 그리움 속에 홀로 남았고 바깥의 거위는 밤에 울어 경보함이 더뎠어라 어이하면 사나운 범을 베어다 가죽 깔고 누워 이 마음 통쾌히 할까 禍甚於焚廐 화심어분구 天年死孰悲 천년사숙비 寃深只疊嶂 원심지첩장 血在尙疎籬 혈재상소리 老㹀依風獨 로자의풍독 寒鵝警夜遲 한아경야지 何由斬白額 하유참백액 快意寢其皮 쾌의침기피 - 김창흡(金昌翕, 1653~1722), 『삼연집(三淵集)』 권5 「말이 범에게 물려간 것을 슬퍼하며[哀馬爲虎所噬]」 제1수 해 설 전통 시대에 호환마마(虎患媽媽)는 극악한 재앙이었다. 죽음이야 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것이거..

번 역 문 설 문청이 일찍이 “만 번의 말이 모두 맞는 것이 한 번의 침묵만 못하다.”라고 하였는데, 나는 이 말이 의아했다. 대개 사람의 말과 침묵이란, 말해야 할 때는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해야 비로소 법도에 맞거니와, 침묵해야 할 때 말하고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실로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야 하는지와 해서는 안 되는지의 여부를 도외시한 채 침묵으로만 일관한다면 불가의 적멸(寂滅)에 가깝지 않은가. 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은 하늘이지만 우레 소리는 그윽하고 말 없는 중에서 일어나지 않음이 없으니, 또한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무릇 하늘과 덕이 합치하고 이치가 같은 사람은 성인뿐이다. 이 때문에 주자의 〈감흥(感興)〉 시에 “하늘은 그윽하고 말이 없으니 중니께서 ..

원문과 번역문 사람에게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죽는 것이다. 마음이 죽지 않는 약을 구하여 먹는 것이 급한 일이다. 이 책은 마음을 죽지 않게 하는 약일 것이다. 哀莫大於心死, 求不死之藥, 惟食爲急, 是書者, 其惟不死之藥乎. 애막대어심사, 구불사지약, 유식위급, 시서자, 기유불사지약호. - 조식(曺植,1501-1572), 『남명집(南冥集)』권2 「서이군원길소증심경후(書李君原吉所贈心經後)」 해 설 이 글은 남명(南冥) 조식이 서른한 살 되던 해(1531년), 서울에 살던 어린 시절의 벗인 이원길(李原吉)이 보내준 『심경(心經)』의 뒤에 쓴 글이다. 이원길은 바로 동고(東皐) 이준경(李浚慶, 1499~1572)이다. 이준경과 남명은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죽마고우인데 이 당시 이준경은 서울에서 벼슬을 하고 있..

번역문과 원문 이 춘망만은 시기와 형편에 따라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마음껏 즐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슬퍼 눈물도 흘리며,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노래도 하고,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울 수도 있다. 각각 느끼는 유에 따라 사람을 감동하게 하니 그 심서(心緖) 천만 가지 그지없네. 唯此春望 隨物因勢 或望而和懌 或望而悲悷 或望而歌 或望而涕 各觸類以感人兮 紛萬端與千緖 유차춘망 수물인세 혹망이화역 혹망이비려 혹망이가 혹망이체 각촉류이감인혜 분만단여천서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권1 해 설 또 봄을 빼앗겼다. 몇 년간 꽃구경 좀 할라치면 불어오는 미세먼지에 외출을 삼갔는데, 올해는 ‘집콕’하는 사이에 봄을 떠나보냈다. 오랜만에..

원 문 폐병은 겨울이면 늘 심해져 차가운 밤 술잔도 들지 못하는데 한 자 넘게 눈이 온 걸 알자마자 생각이 감실 매화로 앞질러 가네. 마구간엔 말발굽 자주 또각거리고 창가 아이 코골이는 천둥 같은데 심지 밝혀 낡은 문에 눈을 붙인 채 한 생명이 예 왔는지 살펴본다네. 肺病冬常苦 폐병동상고 宵寒未御盃 소한미어배 已知盈尺雪 이지영척설 先念在龕梅 선념재감매 櫪馬蹄頻鼓 력마제빈고 窓童鼾卽雷 창동한즉뢰 心明眼故闔 심명안고합 點檢一生來 점검일생래 - 김시민(金時敏, 1681~1747), 『동포집(東圃集)』 권6 「한밤중 잠에서 깨어[夜半睡覺]」 해 설 이 시는 동포(東圃) 김시민(金時敏, 1681~1747)이 1739년 세밑거리에 쓴 작품이다. 수련(首聯)을 보면 작가는 겨울마다 기침으로 고생을 해왔던 모양이다. ..

만약 이미 발생한 일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若欲因其已然之迹 而防其未然之患 盍亦究其原 약욕인기이연지적 이방기미연지환 합역구기원 - 이곡(李穀, 1298〜1351), 『가정집(稼亭集)』1권 「원수한(原水旱)」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정집(稼亭集) 해 설 이곡의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중보(中父), 호는 가정(稼亭)이다. 한산의 향리(鄕吏)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1332년 정동행성 향시에 1등으로 합격하고, 1333년 회시(會試)를 거쳐 전시(殿試)에 제2갑으로 급제함으로써 원나라에서 관직 생활을 하다가 1448년 고려로 돌아왔으나 1년여 만에 운명하였다. 가정은 『가정집(稼亭集)』 20권을 남겼는데, 이 글은 권1 잡저(雜著)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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