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과 원문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스스로 뽐내면서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螗蜋自愛滾丸, 不羨驪龍之如意珠. 驪龍亦不以如意珠, 自矜驕而笑彼蜋丸. 당랑자애곤환, 불선여룡지여의주. 여룡역불이여의주, 자긍교이소피낭환.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舘全書)』 권63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해 설 이 글은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 거의 같은 구절이 실려 유명하지만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먼저 보인다. 「낭환집서」에는 “말똥구리는 자신의 말똥을 아끼고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으며,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蜣蜋自愛滾丸, 不羡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

번 역 문 이런 방법으로는 군역을 영구히 벗어날 수 없으므로 온 종족이 재물을 모아 족보를 위조하는데, 성(姓)만 같으면 관향(貫鄕)이 어디인지는 구분하지도 않은 채 부조(父祖)를 바꾸고 파계(派系)를 거짓으로 칭하여 향리에서 으스대며 스스로 반족(班族)이라고 일컬어 윤리를 손상하고 풍속을 무너뜨립니다. 그러다가 역을 져야 할 때가 되면 많은 종족이 한꺼번에 일어나 도포를 입고 비단신을 신고서 족보를 안고 관청의 뜰에 들어가는데 족보는 진귀한 비단으로 싸고 장황(粧䌙)이 찬연합니다. 그것을 가져다 살펴보면 모두가 이름난 석학의 후예이거나 훈벌(勳閥)의 후손이므로 수령들은 진위를 구별할 수 없어 일률적으로 면제해 주기 때문에 조금 부유한 백성은 모두 한가로이 놀게 됩니다. 그러나 군액(軍額: 군사의 정원)..

번역문과 원문 걸인이 부처요, 부처가 걸인이니 처지를 바꾸어 공평히 보면 모두가 한 몸이라. 불상 아래 뜰 앞에서 사람들은 떠받드는데 걸인과 부처 중에 누가 진짜인 줄 알리오? 乞人如佛佛如人 걸인여불불여인 易地均看是一身 역지균간시일신 佛下庭前人上揭 불하정전인상게 乞人尊佛辨誰眞 걸인존불변수진 - 권섭(權燮, 1671~1759), 『옥소고(玉所稿) • 시(詩)』 13 「거지라고 업신여기지 말라[乞人不可慢視]」 해 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안 그래도 심해지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2020년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임금노동자 11만 3천 명이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비정규직, 그 가운데..

번 역 문 내가 풍악산에 유람 갔을 때이다. 하루는 혼자 깊은 골짜기로 몇 리쯤 걸어 들어가다가 작은 암자 하나를 만났는데, 가사를 입은 노승이 반듯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내가 말했다. “불가의 묘처는 유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왜 굳이 유가를 버리고 불가에서 찾으십니까?” “유가에도 마음이 부처라는 말이 있습니까?” “맹자가 성선을 논할 때 반드시 요순을 말씀하셨지요. 이것이 ‘마음이 부처’라는 말과 무어 다르겠소. 다만 우리 유가의 이치가 현실적일 뿐이오.” 노승이 수긍하지 않고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비색비공(非色非空)은 무슨 말이오?” “이 또한 지나간 경계입니다.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것은 색입니까. 공입니까?” “비색비공은 진..

번역문과 원문 우리 선비들에게 가장 절실한 공부는 오직 하학下學입니다. … 이는 입으로 말해줄 수 없고 모두 실제로 힘써 공부하여 그 진위를 체험해야 합니다. 吾儒着緊用工, 專在下學. … 此不可以口傳, 都在着實用力, 以驗其眞僞. 오유착긴용공, 전재하학. … 차불가이구전, 도재착실용력, 이험기진위. -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권8 「황이수에게 답하다[答黃耳叟書]」 해 설 순암(順菴) 안정복이 72세 되던 해(1783년), 자신에게 간절히 공부의 방법을 묻는 제자 황이수(黃耳叟)에게 보낸 답장에서 한 말이다. 황이수는 황덕길(黃德吉, 1750~1827)이다. 그는 형인 황덕일(黃德壹)과 같이 안정복에게 배웠고, 형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순암의 정갈한 순암연보를 작성하기도..

번역문과 원문 비유하자면 물건이 눈앞에서 멀어 가면 차츰 작아지고 가까우면 차츰 커지는데, 작으면 살피기 어렵고 크면 보기 쉬운 것과 같이 환난(患難)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比如物之在眼 漸遠則漸小 漸近則漸大 小則難察 大則易見 患難亦同 비여물지재안 점원즉점소 점근즉점대 소즉난찰 대즉이견 환난역동 -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 권26 「경사문(經史門)」 해 설 훗날의 어려움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급박한 일이 닥치고 나서야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는 경우가 잦다. 어쩌면 훗날의 어려움을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노력이 정말 미래를 대비할 ..

번 역 문 Ⅰ. 경상우도 병마우후(兵馬虞候) 이용순(李容純)이 다음과 같은 장계를 올렸다. “이달(1월) 24일 자시[子時 밤 11시~1시]에 병마절도사(병사로 약칭)가 거처하는 동헌(東軒)에 불이 나서 병사 이인달(李仁達)이 불길 속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병사가 차는 밀부(密符)와 병부(兵符)는 옆방에 있던 통인(通引) 김쌍윤(金雙胤)이 챙겨서 갖고 나와 본영의 대솔군관(帶率軍官) 이현모(李顯謨)가 와서 전하므로 잘 받았고, 밀부는 군관 유현(柳眴)에게 주어서 올려보냈습니다. 병사가 사용하던 인신[印信 관인(官印)]과 3개 진(鎭) 영장(營將)의 병부(兵符) 왼짝[左隻]과 소속 31개 고을 병부의 왼짝은 남강(南江)에서 건졌고, 옛날에 쓰던 인신, 유서(諭書), 절월(節鉞), 각 창고의 열쇠는 모두 불에..

번역문 과 원문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자식을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不有田家雨 불유전가우 行人得久淹 행인득구엄 喜逢子孫醉 희봉자손취 睡過卯時甘 수과묘시감 川漾萍棲埭 천양평서태 風廻花撲簾 풍회화박렴 吾詩殊未就 오시수미취 莫謾整歸驂 막만정귀참 - 김시보(金時保, 1658~1734), 『모주집(茅洲集)』 권8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우중만장녀행)]」 해 설 이 시는 모주(茅洲) 김시보(金時保, 1658~1734)의 작품입니다. 김시보는 본관이 안동(安東)이고, 자는 사경(士敬)이며 호는 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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