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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진정한 사랑의 철학자
저녁 잡수시고 / 텔레비전 드라마 그윽이 보신 뒤에 / 늙으신 어머니 / 한 말씀하신다 / 사랑 좋아하네, / 요란 떨 거 없다 / 개도 저 귀여워하는 줄 / 아는 법이다 / 서로 그렇게 살거라 //
- 김시천의 시 '늙으신 어머니 한 말씀' 전문
'희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 별들이 보인다 /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 별들을 낳을 수 있다 //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 정진규의 시 '별' 전문
황진이의 기다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굽이굽이 펴리라 //
- 황진이의 시조
깨어있을 때 좋은 꿈을 꿔라
우리 주변의 세상은 잠잘 때 꾸는 꿈처럼 허망할 뿐이다.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동일한 사람들과 장소에 대해 꿈을 꾼다. /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잠들어 있을 때엔 우리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전혀 통제할 수가 없다. / 깨어 있을 때는 환경과 우리 자신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깨어 있을 때 더 좋은 꿈을 꾸어야 한다. //
- 수미 런던의 '청바지를 입은 부처' 중에서
종소리를 내기 위해선 종은 아파야 한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그윽한 풍경이나 /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 /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 이문재의 시 '농담' 전문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여러분 가운데 자기 얼굴을 모르는 분 있습니까? / 예상대로, 아무도 없군요. / 그럼 다시 질문 하나 하지요. / 여러분 중에 혹시 자기 얼굴을 직접 본 사람 있습니까? / 역시 아무도 없군요. / 그런데 아무도 자기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면서, / 어떻게 모두 다 자기 얼굴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중에서
내 다리 사이에 숨어 있는 아주 작은 초인종
그는 내가 세 들어 사는 집 대문 앞에 이르자 갑자기 달려들어 진공청소기가 커튼을 빨아들이듯 나의 입술을 삼키려들었다. / 그리고 퍼덕거리는 거대한 물고기같이 힘찬 다리로 나의 다리를 벌리고 파고들어 왔다. / 그것은 정말 튼튼한 비늘을 단 물고기의 퍼덕거림과 비슷한 이물감이었고 그 남자는 내 다리 사이에 숨어 있는 아주 작은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그렇게 버둥거리는 것만 같은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
- 전경린의 소설 '평범한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진짜가 되려면 목숨을 걸어라
이 땅에서 /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 이 땅에서 /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 이 땅에서 /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 뭐든지 / 진짜가 되려거든 / 목숨을 걸고 / 목숨을 걸고…… //
- 이광웅의 시 <목숨을 걸고> 전문
결혼이란 서로 다른 것들을 찾아내는 것
아내와 결혼한 지 어언 30여 년. // 30여 년의 긴 세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온 끝에 얻은 확실한 결론의 하나는 ‘우리 부부는 대부분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마찬가지다. // 이렇게 서로 맞지 않으면서 지난 30여 년을 도대체 어떻게 함께 살아왔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많다. // 앞으로도 살면 살수록 안 맞는 부분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함께 사는 일이란 마치 서로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고 쌓아 가는 일인 것 같다. //
- 박범신의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중에서
사랑과 술과 술잔과 여자
사랑은 술이어야 한다. 술처럼 취할 수 없는 사랑이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랑의 물은 술이다. 술처럼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빈 글라스에 철철 넘치도록 술을 붓듯이 우리들은 사랑하는 마음을 몽땅 부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사랑 때문에 그런 경험, 그런 목마름을 느꼈던가. // 모든 술에는 그 술에 알맞은 술잔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자그마하고 톡 쏘는 맛을 내는 여자일 때 그런 타입의 여자는 술잔으로 치면 어떤 술이 담겨야 될 술잔일까. 또 후덕하고 모나지 않는 여자라면 어떤 형의 술잔일까. //
- 강우식의 산문 <술의 아포리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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