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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윤동주 시인

부흐고비 2010. 2. 24. 11:40

 

윤동주 시인  

 

출생~사망 1917.12.30~1945.2.16

학력 연희전문학교 문과

수상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

경력 1948 미발표 유작을 첨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발간

     1939 소년에 동요 '산울림' 발표

     1939 조선일보에 산문 '달을 쏘다' 발표

 

 

자화상 (1948.)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단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小學校)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오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참회록 (1948.)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길(1941.9.)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어/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츰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츰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처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프름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길을 것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어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눈감고 간다(1941.5.)
太陽(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었는데/ 눈감고 가거라.// 가진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었든 눈을 왓작떠라.//

새로운 길(1938.5.)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무서운時間(1941.2.)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닢 입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呼吸(호흡)이 남어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츰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닢이 떠러질텐데......// 나를 부르지마오.//

고추밭 / 윤동주 

시들은 잎새 속에서/ 고 빠알간 살을 드러내 놓고,/ 고추는 방년芳年된 아가씬양/ 땍볕에 자꾸 익어 간다.//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밭머리에서 어정거리고/ 손가락 너어는 아이는/ 할머니 뒤만 따른다.//

 

고향집 / 윤동주

헌 짚신짝 끄을고/ 나 여기 왜 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 땅에// 남쪽 하늘 저 밑에/ 따뜻한 내 고향/ 내 어머니 계신 곳//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은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빨래 / 윤동주

빨랫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이야기 하는 오후(午後),/ 쨍쨍한 칠월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트르게네프의 언덕 / 윤동주

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그때에 세 소년 거지가 나를지/ 나 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 다 병, 간스메통, 쇳조각,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세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 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들너들한 남루, 찣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의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있/ 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 작 만자작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너와는 상관 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곤소곤 이/ 야기 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 위에는 어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무서운 시간 /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적인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또 다른고향(故鄕)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짓는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 윤동주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띤 손을 잡고/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걸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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