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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제사의 현대화 / 매일신문

부흐고비 2011. 9. 8. 14:32

 

祭祀의 현대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이다. 그러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제사의 형식과 내용, 절차 등을 둘러싸고 기제사나 명절 때마다 집안의 여성들이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가족 간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추석을 앞두고 ‘조상 제사는 왜 지내고, 또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에 대한 학술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조상 제사의 현대화 모델 정립을 위한 토론회’가 그것이다.

조상 제사를 지내는 이유, 제사의 종류와 변천 과정 등을 짚어보고 발전적 방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특히 고답적, 학술적 논의가 아니라 제사를 둘러싼 여러 사안에 대한 현재적, 대중적 고민을 담아 더 시의적절한 행사였다는 평가다.

우선 제사의 유교적 의미부터 주목해 본다. 제사는 나를 낳아준 부모(조상)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내가 나아갈 곳을 바라다보는 것이라는 주장은 현대인들도 유념할 만한 지적이 아닐까.

이제는 친족법 개정에 따라 아들 딸 구분 없이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하는 시대이다. 마땅히 호주(장남)에게 자동 승계되던 제사 역시 자녀 간 순번을 정해서 지내는 윤회봉사(輪廻奉祀)의 방식을 되살려 제사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딸만 있는 가정에서는 딸이 친정의 조상 제사를 이어받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외손봉사(外孫奉祀) 풍속을 되살리는 방안이 있었다. 외가 조상의 제사를 지냈던 율곡 이이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제사상 차림 또한 간소하게 차리는 것이 ‘주자가례’와 ‘사례편람’ 등 제례 관련 예서(禮書)에도 부합한다. 그것은 질박함을 추구했던 선비의 밥상을 연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퇴계 이황의 제사상에는 지금도 기름을 사용한 유과류(油果類)를 쓰지 않고, 삼색나물을 한 그릇에 담으며, 가장 앞줄에 놓는 과일을 괴지 않고 차린다고 한다.

도시화, 핵가족화 등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전통문화의 계승 방식도 달라지는 게 마땅하다. 기왕 제사를 지낼 양이면, 제사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조상을 추모하면서 후손 간 친목과 화합을 꾀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상 제사의 현대화 모델 수립을 위한 노력 또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출처 : 매일신문 [야고부] (2011.9.8. 조향래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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