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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구렁이 꿈 / 장금식

부흐고비 2020. 6. 1. 23:25

아이고, 시상에, 간밤에 꿈자리가 와 그래 시끄럽덩고. 무시라, 구리이가 글키 큰 건 첨 밧쓴께. 한 놈이 방으로 기 들오디만 고마 내 모가지를 팍 물고 내빼뿌는 기라. 증말루 실코 무서븐 기 배암인데. 을매나 식겁했던지 이불에 땀이 푹 다 젖었더라꼬. 억수로 기분 나뿌대. 마, 일나자마자 꿈 해몽을 안 차자밨나. 아이쿠, 머라카노? 이기 웬 떡잉기요. 복권 사라 카네.

근디 복권을 우째 사능고? 사바야 알제. 일 안하고, 맨날 빈둥빈둥 나자빠져 디비 자거나, 깰바꼬 요행만 바래는 사람이 복권 사는 줄 알았디마, 내가 그 짝 날 판인기라. 안 사고 지나갈라 카이 염팡 당첨될 꺼 가꼬, 사러 갈라 카이 또 와이래 부끄럽노. 모티라도 있으마 숨고 싶다. 혹시 복권 살 때 아는 아지매라도 보마 “아이고 저 사람도 밸 수 없네. 밥띳거리 아가리 너마 댓지 말라코 저케삿노. 복장이 시커머타 아이가. 암만 그케도 개안은 사람인줄 알았디마 사람 잘못 바따 아이가. 저 따구로 안 살아도 되능긴데.” 이랄 꺼 가태가 자꾸 뒤통수가 땡긴다. 구리이가 아이고 달구새끼가 나왔스마 내 이카나?

아~! 묘수가 업슬까잉. 아차, 집 게잡은 데 말고 지하철 역 쪽으로 가마 아는 사람 업슬끼다. 와 이걸 진작 생각 못 했겄노.

“아지맨교?”

‘복권 한 장 주이소’ 이 말이 목구녕에서 나올랑 말랑, 목소리가 기 드러간다. 또 죄진 기분은 머꼬.

“번호는?”

그 머시고 물건 사는 거 맹키로 쉬운 줄 알았디마 써야 되는 번호도 천지 삐까린기라. 그라자나도 누구한테 들킬까바 상판때기 벌건 다라오리는데 번호까지 퍼뜩 대라 카이 어려버서 물어봤제.

“우예 써요?”

“아따 아지매, 와그래 답답하요. 속이 천불 올라 온께 마, 자동으로 하이소.”

이카민서 뿔따구를 벌컥 내는기라. 볼태기는 빵빵하고 입수부리는 두텁하고 손모가지는 와그래 굴떵고. 뚱띠가 따로 업더마. 나도 고마 ‘그카마 치아뿌라’고 하고 싶디이 돈뭉티기 눈앞에 둔 장똘배이 맹키로 눈떠버리 크게 뜨고 복권 한 장 받아 얼릉 숭가가 그서 바로 토끼뿌릿지 머.

복권을 손에 쥔께 인자 마 세상이 다 내 끼고 부러운 기 업더마. 하마 수백억에 당첨댄 기라. 니캉 내캉 마카 다 잘 살고 십꼬 말고. 친정 동기간들과 친정오매, 시누하고 시아부지한테 두둑하게 나나줄 끼다. 평소 가찹게 지내던 사람들한테 겁나게 기마이 한 번 쓰고, 도와줄 곳 있으마 화끈하게 쏴 뿌리지 쪼메꿈씩은 안 준다. 보루바꾸에 담아가 확 앵가뿐다 카이. 째째하게 할라마 안 하능만 못한 기라. 그라고 보인 께 각중에 고마 내가 천사가 되뿟네. 다리한테만 뭉티기 돈이 다 드가뿌마 안되지. 나도 천지개벽을 해 봐야 게꾸마.

달삭하고 꼬시랍고 구시기만 한 기 인생인감. 삶이 와그래 디덩고. 간가이 새그랍기도 하고, 쌉싸그리하고, 짭쪼롬하다가 씹기도 하고, 툭수바리 깨지는 소리도 들어봤능기라. 여지끈 강북을 떠나서 산 적이 업는데 이참에 강남으로 이사 간다꼬 누가 머라카겠노. 가는 건 빼논 당상이고, 널븐 집에 가서 수두룩 뻥뻥 돌아 댕기는 책부터 지 자리에 챙기 너마 속이 시원하게꾸마.

밥띳거리 입에 못 너도 책은 내삐릴 수 업슨께. 널븐 집에 사는 것도 모자라는지 멋 뜨러지는 곳에 별장도 사고 싶다 아이가. 조건 머꼬? 제주도 해안가! 아이구, 오메. 생각마 해도 가심이 팔딱 팔딱 띤다잉. 차는 또 멀로 바꿀까. 물 건너 온 걸로 바까야지, 우리 알라덜 공부 시킨다꼬 짬이 안 나가 그 흔코 흔한 똥가방(루이비똥)도 하나 없는데 장만하고, 비싼 가방에 맞차 조은 옷과 신발도 구색을 가차야제. 나도 참 앵간하다, 앵간해.

날마다 글 쓴다꼬 노트북을 끌어안고 살았디마 어깨 죽지도 쑤시고 온 천지가 아파 죽껬은께 마싸지도 원 없이 바다볼라꼬. 고거마 아이라 카이. 그 머시고 나 참, 돈 애낄라꼬 멀커디도 내가 직접 갈색으로 물디리는데 을매나 고생시러벘는지 아무도 모릴끼라. 인자 미장원 가서 폼 잡고 안자 있쓰마 이뿐 색으로 윤기가 잘잘 흐르겠제. 증말루 돈이 존기라. 내가 원체 물질만 후비파는 사람은 아인데 돈 생기마 하고 시펀 기 일키 만은 거 본께 나도 여자고 사람인가배.

진짜 하고 시픈 기 따로 있는데. 그기 먼가 말하마 다리이가, “가가 좀 고마 웃기라 캐라. 문디 콧구녕에 마늘 빼 묵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카겠지만 내한테는 진짜루 꿈인 기라.

머시냐, 공기 조코 경치 조은 북한산 자락에 문학관 맨드는 기 내 꿈 아이가. 생각마해도 와이래 조은가 모르겠따. 밥 안 무도 배가 안 고푸다.

하모, 하모! 방도 마이 맹그러 가 작가들한테 여 와서 글 써라 카마 입이 째지겠지. 머싯는 시상이 마른날에 분수처럼 솟아오르게 조경도 한번 멋드러지게 해볼라꼬. 글이 맨날 잘 나오나. 안 나올 땐 정원에 나가 커피 한잔 홀짝거릴 수 있께끔 끄티에는 카페도 맨들어야제. 그라마 업던 생각도 맹글어지고 오아시스가 따로 업는 기라.

문학이 원캉 사람을 위해 있다 보이, 인간과 문학은 찰떡 궁합인기라. 촉촉한 시 한 수, 눈물 빼는 수필 한 편, 가슴 시리는 소설 한 편, 훌쩍훌쩍거리고 배꼽 빠질 정도로 울고 웃게 맹그는 글들이 꿈과 희망과 사랑과 철학을 심어주제. 살만한 세상이 따로 업꾸마. 꿈의 문학관 밑그림이 다 됐다 고마. 그거 해줘따고 돈 받으마 귀퉁배기 눈알 빠지도록 쎄리 맞을 일이제. 쪼그랑망태이 돼가 죽을 때 싸가지고 가는 것도 아이고.

문학관 여볼때기에는 남편이 고로쿠롬 갖고 시퍼하는 명상센타를 맹글어 줄라꼬. 일주일 내내 새빠지게 일하고 주말에는 공기 조은데 와가 좀 쉬야 또 일할 맛이 날낀께. 그 사람들이 자기하고 아무 끄나풀이 업서도 그런 조은일 하고 싶다카이 우야노. 죽은 사람 원도 들어주는데 안 들어주마 클 나제. 몸띠도 지치고 맴도 힘든 사람들은 이런데 와가 쉬야 된다카이. 이전부터 명상은 사람을 말갛게 해주고 청명하게 해준다 캐샅테. 햇빛과 달빛 마이 본다고 돈 내는 거 아인께 좋은 생각 하러오는 사람한테 돈 받으마 안 되고말고. 택도 업다.

아따, 고마 면날 며칠 동안 무릉도원이 따로 없던기라. 구름타고 둥둥 떠다닌께 쪼깨 어지럽기도 하더라. 안 마시도 목이 안 마르고 맴은 진작에 부자가 다 된기라. 다른기 도통 손에 안 잡히니 이 일을 우야마 좋노. 인자 일을 안 해도 될끼고 일요일만 기다리마 된다.

탈무드에 이런 이바구가 있더라. 함 드러바래이.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시장에 가는 가시나가 우유 하나 가꼬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는 기라. 우유를 팔아가 게랄을 사까. 게랄이 삐아리되마 삐아리는 달구새끼 될 끼고 그 달구새끼를 팔마 얌새이도 살 수 있겠다 캐사미 벼리별 생각을 다 해사티마.

여서 끝나는 기 아이고 얌새이가 크마 돼지 산다 카고 돼지는 또 이뿐 옷캉 바꾼다카네. 이뿐 옷 입고 다니마 머시마덜이 줄줄 따라댕길끼라고 짐치국부터 마시사테. 그라마 그때는 억수로 비싼 척해사미 튕구는 척한다는구마.

아인 기 아이라 그 가시나는 깝치샅코 까부리샅티마 지 머리 위에 우유통이 언치가 있다는 걸 새까마케 이자뿐 기라. 그래가꼬 원캉 지피 상상에 빠져가 머리를 시기 흔들어 댓던가바. 아이고, 쯧쯧! 우유통을 맨땅에 떨카가 자빠졌뿟꼬 그 가시나의 휘황찬란했던 꿈은 헛 끼 되고 다 깨졌뿟는 기라. 허왕된 이바군데 그래도 만은 걸 갈차 주는 기라.

아이구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요일이 왔다잉! 꿈이란 기 꾸마 꼭 이뤄질 꺼 같은께 신기하고 요상시러븐 기라. 이런기 마법 아인가 몰라. 이 마법의 꿈이 죽을 때까정 안 깨지마 조켔꾸마. 복권에 당첨 될 낀가. 번호를 마차 본께, 아차, 헛 꿈이었구마. 탈무드의 가한테 ‘까부라싸티마 고거 말똥꼬시다’ 이 말 할 끼 아이구마. 나도 모리게 고마 탈무드의 그 가시나맹키로 머리를 시기 흔드러대고 말았뿌맀네. 가를 숭보는 기 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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