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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마당에는 장사꾼, 정치꾼, 노름꾼 등이 있고, 문학마당에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등이 있다. 한 가지만으로는 신에 차지 않아 두 가지 혹은 세 가지를 겸한 사람도 있다. 나는 수필 한 가지만으로도 숨이 차서 헐떡이는데, 정말 부러운 재주꾼들이다.

다시 말해 색깔은 개성이다. 색깔은 다른 개체와 구별되는 그 개체의 특성을 말한다. 문학에서 개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그 작가만의 색깔과 냄새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문단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이것으로 꼭 같은 색깔과 냄새로 우리의 식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양(量)의 팽만(膨滿)으로 시중의 종이 값만 올리고 있지 않나 싶다. 참외는 노랑이고, 수박은 파랑이다. 맛에 앞서 색깔의 기호에 따라 참외를 혹은 수박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여기서 색깔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문학에서 말하는 개성과는 다른, 비정상적인 괴벽일 뿐이다. 문학에서의 개성이란 전체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작품성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문학의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수필 분야에서 더한 것 같다. 수필은 추억이나 향수에 대한 넋두리가 아니다. 전문적인 문학인으로서의 수필가가 아닌, 잡지사의 청탁을 받은 사회 저명인사가 문학수필을 망쳐 놓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니다. 그런 분들의 글에서도 개성 있는 문장으로 문학적 감동을 얻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내 오지랖은 보지 않고 남만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필문학도 이제 숱한 논쟁과 진지한 창작활동을 통해 떳떳한 제 자리에 올라 서 있다. 요컨대 수필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노느니 염불한다’는 속담을 수필에 적용시켜서야 되겠는가. 수필은 여가선용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속담을 함부로 인용하다가는 자신의 무식을 스스로 폭로하는 일이 될뿐더러 스님도 수필가도 정말 화나게 만들 것이다. 향기 있는, 좋은 수필 한 편 쓰고 나면, 하늘이 더욱 파랗고 맑게 보인다. 이는 시나 소설 쓰기와는 또 다른, 수필 쓰는 우리만의 기쁨이요 자랑이다. 요즘의 시는 너무 어려워서 슬프고, 소설은 너무 길어서 피곤하다. 짤막한 한 편의 수필에서 우리는 따뜻하고 진솔(眞率)한 인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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