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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께, 사램도 지가 가진 깜냥이 있고, 지 분수를 알아야 헌다는 거 아니겄소잉. 지 깜냥을 다 못 허고, 지 분수를 못 지키면 쎄를 차기 마련이지라우. 나가 무슨 말을 하고자퍼서 요러크름 사설이 질게 나왔냐 허믄,

인사동에 가보셨능게라우? 내는 영 몰똑잖여서 말이여. 아따, 워째서 그 뽁잡허고 째깐헌 질에다가 탁시고 자가용이고 지 맘대로 다니게 헌다요. 글안해도 와글와글 도깨비시장처럼 정신이 한나도 없는디. 주차장이 되야분 질바닥을 봉께 지게차로다띠메갔으먼 싶등만. 그것 쪼까 걸어간다고 혀서 다리몽댕이가 썽이 나는 것도 아니것고, 막혀불먼 싸게싸게 걸어감만 못허당께요. 맛난 괴기 묵고 체허대끼 당체 까깝혀서 원.

거시기 뭐시냐, 인사동 허믄 우리 나라 낯바닥 아니요. 코쟁이덜이 불티나게 찾는 곳인디 솔찬히 거시기허더구먼. 그럴쑤락에 기중 우리 꺼를 쌩놈 고대로 봬줘야 헐 틴디 거그가 한국을 대표헐 수 있는 동네 겉지는 안혀. 똑 인절미 묵고 커피 홀짝거리는 모냥이라고나 헐까. 인절미에는 수정과나 감주가 훨썩 어울리제라. 안 그러요잉?

긍게, 나가 불국사나 창덕궁 겉은 디를 가 보믄 안내판을 질게 오래도록 읽음시롱 여그저그 눈깔 빠지게 쳐다보는 사램은 코쟁이덜밖에 없더구먼. 우리 나라 사램덜은 해외 여행을 가도 곰이나 잡어묵고 몸보신이나 혀쌓고 유적지에 가서도 귀경보다는 눈깔이 메르묵었는지 건성건성 보고 사진만 허벌나게 박고 있응게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넘 부끄런 별명이 붙어분거지라우.

그려도 나가 인사동을 처음 귀경갔을 쩍에 ‘포도대장과 순라꾼들’이 있는 마당은 맴에 들더구먼. 낭구를 거꾸로 박아 맹근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도 뽄새가 제법 있고 말이여. 근디 그짝이 옛날에 조선극장이 있던 터라고 허던디, 영화도 돌리고 연극도 했응게 거그다가 째깐헌 연극무대를 시웠으믄 좋겄더구먼. 손바닥만헌 땅 한 뙈기가 아순 판국에 씨잘떼기 없는 야구장이 뭔 소양이당가. 뿌담시 엄한 트집 잡는다고 헐랑가 모르겄소만 나의 소갈딱지로는 냉탱없는 소리는 아니라고 봉께.

아 금메, 또 한 가지 맴에 드는 거는 고샅길마동 밥집, 술집이 이쁜 우리말로 옹굴지게 붙어있는 거요. 지일로 눈에 띠는 거이 ‘머시 꺽정인가’랑께. 흘르는 피는 못 쇡인다고 나도 몰르게 땡기는 거, 우리 고향말이랑께요. 거그에 들어가믄 열무김치에 꽁보리밥 한 그륵은 너끈히 얻어묵을 수 있을 거인디. ‘오, 자네 왔는가’는 보선발로 달음박질쳐서 내 손을 덥석 잡는 고향 동무맹키로 나도 징허게 반가워불어. 근디 ‘오메, 자네 왔능가’로 허믄 없는 정도 생겨불 거 같소잉.

아따, 차말로 눈치코치도 없소야. 홍애가 지 맛을 낼라믄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 때’를 ‘홍애가 막걸리를 만나불먼’으로 고쳐야제. 홍애는 나의 고향에서는 최고로다 귀헌 음식이요. 잔칫상에 홍애가 빠지믄 고 잔치는 허나마난겨어. 홍애가 막걸리를 만나불먼 워처크름 된당가. 고날밤은 장단 뚜들김시롱 흘러간 노래 지절로 터져나와불고 저븜이 술상을 요절내불어도 아까운 종 몰르고 암시랑토 안 허제라. 구산아제가

“사~아아고~옹에에에 뱃~노오오오래~ 가아무~울거어리이이고~ 사암~하~악또오 오~.”

구성지게 한 가락조 뽑다가 목구녕이 멕헤불먼 언능 구산아짐이 받아가꼬

“파아도오 기이피 스으며어드~느으은데~.”

낭창낭창허게 마무리를 허지라. 이에 질깝세 아들 못 난 죄로다가 앵가심이 시껌정이 되야분 운당아짐이 봉초를 비료푸대에 침 볼라감서 말아 피다가

“목이 메인~ 이이벼어얼가~아르을 부울~러~야아 오~느으냐.”

설웁디설웁게 불르먼 아부지도 취해불고, 헹님 동상도, 아재 아짐도 취해불고 홍야홍야 부앵이도 밤도 취해불고.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도 자장가고, 왼 동네가 시금털털혀도 구수헌 흥만 동동주 밥태기모냥 동동동 떠다니제라.

아따, 여그는 남원 양반이 채렸능갑소. ‘흥부가 기가 막혀’라는 이름도 기가 멕히지라우. 심보 고약헌 놀보 양반이 알믄 가만히 안 있을 거인디. 쌍으로다가 ‘놀부가 기가 막혀’를 뽀짝 저테 채려도 좋을 성싶소. 다형히 도깨비헌티 혼구녁이 난 뒤부텀 놀보가 맴보를 고쳐묵었응께 날나런히 있으믄 넘 보기도 안 좋소야.

깔아 놓은 멍석 놀고 간들 어떠하리, 낮에 나온 반달, 박씨 물고 온 제비, 나 살던 고향, 북 치구 장구 치구, 솔봉아 청산가자, 학교종이 땡땡땡, 흐린 세상 건너기, 오월에 보리밥, 흐르는 물처럼, 함께 있어 좋은 사람, 순풍에 돛을 달고, …….

요러크름 하다 좋은 이름이 쎄불어서 고놈 한나는 옹굴지다 싶등만. 나가 욕심이 많아선지 오지랖이 넙덕해선지 몰르것지만서도 보초대가리 없는 이름이 솔찬혀서 껄쩍지근허 당게요. 뭔 놈의 갤러리, 아트, 아트센터는 그러크름 많다요. 도통 거그에 어울리는 말이 없능갑소. 무덜라고 우리 나라를 알리는 질에 꼬부랑글자를 쓰는지 원. 그림방이라고 혀도 될성부른디. 돌실나이, 솝리, 고구령, 질시루, 아라가야, 가람, 아리아리랑, 얼씨구 마당은 불르기도 조코 보기도 좋더란마시.

그랑께, 토마토 갤러리를 ‘북감자 그림방’허믄 체멘이 안 서는감? 옛날부텀 미제라믄 독약도 묵는다 헐 정도로 좋아들혔지만 인자는 빠다니 쬬코렛이니 모다 물릴 때도 되얐지라. 시방 나가 뭔 야그를 허는 종 알아묵겄소? 한 마디로 인사동을 씨원혀게 우리 티만 나게 허잔 말이어라우. 인사동은 인사동다워야제. 즈그 것 소중헌 줄 몰르고 넘의 꺼만 좋아허믄 우새 살 일 아니겄드라고.

거시기, 나랏양반덜이 뭘 착각헌 거는 아닌지 모르겄소야.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덜땜시 배려한답시고 꼬부랑글자를 썼다고 말이여. 딴 나라 문화를 배우러 오는디 피자 못 묵으믄 어쩌고 커피 못 마시믄 어쩐다요. 맬겁시 친절이 지나쳐부러가꼬 인사동이 지 깜냥을 다 못 허게 맹근다 요 말이단마시.

그랑께, 숭헌 말로다 느자구 없고 보초대가리 없는 꼬부랑이름덜은 베리고 우리 꺼를 불러주고 사 묵자는 야그여. ‘스타벅스’ 사장님헌티는 굥장히 미안헌 말이지만 인사동 들어오는 디부터 김빠지게 뭔놈의 커피집이다요. 손님덜은 순전히 우리 나라 사램덜이더구먼.

헐수만 있다믄, 놉이라도 얻어가꼬 낫으로 비어불고 고 자리에 우리 마실 거를 팔고 싶소잉. 새악시 볼태기처럼 뽈그레헌 오미자차, 꼬소헌 잣을 동동 띄운 수정과, 씨원허고 달달헌 식혜, 모괴차, 생강차,……. 우리 몸땡이에도 조코 우리 맛을 알려서 조코 오죽이나 좋소잉. 나는 찻집 이름을 요러크름 지슬라요. ‘옴시롱 감시롱 마셔감시롱’ 이름만 불러도 뭔가가 땡기는 거 같지라우. 쌉쓰름허고 속 거북헌 코피보담야 워능히 좋지라우. 옴서 감서 들르고, 오미자차 한 잔이라도 놓고 은근헌 향기를 맡아감서 오순도순 야그를 나누믄 월매나 즐겁겄소잉.

오메, 콧구녕이 지절로 벌름벌름해지게 맹그는 띠기장사를 봉께 영판 깨복쟁이 시절로다 돌아가고잡드랑께. 한나라도 더 맛볼라고 침 볼라감서 새 모냥을 띠다가 모가지가 댕강 부러져불먼 월매나 애통이 터지든지. 그랑께 본샤뽀레 뽀도모로, 크라운 베이커리, GS25시 요런 가게보담은 ‘그때 그 시절 점빵’을 맹글어 추억 속으로 빠져보는 거이 워떻겄소잉. 고 점빵 앞에다가는 “뻥이요!”튀밥장사에게도 한 자리 내주먼 인사동이 차말로 인사동 같을겨.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고 천날 만날 왼다고 우리 꺼이 지켜지간디. 순이엄니가서울댁맨치로 분칠허고 삐딱구두 신고 궁뎅이 씰룩거림시롱 신작로에 나가봤자 우새만 살겨. 더 짜고나기 전에 모도 심을 보태감스로 우리 꺼를 애지중지혀야 외국인덜도 우리덜을 시피보지 않을 거이 아니겄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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