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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이상화 시인

부흐고비 2021. 6. 14. 09:05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 밤 자정이 넘어 나리던 곱은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이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달리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접혔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1926년 6월에 《개벽(開闢)》70호에 발표.

 

통곡 / 이상화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어머니의 웃음 / 이상화
날이 맛도록/ 온 데로 헤매노라-/ 나른한 몸으로도/ 시들픈 맘으로도/ 어둔 부엌에,/ 밥짓는 어머니의/ 나보고 웃은 빙그레 웃음!// 내 어려 젖 먹을 때/ 무릎 위에다,/ 나를 고이 안고서/ 늙음조자 모르던/ 그 웃음을 아직도/ 보는가 하니/ 외로움의 조금이/ 사라지고, 거기서/ 가는 기쁨이 비로소 온다//

이별(離別)을 하느니…… / 이상화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누어져야겠느냐?/ 남 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離別)이 올 줄은 몰랐어라./ 꼭두머리로 오르는 정열(情熱)에 가슴과 입술이 떨어 말보담 숨결조차 못 쉬노라./ 오늘밤 우리 둘의 목숨이 꿈결같이 보일 애 타는 네 맘속을 내 어이 모르랴./ 애인(愛人)아 하늘을 보아라 하늘이 까라졌고 땅을 보아라 땅이 꺼졌도다./ 애인(愛人)아 내 몸이 어제같이 보이고 네 몸도 아직 살아서 네 곁에 앉았느냐?/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누어져야겠느냐?/ 우리 둘이 나누어져 생각하고 사느니 차라리 바라보며 우는 별이나 되자!/ 사랑은 흘러가는 마음 위에서 웃고 있는 가벼운 갈대꽃인가./ 때가 오면 꽃송이는 곯아지며 때가 가면 떨어졌다 썩고 마는가./ 남의 기림에서만 믿음을 얻고 남의 미움에서는 외로움만 받을 너이었더냐./ 행복(幸福)을 찾아선 비웃음도 모르는 인간(人間)이면서 이 고행(苦行)을 싫어할 나이었더냐./ 애인(愛人)아 물에다 물 탄 듯 서로의 사이에 경계(境界)가 없던 우리 마음 위로/ 애인(愛人)아 검은 그림자가 오르락내리락 소리도 없이 얼른거리도다./ 남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離別)이 올 줄은 몰랐어라./ 우리 둘이 나누어져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피울음 우는 두견(杜鵑)이나되자!/ 오려무나 더 가까이 내 가슴을 안아라 두 마음 한 가닥으로 얼어보고 싶다./ 자그마한 부끄럼과 서로 아는 미쁨 사이로 눈감고 오는 방임(坊任)을 맞이하자./ 아 주름 접힌 네 얼굴-이별(離別)이 주는 애통(哀痛)이냐, 이별(離別)은 쫓고 내게로 오너라./ 상아(象牙)의 십자가(十字架)같은 네 허리만 더위잡는 내 팔 안으로 달려만 오너라./ 애인(愛人)아 손을 다오 어둠 속에도 보이는 납색(蠟色)의 손을 내 손에 쥐어 다오./ 애인(愛人)아 말 해다오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沈黙)의 말을 내 눈에 일러 다오./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누어져야겠느냐?/ 우리 둘이 나누어져 미치고 마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두 머리인어(人魚)로나 되어서 살자!//

조선병(朝鮮病) / 이상화
언제나 오늘 보이는 사람마다 숨결이 막힌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반가움도 없이/ 참외꽃 같은 얼굴에 선웃임이 집을 짓더라./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 맛도 없이/ 고사리 같은 주먹에 진땀물이 굽어치더라./ 서하늘에다 동창이 뚫으랴 숨결이 막힌다.//

나의 침실(寢室)로 / 이상화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로라 疲困하여 돌아겨려는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遺傳하던 眞珠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도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둔 寢室로 가자, 寢室로 !/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燭불을 봐라,/ 羊털 같은 바람결에도 窒息이 되어, 얄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르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寢室 열 이도 없느니 !/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피란 피-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목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돈나」-내 寢室이 復活의 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歲月 모르는 나의 寢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 1923년 9월 《백조(白潮)》3호에 발표.

시인에게 / 이상화
한 편의 시 그것으로/ 새로운 세계 하나를 낳아야 할 줄 깨칠 그 때라야/ 시인아, 너의 존재가/ 비로소 우주에게 없지 못할 너로 알려질것이다,/ 가뭄 든 논에게는 청개구리의 울음이 있어야 하듯./ 새 세계란 속에서도/ 마음과 몸이 갈려 사는 줄 풍류만 나와 보아라./ 시인아, 너의 목숨은/ 진저리나는 절룸발이 노릇을 아직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일식된 해가 돋으면 뭣하며 진들 어떠랴/ 시인아, 너의 영광은/ 미친 개 꼬리도 밟는 어린해의 짬 없는 그 마음이 되어/ 밤이라도 낮이라도/ 새 세계를 낳으려 손댄 자국이 시가 될 때에 있다./ 촛불로 날아들어 죽어도 아름다운 나비를 보아라.//
* 1926년 4월 『개벽』68호에 발표

병적 계절(病的季節) /이상화
기러기 제비가 서로 엇갈림이 보기에 이리도 설운가,/ 귀뚜리 떨어진 나뭇잎을 부여잡고 긴 밤을 새네./ 가을은 애달픈 목숨이 나뉘어질까 울 시절인가 보다./ 가없는 생각 쌈 모를 꿈이 그만 하나 둘 잦아지려는가,/ 흘아비같이 헤매는 바람떼가 한 배 가득 굽이치네./ 가을은 구슬픈 마음이 앓다 못해 날뛸 시절인가 보다./ 하늘을 보아라, 야윈 구름이 떠돌아 다니네./ 땅 위를 보아라, 젊은 조선이 떠돌아 다니네.//

눈이 오시네 / 이상화
눈이 오시면-/ 내 마음은 미치나니/ 내 마음은 달뜨나니/ 오 눈오시는 오늘 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자꾸 오시네// 눈이 오시면-/ 내 마음은 달뜨다니/ 내 마음은 미치나니/ 오 눈 오시는 이 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오시네!//

독백(獨白) / 이상화
나는 살련다, 나는 살련다/ 바른 맘으로 살지 못하면 미쳐서도 살고 말련다/ 남의 입에서 세상의 입에서/ 사람 영혼(靈魂)의 목숨까지 끊으려는/ 비웃음의 살이/ 내 송장의 불쌍스런 그 꼴 위로/ 소낙비같이 내리쏟을지라도-/ 짓퍼부울지라도/ 나는 살련다, 내 뜻대로 살련다./ 그래도 살 수 없다면-/ 나는 제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벙어리의 붉은 울음 속에서라도/ 살고는 말련다./ 원한(怨恨)이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장마진 냇물의 여울 속에 빠져서/ 나는 살련다./ 게서 팔과 다리를 허둥거리고/ 부끄럼 없이 몸살을 쳐보다/ 죽으면- 죽으면- 죽어서라도 살고는 말련다.//

예지(叡智) / 이상화
혼자서 깊은 밤에 별을 봄에/ 갓모를 백사장(白砂場)에 모래알 하나같이/ 그리도 적게 세인 나인 듯하여/ 갑갑하고 애달프다가 눈물이 되네.//

비음(緋音) -「비음(緋音)」의 서사(序詞) / 이상화
이 세기(世紀)를 물고 너흐는, 어두운 밤에서/ 다시 어둠을 꿈꾸노라 조으는 조선의 밤-/ 망각(忘却)뭉텅이같은 이 밤 속으론/ 햇살이 비취여 오지도 못하고/ 하느님의 말씀이, 배부른 군소리로 들리노라./ 낮에도 밤- 밤에도 밤-/ 그 밤의 어둠에서 스며난, 두더지 같은 신령은/ 광명(光明)의 목거지란 이름도 모르고/ 술 취한 장님이 머-ㄴ 길을 가듯/ 비틀거리는 자국엔 핏물이 흐른다!//

달밤 / 이상화
―도회(都會)// 먼지투성이인 지붕 위로/ 달이 머리를 쳐들고 서네.// 떡잎이 터진 거리의 포플라가 실바람에 불려/ 사람에게 놀란 도적이 손에 쥔 돈을 놓아 버리듯/ 하늘을 우러러 은 쪽을 던지며 떨고 있다.// 풋솜에나 비길 얇은 구름이/ 달에게로 날아만 들어/ 바다 위에 섰는 듯 보는 눈이 어지럽다.// 사람은 온 몸에 달빛을 입은 줄도 모르는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예사롭게 지껄이다./ 아니다, 웃을 때는 그들의 입에 달빛이 있다. 달이야긴기보다./ 아, 하다못해 오늘 밤만 등불을 보려무나.// 거리 뒷간 유리창에도/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

달아 / 이상화
달아!/ 하늘 가득히 서러운 안개 속에/ 꿈 모디기같이 떠도는 달아/ 나는 혼자/ 고요한 오늘밤을 들창에 기대어/ 처음으로 안 잊히는 그이만 생각는다./ 달아!/ 너의 얼굴이 그이와 같네/ 언제 보아도 웃던 그이와 같네/ 착해도 보이는 달아/ 만져/ 보고 싶은 달아/ 잘도 자는 풀과 나무가 예사롭지 않네./ 달아!/ 나도 나도/ 문틈으로 너를 보고/ 그이 가깝게 있는 듯이/ 야릇한 이 마음 안은 이대로/ 다른 꿈은 꾸지도 말고 단잠에 들고 싶다./ 달아!/ 너는 나를 보네/ 밤마다 솟치는 그이 눈으로-/ 달다 달아/ 즐거운 이 가슴이 아프기 전에/ 잠재워 다오- 내가 내가 자야겠네.//

무제 / 이상화
오늘 이 길을 밟기까지는/ 아,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 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 그를 생각는 오늘이 쓰리고 아프다.// 헛 웃음 속에 세상이 잊어지고/ 끄을리는데 사람이 산다면/ 검아, 나의 신령을 돌멩이로 만들어 다오,/ 제 사리의 길은 제 찾으려는 그를 죽여 다고.// 참 웃음의 나라를 못 밟을 나이라면/ 차라리 속 모르는 죽음에 빠지련다./ 아, 멍들고 이울어진 이 몸은 묻고/ 쓰린 이 아픔만 품 깊이 안고 죽으련다.//

초혼(招魂) / 이상화
서럽다, 건망증이 든 도회(都會)야!/ 어제부터 살기조차 다 ―― 두었대도/ 몇백 년 전 네 몸이 생기던 옛 꿈이나마나/ 마지막으로 한 번은 생각코나 말아라./ 서울아, 반역이 낳은 도회야!//

구루마꾼 / 이상화
「날마다 하는 남부끄러운 이 짓을/ 너희들은 예사롭게 보느냐?」고/ 웃통도 벗은 구루마꾼이/ 눈 붉혀 뜬 얼굴에 땀을 흘리며/ 아낙네의 아픔도 가리지 않고/ 네거리 위에서 소 흉내를 낸다.//

겨울 마음 / 이상화
물장수가 귓속으로 들어와 내 눈을 열었다./ 보아라!/ 까치가 뼈만 남은 나뭇가지에서 울음을 운다./ 왜 이래?/ 서리가 덩달아 추녀끝으로 눈물을 흘리는가./ 내야 반가웁기만 하다. 오늘은 따스하겠구나.//

농촌의 집 / 이상화
아버지는 지게 지고 논밭으로 가고요/ 어머니는 광지고 시냇가로 갔어요/ 자장자장 울지마라 나의 동생아/ 네가 울면 나 혼자서 어찌 하라냐.// 해가 저도 어머니는 왜 오시지 않나/ 귀한 동생 배고파서 울기만 합니다./ 자장자장 울지 마라 나의 동생아/ 저기저기 돌아오나 마중 가보자.//

빈촌의 밤 / 이상화
봉창 구멍으로/ 나르으ㄴ하여 조으노라./ 깜작이는 호롱불/ 햇빛을 꺼리는 늙은 눈알처럼/ 세상 밖에서 앓는다, 앓는다.// 아, 나의 마음은/ 사람이란 이렇게도/ 광명을 그리는가./ 담조차 못 가진 거적문 앞에를/ 이르러 들으니 울음이 돌더라.//

말세의 희탄 / 이상화
저녁의 피 묻은 동굴(洞窟)속으로/ 아- 밑 없는 그 동굴(洞窟) 속으로/ 끝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나는 꺼꾸러지련다./ 나는 파묻히련다./ 가을의 병든 미풍(微風)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微風)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 취한 집을 세우련다./ 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 1922년 『백조』 창간호에 발표

청년 / 이상화
청년 - 그는 동망 - 제대로 노니는 향락의 임자/ 첫여름 돋는 해의 혼령일러라.// 흰옷 입은 내 어느덧 스물 젊음이어라,/ 그러나 이 몸은 울음의 왕이어라.// 마음은 하늘 가를 날으면서도/ 가슴은 붉은 땅을 못 떠나노라.// 바람도 기쁨도 어린애 잠꼬대로/ 해 밑에서 밤자리로 (6자 미상)// 청년 - 흰옷 입은 나는 비수의 임자,/ 느껴울 빚은 술의 생명일러라//

바다의 노래 -나의 넋, 물결과 어우러져 동해(東海)의 마음을 가져 온 노래 / 이상화
내게로 오너라, 사람아 내게로 오너라./ 병든 어린애의 헛소리와 같은/ 묵은 철리(哲理)와 낡은 성교(聖敎)는 다 잊어버리고/ 애통(哀痛)을 안은 채 내게로만 오너라./ 하느님을 비웃을 자유(自由)가 여기에 있고/ 늙어지지 안는 청춘(靑春)도 여기에 있다./ 눈물 젖은 세상을 버리고 웃는 내게로 와서/ 아 생명(生命)이 변동(變動)에만 있음을 깨쳐보아라.//

              선구자의 노래 / 이상화

  나는 남 보기에 미친 사람이란다마는/
  내 알기엔 참된 사람이노라./
  나를 아니꼽게 여길 이 세상에는/
  살려는 사람이 많기도 하여라./
  오, 두려워라 부끄러워라/ 그들의 꽃다운 살이가 눈에 보인다./
  행여나 내 목숨이 있기 때문에/
  그 살림을 못살까- 아 죄롭다./
  내가 알음이 적은가 모름이 많은가./
  내가 너무 어리석은가 슬기로운가./
  아무래도 내하고 싶음은 미친 짓뿐이라/
  남의 꿀 듣는 집을 문훌지 나도 모른다./
  사람아 미친 내 뒤를 따라만 오너라/
  나는 미친 흥에 겨워 죽음도 뵈 줄 테다.//


마음의 꽃 / 이상화
오늘을 넘어선 가리지 말라!/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오는 때를 보려는 미리의 근심도……./ 아, 침묵(沈黙)을 품은 사람아 목을 열어라./ 우리는 아무래도 가고는 말 나그넬러라./ 젊음의 어둔 온천에 입을 적셔라./ 춤추어라, 오늘만의 젖가슴에서/ 사람아, 앞뒤로 헤매지 말고/ 짓태워 버려라!/ 그을려 버려라!/ 오늘의 생명(生命)은 오늘의 끝까지만-/ 아, 밤이 어두어 오도다./ 사람은 헛것일러라./ 때는 지나가다./ 울음의 먼 길 가는 모르는 사이로-/ 우리의 가슴 복판에 숨어서는/ 열푸른 마음의 꽃아 피어버려라./ 우리는 오늘을 기리며 먼 길 가는 나그렐러라.//

곡자사 / 이상화
웅희야! 너는 갔구나./ 엄마가 뉜지 아빠가 뉜지/ 너는 모르고 어디로 갔구나.// 불쌍한 어미를 가졌기 때문에/ 가난한 아비를 두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달보다 잘 났던 우리 웅희야/ 부처님보다도 착하던 웅희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꼬.// 그러께 팔월에 네가 간 뒤/ 그 해 시월에 내가 갇히어/ 네 어미 간장을 태웠더니라.// 지나간 오월에 너를 업고서/ 네 어미가 정신도 못차린 첫 칠날/ 네 아비는 또다시 갇히었더니라.// 그런 뒤 오온 한 해도 못 되어/ 갖은 꿈 온갖 힘 다 쓰려던/ 이 아비를 바리고 너는 갔구나.// 불쌍한 속에서 네가 태어나/ 불쌍한 한숨에 휩쌔고 말 것/ 어미 아비 두 가슴에 못이 박힌다.// 말 못하던 너일망장 잘 웃기 따에/ 장차는 어려움없이 잘 지내다가/ 사내답게 한평생을 마칠 줄 알았지.// 귀여운 네 발에 흙도 못 묻혀/ 몹쓸 이런 변이 우리에게 온 것/ 아, 마른 하늘 벼락에다 어이 견주라.// 너를 위해 얽던 꿈 어디 쓰고/ 네게만 쏟던 사랑 어디 줄꼬./ 웅희야, 제발 다시 숨쉬어 다오.// 하루 해를 네 곁에서 못 지내 본 것/ 한 가지도 속시원히 못해 준 것/ 감옥방 판자벽이 얼마나 울었던지// 웅희야! 너는 갔구나/ 웃지도 울지도 꼼짝도 않고.// 불쌍한 선물로 설움을 끼고/ 가난한 선물로 몹쓸 병 안고/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하늘보다 더 미덥던 우리 웅희야/ 이 세상엔 하나밖에 없던 웅희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고 ――//
* 이상화의 후기 시경향이 잘 드러나는 작품

극단 / 이상화
펄떡이는 내 신령이 몸부림치며/ 어제 오늘 몇 번이나 발버둥질하다./ 쉬지 않는 타임은 내 울음 뒤로/ 흐르도다 흐르도다 날 죽이려 흐르도다./ 별빛이 달음질하는 그 사이로/ 나뭇가지 끝을 바람이 무찌를 때/ 귀뚜라미 왜 우는가 말없는 하늘을 보고?/ 이렇게도 세상은 야밤에 있어라./ 지난해 지난날은 그 꿈속에서/ 나도 몰래 그렇게 지나 왔도다./ 땅은 내가 디딘 땅은 몇 번 궁구려/ 아 이런 눈물 골짝에 날 던졌도다./ 나는 몰랐노라 안일(安逸)한 세상이 자족(自足)에 있음을/ 나는 몰랐노라 행복(幸福)된 목숨이 굴종(屈從)에 있음을/ 그러나 새 길을 찾고 그 길을 가다가/ 거리에서도 죽으려는 내 신령은 너무도 외로워라./ 자족(自足) 굴종(屈從)에서 내 길을 찾기보담/ 남의 목숨에서 내 살이를 얽매기보다/ 오 차라리 죽음- 죽음이 내 길이노라./ 다른 나라 새살이로 들어갈 그 죽음이!/ 그러나 이 길을 밟기까지는/ 아 그날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 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 그를 생각는 그때가 쓰리고 아프다./ 가서는 오지 못할 이 목숨으로/ 언제든지 헛웃음 속에만 살려거든/ 검아 나의 신령을 돌멩이로 만들어 다오/ 개천 바닥에 썩고 있는 돌멩이로 만들어 다오.//

조소 / 이상화
두터운 이불을/ 포개 덮어도,/ 아직 추운/ 이 겨울밤에,/ 언 길을 밟고 가는/ 장돌림, 봇짐장사/ 재 너머 마을/ 저자 보러/ 중엉거리며,/ 헐떡이는 숨결이,/ 아――/ 나를 보고, 나를/ 비웃으며 지난다.//

서러운 해조(諧調) / 이상화
하이얗던 해는/ 떨어지려 하여/ 헐떡이며/ 피 뭉텅이가 되다.// 새빨갛던 마음은/ 늙어지려 하여/ 곯아지며/ 굼벵이 집이 되다.// 하루 가운데/ 오는 저녁은/ 너그럽다는 하늘의/ 못 속일 멍통일러라.// 일생 가운데/ 오는 젊음은/ 복스럽다는 인간의/ 못 감출 설움일러라.//
* 1940년 4월 《문장》 25호에 발표

가을의 풍경 / 이상화
맥풀린 햇살에 번쩍이는 나무는 선명하기 동양화일러라./ 흙은 아낙네를 감은 천아융(天鵝絨) 허리띠같이 따스워라.// 무거워가는 나비 나래는 드물고도 쇠하여라./ 아, 멀리서 부는 피리 소린가? 하늘 바다에서 헤엄질치다.// 병들어 힘없이도 섰는 잔디풀 – 나뭇가지로/ 미풍의 한숨은 가는(細) 목을 매고 껄떡이어라.// 참새 소리는 제 소리의 몸짓과 함께 가볍게 놀고/ 온실 같은 마루 끝에 누운 검은 괴의 등은 부드럽기도 기름져라.// 청춘을 잃어버린 낙엽은 미친 듯 나부끼어라./ 서럽고도 즐겁게 조을음 오는 적막이 더부렁거리다.// 사람은 부질없는 가슴에다 까닭도 모르는 그리움을 안고/ 마음과 눈으로 지나간 푸름의 인상을 허공에다 그리어라.//

파란비 / 이상화
파-란 비가 「초-ㄱ 초-ㄱ」명주 찢는 소리를 하고 오늘 낮부터 아직도 온다./ 비를 부르는 개구리 소리 어쩐지 을씨년스러워 구슬픈 마음이 가슴에 밴다./ 나는 마음을 다 쏟던 바느질에서 머리를 한 번 쳐들고는 아득한 생각으로 빗소리를 듣는다./ 「초-ㄱ 초-ㄱ」내 울음같이 훌쩍이는 빗소리야 내 눈에도 이슬비가 속눈썹에 듣는고나./ 날 맞도록 오기는 하는 파-란 비라고 서러움이 아니다./ 나는 이 봄이 되자 어머니와 오빠말고 낯선 다른 이가 그리워졌다./ 그러기에 나의 설움은 파-란 비가 오면서부터 남부끄러워 말은 못 하고 가슴 깊이 뿌리가 박혔다./ 매몰스런 파-란 비는 내가 지금 이와 같이 구슬픈지는 꿈에도 모르고 「초-ㄱ 초-ㄱ」나를 울린다.//

단조 (單調) / 이상화
비 오는 밤/ 가라앉은 하늘이/ 꿈꾸듯 어두워라./ 나뭇잎마다에서/ 젖은 속살거림이/ 끊이지 않을 때일러라./ 마음의 막다른/ 낡은 띠집에선/ 뉜지 모르나 까닭도 없어라./ 눈물 흘리는 적(笛) 소리만/ 가없는 마음으로/ 고요히 밤을 지우다./ 저-편에 늘어 서 있는/ 백양(白楊)나무 숲의 살찐 그림자에는/ 잊어버린 기억(記憶)이 떠돎과 같이/ 침울(沈鬱)-몽롱(曚朧)한/ 「캔버스」위에서 흐느끼다./ 아! 야릇도 하여라./ 야밤의 고요함은/ 내 가슴에도 깃들이다./ 벙어리 입술로/ 떠도는 침묵(沈默)은/ 추억(追憶)의 녹 낀 창(窓)을/ 죽일 숨쉬며 엿보아라./ 아! 자취도 없이/ 나를 껴안는/ 이 밤의 홑짐이 서러워라./ 비 오는 밤/ 가라앉은 영혼(靈魂)이/ 죽은 듯 고요도 하여라./ 내 생각의/ 거미줄 끝마다에서도/ 작은 속살거림은/ 줄곧 쉬지 않아라.//

비를 타고 / 이상화
사람만 다라와질 줄로 알았더니/ 필경에는 믿고 믿던 하늘까지 다라와졌다./ 보리가 팔을 벌리고 달라다가 달라다가/ 이제는 곯아진 몸으로 목을 댓자나 빠주고 섰구나!// 반갑지도 않은 바람만 냅다 불어/ 가엾게도 우리 보리가 달증이 든 듯이 노랗다./ 풀을 뽑느니 이렇게 손을 대 보느니 하는 것도/ 이제는 헛일을 하는가 싶어 맥이 풀려만진다!// 거름이야 죽을 판 살판 거루어 두었지만/ 비가 안 와서 ―― 원수 놈의 비가 오지 않아서/ 보리는 벌써 목이 말라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이렇게 한 장 동안만 더 간다면/ 그만 ―― 그만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구나!/ 하늘아, 한 해 열두 달 남의 일 해주고 겨우 사는 이 목숨아/ 곯아 죽으면 네 맘에 시원할 게 뭐란 말이냐./ 제발 빌자! 밭에서 갈잎 소리가 나기 전에/ 무슨 수가 나주어야 올해는 그대로 살아나가 보제!//

비를 다오 -농민의 정서를 읊조림 / 이상화
사람만 다라워진 줄로 알았더니/ 필경에는 믿고 믿던 하늘까지 다라워졌다/ 보리가 팔을 벌리고 달라다가 달라다가/ 이제는 곯아진 몸으로 목을 댓 자나 빠주고 섰구나!/ 반갑지도 않은 바람만 냅다 불어/ 가엾게도 우리 보리가 황달증이 든 듯이 노랗다/ 풀을 뽑느니 이장에 손을 대 보느니 하는 것도/ 이제야 헛일을 하는가 싶어 맥이 풀려만 진다!/ 거름이야 죽을판 살판 걸우며 두었지만/ 비가 안 와서- 원수 놈의 비가 오지 않아서/ 보리는 벌써 목이 말라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이렇게 한 장 동안만 더 간다면/ 그만- 그만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로구나!/ 하늘아 아 한 해 열두 달 남의 일 해주고 겨우 사는 이 목숨이/ 곯아 죽으면 네 맘에 시원할 게 뭐란 말이냐/ 제-발 빌자! 밭에서 갈잎 소리가 나기 전에/ 무슨 수가 나 주어야 올해는 그대로 살아 나가 보제!/ 다라운 사람 놈의 세상에 몹쓸 팔자를 타고나서/ 살도 죽도 못해 잘난 이 짓을 대대로 하는 줄은/ 하늘아! 네가 말은 안 해도 짐작이야 못 했것나/ 보리도 우리도 오장이 다 탄다 이라지 말고 비를 다오!//

폭풍우(暴風雨)를 기다리는 마음 / 이상화
오랜 오랜 옛적부터/ 아, 몇 백(百)년 몇 천(千)년 옛적부터/ 호미와 가래에게 등살을 벗기우고/ 감자와 기장에게 속 기름을 빼앗기인/ 산촌(山村)의 뼈만 남은 땅바닥 위에서/ 아직도 사람의 수확(收穫)을 바라고 있다./ 게으름을 빚어내는 이 늦은 봄날/ 「나는 이렇게도 시달렸노라……」/ 돌멩이를 내보이는 논과 밭-/ 거기에서 조으는 듯 호미질하는/ 농사짓는 사람의 목숨을 나는 본다./ 마음도 입도 없는 흙인 줄 알면서/ 얼마라도 더 달라고 정성껏 뒤지는/ 그들의 가슴엔 저주를 받을/ 숙명(宿命)이 주는 자족(自足)이 아직도 있다./ 자족(自足)이 시킨 굴종(屈從)이 아직도 있다./ 하늘에도 게으른 흰구름이 돌고/ 땅에서도 고달픈 침묵(沈黙)이 깔아진/ 오- 이런 날 이런 때에는/ 이 땅과 내 마음의 우울(憂鬱)을 부술/ 동해(東海)에서 폭풍우(暴風雨)나 쏟아져라- 빈다.//

그날이 그립다 / 이상화
내 생명의 새벽이 사라지도다./ 그립다, 내 생명의 새벽――설어라, 나 어릴 그 때도 지나간 검은 밤들과 같이 사라지려는도다./ 성녀의 피수포처럼 더러움의 손 입으로는 감히 대이기도 부끄럽던 아가씨의 목――젖가슴빛 같은 그때의 생명!// 아, 그날 그 때에는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봄빛을 머금고 움 돋던 나의 영이 저녁의 여울 위로 곤두치는 고기가 되어/ 술취한 물결처럼 갈모로 춤을 추고 꽃심의 냄새를 뿜는 숨결로 아무 가림도 없는 노래를 잇대어 불렀다.// 아, 그날 그 때에는 낮도 없이 밤도 없이 행복의 시내가 내개로 흘려서 은칠한 웃음을 만들어 내며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고 눈물이 나와도 쓰린 줄 몰랐다./ 내 목숨의 모두가 봄빛이기 때문에 울던 이도 나만 보면 웃어들 주었다.// 아, 그립다, 내 생명의 새벽――설어라, 나 어릴 그 때도 지나간 검은 밤들과 같이 사라지려는도다./ 오늘 성경 속의 생명수에 아무리 조촐하게 씻은 손으로도 감히 만지기에 부끄럽던 아가씨의 목――젖가슴빛 같은 그 때의 생명!//

원시적 읍울 / 이상화
방랑성(放浪性)을 품은 에머랄드 널판의 바다가 말없이 엎디였음이/ 산 머리에서 늦여름의 한낮 숲을 보는 듯- 조으는 얼굴일러라./ 짜증나게도 늘어진 봄날- 오후(午後)의 하늘이야 희기도 하여라./ 거기에선 이따금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어린애 숨결이 날려 오도다./ 사선(斜線) 언덕 위로 쭈그리고 앉은 두어 집 울타리마다/ 걸어 둔 그물에 틈틈이 끼인 조개 껍질은 머-ㄹ리서 웃는 이빨일러라./ 마을 앞으로 엎디어 있는 모래 길에는 아무도 없구나./ 지난밤 밤낚기에 나른하여- 낮잠의 단술을 마심인가보다./ 다만 두서넛 젊은 아낙네들이 붉은 치마 입은 허리에 광주리를 달고/ 바다의 꿈같은 미역을 걷으며 여울 돌에서 여울 돌로 건너만 간다./ 잠결에 듣는 듯한 뻐꾸기의 부드럽고도 구슬픈 울음소리에/ 늙은 삽사리 목을 뻗고 살피다간 다시 눈감고 졸더라./ 나의 가슴엔 갈매기 떼와 수평선(水平線)밖으로 넘어가는 마음과/ 넋잃은 시선(視線)-어느 것 보이지도 보려도 안는 물 같은 생각의 구름만 쌓일 뿐이어라.//

만주벌 / 이상화
만주벌 묵밭에 묵은 풀은/ 피맺힌 우리네 살림살이/ 회오리바람결 같은 신세/ 이 벌판 먼지가 되나 보다//

동경에서 / 이상화
- 1922년 가을/ 오늘이 다 되도록 일본(日本)의/ 서울을 헤매어도/ 나의 꿈은 문둥이 살기같은/ 조선(朝鮮)의 땅을 밟고 돈다./ 예쁜 인형(人形)들이 노는/ 이 도회(都會)의 호사(豪奢)로운/ 거리에서/ 나는 안 잊히는 조선의 하늘이/ 그리워 애달픈 마음에 노래만/ 무르노라./ 「동경(東京)」의 밤이 밝기는/ 낮이다-그러나 내게 무엇이랴!/ 나의 기억(記憶)은 자연(自然)이/ 준 등불 해금강(海金剛)의 달을/ 새로이 솟친다./ 색채(色彩)의 음향(音響)이 생활(生活)의/ 화려(華麗)로운 아롱사(紗)를 짜는-/ 예쁜 일본(日本)의 서울에서도 나는/ 암멸(暗滅)을 서럽게- 달게 꿈꾸노라./ 거룩한 단순(單純)의 상징체(象徵體)인/ 흰옷 그 너머 사는 맑은 네맘에/ 숯불에 손 데인 어린 아기의 쓰라림이/ 숨은 줄을 뉘라서 아랴!/ 벽옥(碧玉)의 하늘은 오직 네게서만/ 볼 은총(恩寵)받았던 조선(朝鮮)의 하늘아/ 눈물도 땅속에 묻고 한숨의 구름만이/ 흐르는 네 얼굴이 보고 싶다./ 아 예쁘게 잘 사는 「동경(東京)」의/ 밝은 웃음 속을 온 데로 헤매나/ 내 눈은 어둠 속에서 별과 함께/ 우는 흐린 호롱불을 넋없이 볼 뿐이다.//

이 해를 보내는 노래 / 이상화
「가뭄이 들고 큰물이 지고 불이 나고 목숨이 많이 죽은 올해이다. 조선 사람아, 금강산에 불이 났단 이 한 말이 얼마나 깊은 묵시인가. 몸서리치이는 말이 아니냐. 오, 하나님――사람의 약한 마음이 만든 도꺠비가 아니라 우리에게 힘을 주는 자연의 영정 하나뿐인 사람의 예지――를 불러 말하노니, 잘못 짐작은 갖지 말고 보아라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조선 사람의 가슴마다에 숨어 사는 모든 하나님들아!」// 하나님! 나는 당신께 돌려 보냅니다./ 속썩은 한숨과 피젖은 눈물로 이 해를 싸서/ 웃고 받을지 울고 받을지 모르는 당신께 돌려 보냅니다./ 당신이 보낸 이 해는 목마르던 나를 물에 빠져 죽이려다가/ 누더기로 겨우 가린 헐벗은 몸을 태우려도 하였고/ 주리고 주려서 사람끼리 원망타가 굶어 죽고 만 이 해를 돌려 보냅니다./ 하나님! 나는 당신께 묻잡으려 합니다./ 땅에 엎드려 하늘을 우러러 창잡은 손으로/ 밉게 들을지 섧게 들을지 모르는 당신께 묻잡으려 합니다./ 당신 보낸 이 해는 우리에게 「노아의 홍수」를 갖고 왔다가/ 그날의 「유황불」은 사람도 만들 수 있다 태워 보였으나/ 주리고 주려도 우리들이 못 깨쳤다 굶어 죽였던가 묻잡으려 합니다./ 아, 하나님!/ 이 해를 받으시고 오는 새해 아침부턴 벼락을 내려줍소./ 악도 선보담 더 착할 때 있음을 아옵든지 모르면 죽으리라.//
* 을축년 대홍수와 금강산 산불이 있었던 1925년을 보내며 쓴 시.

역천(逆天) / 이상화
이 때야말로 이 나라의 보배로운 가을철이다./ 더구나 그림도 같고 꿈과도 같은 좋은 밤이다./ 초가을 열 나흘 밤 열푸른 유리로 천장을 한 밤/ 거기서 달은 마중 왔다. 얼굴을 쳐들고 별은 기다린다. 눈짓을 한다./ 그리고 실낱 같은 길을 끄으며 바라노라 이따금 성화를 하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오를 밤에 좋아라 가고프지가 않다./ 아니다 나는 오늘 밤에 좋아라 보고프지도 않다.// 이런 때 이런 밤 이 나라까지 복지게 보이는 저 편 하늘을/ 햇살이 못 쪼이는 그 땅에 나서 가슴 밑바닥으로 못웃어 본 나는 선뜻만 보아도/ 철모르는 나의 마음 홀아비자식 아비를 따르듯 불 본 나비가 되어/ 꾀이는 얼굴과 같은 달에게로 웃는 이빨 같은 별에게로/ 옆도 모르고 뒤도 모르고 곤두치듯 줄달음질을 쳐서 가더니// 그리하야 지금 내가 어데서 무엇 때문에 이것을 하는지/ 그것조차 잊고서도 낮이나 밤이나 노닐 것이 두려웁다.// 걸림없이 사는 듯하면서도 걸림뿐인 사람의 세상...../ 아름다운 때가 오면 아름다운 그 때와 어울려 한뭉텅이가 못 되어지는 이 살이...../ 꿈과도 같고 그림 같고 어린이 마음 위와 같은 나라가 있어/ 아무리 불러도 멋대로 못 가고 생각조차 못 하게 지쳤을 떠는 이 설움./ 벙어리 같은 이 아픈 설움이 칡넝쿨같이 몇 날 몇 해나 얽히어 틀어진다.// 보아라 오늘 밤에 하늘이 사람 배반하는 줄 알았다./ 아니다 오늘 밤에 사람이 하늘 배반하는 줄도 알았다.//

가장 비통한 기욕(祈欲)​ -간도 이민을 보고 / 이상화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 가도다./ 잊음 속에 있는 간도와 요동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아가도다./ 자갈을 밥으로 해채를 마셔도/ 마구나 가졌으면 단잠을 얽을 것을-/ 인간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주린 목숨을 뺏어가거라!/ 아, 사노라, 사노라, 취해 사노라./ 자포 속에 있는 서울과 시골로/ 멍든 목숨 행여 갈까, 취해 사노라./ 어둔 밤 말없는 돌을 안고서/ 피울음 울어도 설움은 들릴 것을-/ 인간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취한 목숨, 죽여버려라!//

반딧불 / 이상화
보아라, 거기!/ 아아니, 또 여기// 까마득한 저문 바다 등대와 같이/ 짙어 가는 밤하늘에 별 낱과 같이/ 켜졌다 꺼졌다 깜박이는 반딧불.// 아, 철없이 뒤따라 잡으려 마라./ 장미꽃 향내와 함께 듣기만 하여라./ 아낙네의 예쁨과 함께 맡기만 하여라.//

지구 흑점의 노래 / 이상화
영영 변하지 않는다 믿던 해 속에도 검은 점이 돋혀/ ―― 세상은 수이 식고 말려 여름철부터 모르리라 ――/ 맞거나 말거나 덩달아 걱정은 하나마/ 죽음과 삶이 숨바꼭질하는 위태로운 땅덩이에서도/ 어째 여기만은 눈빠진 그믐밤조차 더 내려깔려/ 애닯은 목숨들이 ―― 길욱하게도 못 살 가엾은 목숨들이/ 무엇을 보고 어찌 살고 앙가슴을 뚜다리다 미쳐나 보았던가./ 아, 사람의 힘은 보잘 것 없다 건방지게 비웃고/ 구만층 높은 하늘로 올라가 사는/ 해 걱정을 함이야말로 주제넘다./ 대대로 흙만 파 먹으면 한같이 살려니 하던 것도/ ――우스꽝스런 도깨비에게 홀린 건 꿈이었구나――/ 알아야 겪어도 예사로 여겨만지는가./ 이미 밤이면 반딧불 같은 별이나마 나와는 주어야지/ 어째 여기만은 숨통 막는 구름조차 또 겹쳐끼어/ 울어도 쓸 데 없이 ―― 단 하루라도 살 듯 살아볼 거리 없이/ 무엇을 믿고 잊어 볼꼬, 땅바닥에 뒤궁굴다 죽거나 말것인가./ 아, 사람의 마음은 두렬 것 없다 만만하게 생각고/ 천 가지 갖은 지랄로 잘 까부리는 저 하늘을 둠이야말로 속 터진다.//

구고 이장 / 이상화
펄떡이는 내 신령이 몸부림치며/ 어제 오늘 몇 번이나 발버둥질하다./ 쉬지 않는 ‘타임’은 내 울음 뒤로/ 흐르도다, 흐르도다, 날 죽이려 흐르도다./ 별빛이 달음질하는 그 사이로/ 나뭇 가지 끝을 바람이 무찌를 때/ 귀뚜라미 왜 우는가, 말없는 한 울음 보고?/ 이렇게도 세상은 야밤에 있어라./ 지난해 지난날은 그 꿈속에서/ 나는 몰래 그렇게 지나왔도다./ 땅은, 내가 디딘 땅은 몇 번 궁굴려/ 아, 이런 눈물 골짝에 날 던졌도다./ 나는 몰랐노라, 안일한 세상이 자족에 있음을./ 나는 몰랐노라, 행복된 목숨이 굴종에 있음을./ 그러나 새 길을 찾고 그 길을 가다가/ 거리에서도 죽으려는 내 신령은 너무도 외로와라./ 자족 굴종에서 내 길을 찾기보담/ 남의 목숨에서 내 사리를 얽매기보담/ 오, 차라리 죽음, 죽음이 내 길이노라,/ 다른 나라 새 사리로 들어갈 그 죽음이!/ 그러나 이 길을 밟기까지는/ 아, 그날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 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 그를 생각는 그때가 쓰리고 아프다.//

저무는 놀안에서 -노인(勞人)의 구고(劬苦)를 읊조림 / 이상화
거룩하고 감사로운 이 동안이/ 영영 있게스리 나는 울면서 빈다./ 하루의 이 동안 저녁의 이 동안이/ 다만 하루만치라도 머물러 있게스리 나는 빈다.// 우리의 목숨을 기르는 이들/ 들에서 일깐에서 돌아오는 때다./ 사람아 감사의 웃는 눈물로 그들을 씻자/ 하늘의 하느님도 쫓아낸 목숨을 그들은 기른다.// 아 그들의 흘리는 땀방울이/ 세상을 만들고 다시는 움직인다./ 가지런히 뛰는 네 가슴속을 듣고 들으면/ 그들의 헐떡이던 거룩한 숨결을 네가 찾으리라.// 땀 찬 이마와 맥풀린 눈으로/ 괴로운 몸 움막집에 쉬러 오는 때다./ 사람아 마음의 입을 열어 그들을 기리자/ 하느님 무덤 속에서 살아옴에다 어찌 견주랴.// 거룩한 저녁 꺼지려는 이 동안에 나 혼자 울면서 노래 부른다./ 사람이 세상의 하느님을 알고 섬기게스리 나는 노래 부른다.//

허무교도(虛無敎徒)의 찬송가(讚頌歌) / 이상화
오를지어다. 있다는 너희들의 천국(天國)으로-/ 내려보내라. 있다는 너희들의 지옥(地獄)으로 -/ 나는 하느님과 운명(運命)에게 사로잡힌 세상을 떠난,/ 너희들의 보지 못할 머-ㄴ 길 가는 나그네일다!// 죽음을 가진 뭇떼여! 나를 따라라!/ 너희들의 청춘(靑春)도 새 송장의 눈알처럼 쉬 꺼지리라./ 아! 모든 신명(神明)이여, 사기사(詐欺師)들이여, 자취를 감추어라./ 허무(虛無)를 깨달은 그때의 칼날이 네게로 가리라./ 나는 만상(萬象)을 가리운 가장(假粧) 너머를 보았다./ 다시 나는, 이 세상의 비부(秘符)를 혼자 보았다./ 그는 이 땅을 만들고 인생(人生)을 처음으로 만든 미지(未知)의 요정(妖精)이 저에게 반역(叛逆)할까 하는 어리석은 뜻으로/ 「모든 것이 헛것이다」적어둔 그 비부(秘符)를// 아! 세상에 있는 무리여! 나를 믿어라./ 나를 따르지 않거든, 속썩은 너희들의 사랑을 가져가거라./ 나는 이 세상에서 빌어 입은 「숨기는 옷」을 벗고/ 내 집 가는 어렴풋한 직선(直線)의 위를 이제야 가려함이다.// 사람아! 목숨과 행복(幸福)이 모르는 새 나라에만 있도다./ 세상은 죄악(罪惡)을 뉘우치는 마당이니/ 게서 얻은 모-든 것은 목숨과 함께 던져버려라./ 그때야, 우리를 기다리던 우리 목숨이 참으로 오리라.//

나는 해를 먹다 / 이상화
구름은 차림옷에 놓기 알맞아 보이고/ 하늘은 받다같이 깊다란하다.// 한낮 뙤약볕이 쬐는지도 모르고/ 온 몸이, 아니 넋조차 깨온 아찔하여지도록/ 뼈져리는 좋은 맛에 자지러지기는/ 보기 좋게 잘도 자란 과수원의 목거지다.// 배추 속처럼 핏기 없는 얼굴에도/ 푸른 빛이 비치어 생기를 띠고/ 더구나 가슴에는 깨끗한 가을 입김을 안은 채/ 능금을 부수노라 해를 지우나니.// 나뭇가지를 더우잡고 발을 뻗기도 하면서/ 무성한 나뭇잎 속에 숨어 수줍어하는/ 탐스럽게도 잘도 익은 과일을 찾아/ 위태로운 이 짓에 가슴을 조이는 이 떄의 마음 저 하늘같이 맑기도 하다.// 머리가닥 같은 실바람이 아무리 나부껴도/ 메밀꽃밭에 춤추던 벌들이 아무리 울어도/ 지는 날 예쁜이들 그리어 살며시 눈물지는,/ 그런 생각은 꿈 밖에 꿈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남의 과일밭에 몰래 들어가/ 험상스런 얼굴과 억센 주먹을 두려워하면서/ 하나 둘 몰래 훔치던 어릴 적 철없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자/ 그립고 우습고 죄 없던 그 기쁨이 오늘에도 있다.// 부드럽게 쌓여 있는 이랑의 흙은/ 솥뚜껑을 열고 밥김을 맡는 듯 구수도 하고/ 나무에 달린 과일――푸른 그릇에 담긴 깍두기같이/ 입안에 맑은 침을 자아내나니.// 첫 가을! 금호강 굽이쳐 흐르고/ 이 벌판 한가운데 주저앉아서/ 두 볼이 비자웁게 해 같은 능금을 나는 먹는다.//
* 1935년 『조광』 2호에 발표

대구 행진곡 / 이상화
앞으로는 비슬산(琵瑟山) 뒤로는 팔공산(八空山)/ 그 복판을 흘러가는 금호강 물아/ 쓴 눈물 긴 한숨이 얼마나 쌧기에/ 밤에는 밤 낮에는 낮 이리도 우나/ 반 남아 무너진 달구성(達句城) 옛터에나/ 숲 그늘 우거진 도수원(刀水園) 놀이터에/ 오고가는 사람이 많기야 하여도/ 방천(防川)둑 고목(古木)처럼 여윈 이 얼마랴/ 넓다는 대구(大邱) 감영 아무리 좋대도/ 웃음도 소망도 빼앗긴 우리로야/ 님조차 못 가진 외로운 몸으로야/ 앞뒤뜰 다 헤매도 가슴이 답답타/ 가을밤 별같이 어여쁜 이 있거든/ 착하고 귀여운 술이나 부어 다고/ 숨가쁜 이 한밤은 잠자도 말고서/ 달 지고 해 돋도록 취해나 볼 테다.//

지반정경(池畔靜景) -파계사(把溪寺) 용소(龍沼)에서 / 이상화
능수버들의 거듭 포개인 잎 사이에서/ 해는 주등색(朱橙色)의 따사로운 웃음을 던지고/ 깜푸르게 몸 꼴 꾸민, 저편에선/ 남 모르게 하는 바람의 군소리- 가만히 오다./ 나는 아무 빛깔에도 없는 욕망(慾望)과 기원(祈願)으로/ 어디인지도 모르는 생각의 바다 속에다/ 원무(圓舞) 추는 혼령(魂靈)을 뜻대로 보내며/ 여름 우수(憂愁)에 잠긴 풀 사잇길을 오만(傲慢)스럽게 밟고 간다./ 우거진 나무 밑에 넋빠진 네 몸은/ 속마음 깊게- 고요롭게- 미끄러우며/ 생각에 겨운 눈물과 같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빈 꿈을 얽매더라./ 물위로 죽은 듯 엎디어 있는/ 끝도 없이 열푸른 하늘의 영원성(永遠性)품은 빛이/ 그리는 애인(愛人)을 뜻밖에 만난 미친 마음으로/ 내 가슴에 나도 몰래 숨었던 나라와 어우러지다./ 나의 넋은 바람결의 구름보다도 연약(軟弱)하여라/ 잠자리와 제비 뒤를 따라, 가볍게 돌며/ 별나라로 오르다- 갑자기 흙 속으로 기어들고/ 다시는 해묵은 낙엽(落葉)과 고목(古木)의 거미줄과도 헤매이노라./ 저문 저녁에, 쫓겨난 쇠북 소리 하늘 너머로 사라지고 이 날의 마지막/ 놀이로 어린 고기들 물놀이 칠 때/ 내 머리 속에서 단잠 깬 기억(記憶)은 새로이 이곳 온 까닭을 생각하노라./ 이곳이 세상 같고, 내 한 몸이 모든 사람 같기도 하다!/ 아 너그럽게도 숨막히는 그윽함일러라 고요로운 설움일러라.//

비갠 아침 / 이상화
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 동편 하늘이 이제야 불그레하다./ 기다리는 듯 고요한 이 땅 위로/ 해는 점잖게 돋아 오른다.// 눈부시는 이 땅/ 아름다운 이 땅/ 내야 세상이 너무도 발고 깨끗해서/ 발을 내밀기에 황송만 하다.// 해는 모든 것에서 젖을 주었나 보다./ 동무여, 보아라,/ 우리의 앞뒤로 있는 모든 것이/ 햇살의 가닥 ―― 가닥을 잡고 빨지 않느냐.// 이런 기쁨이 또 있으랴./ 이런 좋은 일이 또 있으랴./ 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 아, 오늘의 우리 목숨은 복스러워도 보인다.//

새 세계(世界) / 이상화
나는 일찍 이 세상 밖으로/ 남 모를 야릇한 나라를 찾던 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넘치는 만족(滿足)으로/ 나의 발치에서 놀라고 있노라./ 이제는 내가 눈앞에 사랑을 찾고/ 가마득한 나라에선 찾지 않노라,/ 햇살에 그을은 귀여운 가슴에/ 그 나라의 이슬이 맺혀 있으니./ 무지갯발과 같이 오고 또 가고/ 해와 함께 허공(虛空)의 호흡(呼吸)을 쉬다가/ 저녁이면 구슬 같이 반짝이며/ 달빛과 바람과 어우러지도다./ 저무는 저녁 입술 내 이마를 태우고/ 밤은 두 팔로 나를 안으며,/ 옛날의 살틋한 맘 다 저버리지 않고/ 하이얀 눈으로 머리 굽혀 웃는다./ 나는 꿈꾸는 내 눈을 닫고/ 거룩한 광명(光明)을 다시 보았다./ 예전 세상이 그 때에 있을 때/ 우리가 사람을 잊지 않던 것처럼./ 이리하여 하늘에 있다는 모든 것이/ 이 세상에 다- 있음을 나는 알았다/ 어둠 속에서 본 한 가닥 햇살은/ 한낮을 꺼릴 만큼 갑절 더 밝다./ 이래서 내 마음 이 세상이 즐거워/ 옛적 사람과 같이 나눠 살면서/ 은(銀)가루 안개를 온 몸에 두르고/ 무르익은 햇살에 그을리노라.//

               방문 거절 / 이상화

아 내맘의잠근문을, 뚜다리는이여, 네가누냐?이어둔밤에/ <영예!>/ 방두께살자는영예여!너거든 오지말어라/ 나는네게서 오즉가엽슨선웃음을볼뿐이로라.//

아 벙어리입으로 문만두다리는이여, 너는누냐?이어둔밤에/ <생명!>/ 독갑이노래하자는목숨아, 너는돌아가거라,/ 네가주는것 다맛 내가슴을썩힌곰팡뿐일너라.//

아 아즉도문을뚜다리는이여! 이어둔밤에/ <애련!>/ 불노리하자는사랑아, 네거든 와서낙거가거라/ 내겐너줄, 오직 네병든몸속에, 누은넉뿐이로라.//

 


이중(二中)의 사망(死亡) -가서 못 오는 박태원(朴泰元)의 애틋한 영혼(靈魂)에게 바침 / 이상화
죽음일다!/ 성난 해가 이빨을 갈고/ 입술은 붉으락푸르락 소리 없이 훌쩍이며/ 유린(蹂躪)받은 계집같이 검은 무릎에 곤두치고 죽음일다!/ 만종(晩鐘)의 소리에 마구를 그리워 우는 소-/ 피난민(避難民)의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찾는 새-/ 다-검은 농무(濃霧)의 속으로 매장(埋葬)이 되고/ 대지(大地)는 침묵(沈默)한 뭉텅이 구름과 같이 되다!/ 「아, 길 잃은 어린 양(羊)아, 어디로 가려느냐/ 아, 어미 잃은 새 새끼야, 어디로 가려느냐」/ 비극(悲劇)의 서곡(序曲)을 리프레인하듯/ 허공(虗空)을 지나는 숨결이 말하더라./ 아, 도적놈의 죽일 숨 쉬 듯한 미풍(微風)에 부딪쳐도/ 설움의 실패꾸리를 풀기 쉬운 나의 마음은/ 하늘 끝과 지평선(地平線)이 어둔 비밀실(秘密室)에서 입맞추다./ 죽은 듯한 그 벌판을 지나려 할 때 누가 알랴./ 어여쁜 계집의 씹는 말과 같이/ 제 혼자 지즐대며 어둠에 끓는 여울은 다시 고요히/ 농무(濃霧)에 휩싸여 맥(脈)풀린 내 눈에서 껄덕이다./ 바람결을 안으려 나부끼는 거미줄같이/ 헛웃음 웃는 미친 계집의 머리털로 묶은-/ 아, 이내 신령의 낡은 거문고 줄은/ 청철(靑鐵)의 옛 성문(城門)으로 닫힌 듯한 얼빠진 내 귀를 뚫고/ 울어들다- 울어들다- 울다가는, 다시 웃다-/ 악마(惡魔)가 야호(野虎)같이 춤추는 깊은 밤에/ 물방앗간의 풍차(風車)가 미친 듯 돌며/ 곰팡이 슬은 성대(聲帶)로 목 메인 노래를 하듯……!/ 저녁 바다의 끝도 없이 몽롱(朦朧)한 머-ㄴ 길을/ 운명(運命)의 악지바른 손에 끄을려 나는 방황(彷徨)해 가는도다./ 남풍(嵐風)에 돛대 꺽인 목선(木船)과 같이 나는 방황(彷徨)해 가는도다./ 아, 인생의 쓴 향연(響宴)에 부름 받은 나는 젊은 환몽(幻夢)의 속에서/ 청상(靑孀)의 마음 위와 같이 적막(寂寞)한 빛의 음지(陰地)에서/ 구차(柩車)를 따르며 장식(葬式)의 애곡(哀曲)을 듣는 호상객(護喪客)처럼-/ 털 빠지고 힘없는 개의 목을 나도 드리우고/ 나는 넘어지다- 나는 거꾸러지다!/ 죽음일다!/ 부드럽게 뛰노는 나의 가슴이/ 주린 빈랑(牝狼)의 미친 발톱에 찢어지고/ 아우성치는 거친 어금니에 깨물려 죽음일다!//

쓰러져 가는 미술관(美術館) -어려서 돌아간 인순의 신령에게 / 이상화
옛 생각 많은 봄철이 불타오를 때/ 사납게 미친 모-든 욕망(慾望)- 회환(悔恨)을 가슴에 안고/ 나는 널 속을 꿈꾸는 이불에 묻혔어라// 조각조각 흩어진 내 생각은 민첩하게도/ 오는 날 묵은 해 산 너머 구름 위를 더위잡으며/ 말못할 미궁(迷宮)에 헤맬 때 나는 보았노라// 진흙 칠한 하늘이 나직하게 덮여/ 야릇한 그늘 끼인 냄새가 떠도는 검은 놀 안에/ 오 나의 미술관(美術館)! 네가 게서 섰음을 내가 보았노라// 내 가슴의 도장에 숨어사는 어린 신령아!/ 세상이 둥근지 모난지 모르던 그날그날/ 내가 네 앞에서 부르던 노래를 아직도 못 잊노라// 크레오파트라의 코와 모나리-자의 손을 가진/ 어린 요정(妖精)아! 내 혼을 가져간 요정(妖精)아!/ 가차운 먼 길을 밝고 가는 너야 나를 데리고 가라// 오늘은 임자도 없는 무덤- 쓰러져 가는 미술관(美術館)아/ 잠자지 않는 그날의 기억(記憶)을 안고 안고/ 너를 그리노라 우는 웃음으로 살다 죽을 나를 불러라//

오늘의 노래 / 이상화
나의 신령!/ 우울을 헤칠 그날이 왔다!/ 나의 목숨아!/ 발악을 해 볼 그 때가 왔다!// 사천 년이란 오랜 동안에/ 오늘의 이 아픈 권태 말고도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랴!/ 시기에서 난 분열과 게서 얻은 치욕이나 열정을 죽였고/ 새로 살아날 힘조차 뜯어 먹으려는 ――/ 관성이란 해골의 떼가 밤낮으로 도깨비 춤추는 것뿐이 아니냐?/ 아, 문둥이의 송장 뼈다귀보다도 더 무서운 이 해골을 태워 버리자!// 부끄러워라, 제 입으로도 거룩하다 자랑하는 나의 꿈은/ 안을 수 없는 이 괴롬을 피하려 잊으려/ 선웃음치고 하품만 몇 해째 속에서 조을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쉴 사이 없이 울며 가는 자연의 변화가 내 눈에 내 눈에 보이고/ 「죽지도 살지도 않는 너는 생명이 아니다」란 내 맘의 비웃음까지 들린다 들린다./ 아, 서리 맞은 배암과 같은 이 목숨이나마 끊어지기 전에/ 입김을 불어넣자, 핏물을 들여보자,/ 묵은 옛날은 돌아보지 말려고/ 김억을 무찔러 버리고/ 또 하루 못 살면서 먼 앞날을 좇아가려는 공상도 말아야겠다./ 게으름이 빚어낸 졸음 속에서 나올 것이란 죄 많은 잠꼬대뿐이니/ 오랜병으로 혼백을 잃은 나에게 무슨 놀라움이 되랴./ 애달픈 멸망의 해골이 되려는 나에게 무슨 영약이되랴./ 아, 오직 오늘의 하루로부터 먼첨 살아나야 겠다./ 그리하여 이 하루에서만 영원을 잡아 쥐고 이 하루에서 세기를 헤아리려/ 권태를 부수자! 관성을 죽이자!/ 나의 신령아!/ 우울을 헤칠 그날이 왔다./ 나의 목숨아!/ 발악을 해 볼 그 때가 왔다.//

금강송가(金剛頌歌) -중향성(衆香城) 향나무를 더우잡고 / 이상화
금강(金剛)! 너는 보고 있도다- 너의 쟁위(箏徫)로운 목숨이 엎디어 있는 가슴- 중향성(衆香城) 품속에서 생각의 용솟음에 끄을려 참회(懺悔)하는 벙어리처럼 침묵(沈黙)의 예배(禮拜)만 하는 나를!// 금강(金剛)! 아, 조선(朝鮮)이란 이름과 얼마나 융화(融和)된 네 이름이냐. 이 표현(表現)의 배경 의식(背景 意識)은 오직 마음의 눈으로만 읽을 수 있도다. 모-든 것이 어둠에 질식(窒息)되었다가 웃으며 놀라깨는 서색(曙色)의 영화(榮華)와 여일(麗日)의 신수(新粹)를 묘사(描寫)함에서- 게서 비로소 열정(熱情)과 미(美)의 원천(源泉)인 청춘(靑春)-광명(光明)과 지혜(智慧)의 자모(慈母)인 자유(自由)- 생명(生命)과 영원(永遠)의 고향(故鄕)인 묵동(默動)을 볼 수 있느니 조선(朝鮮)이란 지오의(指奧義)가 여기 숨었고 금강(金剛)이란 너는 이 오의(奧義)의 집중(集中) 통각(統覺)에서 상징화(象徵化)한 존재(存在)이여라.// 금강(金剛)! 나는 꿈속에서 몇 번이나 보았노라. 자연(自然)가운데의 한 성전(聖殿)인 너를- 나는 눈으로도 몇 번이나 보았노라. 시인(詩人)의 노래에서 또는 그림에서 너를- 하나, 오늘에야 나의 눈앞에 솟아 있는 것은 조선(朝鮮)의 정령(精靈)이 공간(空間)으론 우주(宇宙) 마음에 촉각(觸角)이 되고 시간(時間)으론 무한(無限)의 마음에 영상(映像)이 되어 경이(驚異)의 창조(創造)로 현현(顯現)된 너의 실체(實體)이어라.// 금강(金剛)! 너는 너의 관미(寬美)로운 미소(微笑)로써 나를 보고 있는 듯 나의 가슴엔 말래야 말 수 없는 야릇한 친애(親愛)와 까닭도 모르는 경건(敬虔)한 감사(感謝)로 언젠지 어느덧 채워지고 채워져 넘치도다. 어제까지 어둔 살이에 울음을 우노라- 때아닌 늙음에 쭈그러진 나의 가슴이 너의 자안(慈顔)과 너의 애무(愛撫)로 다리미질한 듯 자그마한 주름조차 볼 수 없도다.// 금강(金剛)! 벌거벗은 조선(朝鮮)- 물이 마른 조선(朝鮮)에도 자연(自然)의 은총(恩寵)이 별달리 있음을 보고 애틋한 생각- 보배로운 생각으로 입술이 달거라- 노래 부르노라.// 금강(金剛)! 오늘의 역사(歷史)가 보인 바와 같이 조선(朝鮮)이 죽었고 석가(釋迦)가 죽었고 지장미륵(地藏彌勒) 모든 보살(菩薩)이 죽었다. 그러나 우주(宇宙) 생성(生成)의 노정(路程)을 밟노라- 때로 변화(變化)되는 이 과도 현상(過度 現象)을 보고 묵은 그 시절(時節)의 조선(朝鮮) 얼굴을 찾을 수 없어 조선(朝鮮)이란 그 생성(生成) 전체가 죽고 말았다- 어리석은 말을 못하리라. 없어진 것이란 다만 묵은 조선(朝鮮)이 죽었고 묵은 조선(朝鮮)의 사람이 죽었고 묵은 네 목숨에서 곁방살이하던 인도(印度)의 모든 신상(神像)이 죽었을 따름이다. 항구(恒久)한 청춘(靑春)- 무한(無限)의 자유(自由)- 조선(朝鮮)의 생명(生命)이 종합(綜合)된 너의 존재(存在)는 영원(永遠)한 자연(自然)과 미래(未來)의 조선(朝鮮)과 함께 길이 누릴 것이다.// 금강(金剛)! 너는 사천여 년(四千餘年)의 오랜 옛적부터 퍼붓는 빗발과 몰아치는 바람에 갖은 위협(威脅)을 받으면서 황량(荒凉)하다. 오는 이조차 없던 강원(江原)의 적막(寂寞)속에서 망각(忘却) 속에 있는 듯한 고독(孤獨)의 설움을 오직 동해(東海)의 푸른 노래와 마주 읊조려 잊어버림으로 서러운 자족(自足)을 하지 않고 도리어 그 고독(孤獨)으로 너의 정열(情熱)을 더욱 가다듬었으며 너의 생명(生命)을 갑절 북돋우었도다.// 금강(金剛)! 하루 일찍 너를 찾지 못한 나의 게으름- 나의 둔각(鈍覺)이 얼마만치나 부끄러워, 죄스러워 붉은 얼굴로 너를 바라보지 못하고 벙어리 입으로 너를 바로 읊조리지 못하노라.// 금강(金剛)! 너는 완미(頑迷)한 물(物)도 허환(虛幻)한 정(精)도 아닌- 물(物)과 정(精)의 혼융체(混融體) 그것이며, 허수아비의 정(精)도 미쳐 다니는 동(動)도 아닌- 정(靜)과 동(動)의 화해기(和諧氣) 그것이다. 너의 자신(自身)이야말로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영혜(靈慧)가득 찬 계시(啓示)이여라. 억대조겁(億代兆劫)의 원각(圓覺) 덩어리인 시편(詩篇)이여라. 만물상(萬物相)이 너의 운융(運融)에서난 예지(睿知)가 아니냐 만폭동(萬瀑洞)이 너의 화해(和諧)에서난 선율(旋律)이 아니냐. 하늘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곤려(昆廬)- 미륵(彌勒) 네 생명(生命)의 승앙(昇昻)을 쏘이며 바다 밑까지 꿰뚫은 입담(入潭), 구룡(九龍)이 네 생명(生命)의 심삼(深渗)을 말 하도다.// 금강(金剛)! 아 너 같은 극치(極致)의 미(美)가 꼭 조선(朝鮮)에 있게 되었음이 야릇한 기적(奇蹟)이고 자그마한 내 생명(生命)이 어찌 네 애훈(愛熏)을 받잡게 되었음이 못 잊을 기적(奇蹟)이다. 너를 예배(禮拜)하려온 이 가운데는 시인(詩人)도 있었으며 도사(道師)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시인(詩人)들은 네 외포미(外包美)의 반쯤도 부르지 못하였고 그 도사(道師)들은 네 내재상(內在想)의 첫 길에 헤매다가 말았다.// 금강(金剛)! 조선(朝鮮)이 너를 뫼신 자랑- 네가 조선(朝鮮)에 있는 자랑- 자연(自然)이 너를 낳은 자랑- 이 모든 자랑을 속 깊이 깨치고 그를 깨친 때의 경이(驚異) 속에서 집을 얽매고 노래를 부를 보배로운 한 정령(精靈)이 미래(未來)의 조선(朝鮮)에서 나오리라. 나오리라.// 금강(金剛)! 이제 내게는 너를 읊조릴 말씨가 적어졌고 너를 기려줄 가락이 거칠어져 다만 내 가슴속에 있는 눈으로 내 마음의 발자국 소리를 내 귀가 헤아려 듣지 못할 것처럼- 나는 고요로운 황홀(恍惚)속에서-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은 손자와 같이 예절(禮節)과 자중(自重)을 못 차릴 네 웃음의 황홀(恍惚)속에서- 나의 생명(生命) 너의 생명(生命) 조선(朝鮮)의 생명(生命)이 서로 묵계(黙契)되었음을 보았노라 노래를 부르며 가벼우나마 이로써 사례를 아뢰노라. 아 자연(自然)의 성전(聖殿)이여! 조선(朝鮮)의 영대(靈臺)여!//

머-ㄴ 企待(기대) / 이상화
내아는 젊은가슴 모다 들ᄶᅥᆺ다/ 그우에 야윈손만 지랄을 친다./ ᄭᅡᆨ둑이갓튼 마음에다 눈물을 소닷서/ 병지난혀나 반가워할 열무김치가 되엿다./ 간맛을 돌리려 내민손들이 아즉도 히구나/ 소곰도 쥐기전에 바람결이 치워ᄯᅥᆫ다./ 곰팡쓰를봄쳘이 오곤말텐대 승겁은이ᄯᅡ위로야/ 먹성됴흘 저녀름ᄭᅡ지 자라겟다 ᄭᅮᆷ인들ᄭᅯ보랴./ 내사는 졂은ᄯᅢ가 너머츈탓인가/ 오늘 짐장할손은 코조차못봣다.//
* 1925년 창작하여 『문예운동』2호(1926.5)에 실린 작품으로 2012년 발굴

설어운 조화 / 이상화
일은봄 말업는 한울은/ 한숨을 지여보아도 나즌텬정과가티 가위만눌린다./ 낫고도놉흔 그한울로/ 솔개한마리가 제비가되여/ 「서울장안」우에서 점은쇠북을탁고 ᄯᅥ도라다니니/ 비웃는듯 세상을 조상하는가보다/ 일은봄 힘업는 이ᄯᅡᆼ은/ 발버둥을 쳐보아도 죽은무덤과가티 가위만눌린다.//
* 『문예운동』2호(1926.5)에 실린 작품으로, 2012년 발굴

기미년(己未年) / 이상화
이 몸이 제 아무리 부지런히 소원대로/ 어머님 못 모시니 죄스럽다 뵈올 적에/ 남야 허랑타 한들 내 아노라 우시던 일//
* 산문 ‘나의 어머니’에 실린 시조

 



이상화(李相和, 1901년~1943년) 시인, 작가, 독립운동가, 문학평론가, 번역문학가, 교육자, 권투 선수
경상북도 대구부 서문로 12번지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경주(慶州)이고, 호는 상화(尙火, 想華), 무량(無量), 백아(白啞)이다.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14세까지 큰아버지(이일우)에 의해 양육되었으며, 우현학교(교남학교로 발전했다가 현재 대구 대륜중학교, 대륜고등학교가 되었다.)에서 수학하였다. 1915년 경성부의 중앙학교(지금의 서울 중앙고등학)에 입학했으나 1918년 봄에 경성 중앙학교를 중퇴하고, 강원도 금강산 일대를 방랑하였다. 열아홉 되던 1919년 대구에서 3·1 운동 거사를 모의하다가 발각되어 피신하였으며, 1921년 잡지 백조의 동인이 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1922년 일본으로 건너가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귀국하였다. 귀국 이후 시와 소설 등 작품 활동과 평론 활동, 《개벽》, 《문예운동》, 《여명》, 《신여성》, 《삼천리》, 《별건곤》, 《조선문단》, 《조선지광》 등에 동인 활동을 하였다.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서 교남학교 교사로 재직 중 1938년에는 교남학교 권투부를 창설, 지도하였다.
1943년 초 갑자기 쓰러졌다가 그해 3월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4월 25일 오전 8시 45분 대구 자택에서 위암과 폐결핵과 장결핵의 합병증으로 43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이상화의 오랜 친구인 소설가 현진건도 같은 날 경성부에서 폐결핵과 장결핵의 합병증으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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