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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 / 양광모 나는/ 몰랐다// 인생이라는 나무에는/ 슬픔도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을//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펄럭이는 날개가 아니라 펄떡이는 심장이라는 것을// 진정한 비상이란/ 대지가 아니라 나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에는 창공을 날아오르는 모험보다/ 절벽을 뛰어내려야 하는 모험이 더 많다는 것을//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지만/ 희망이란 초대를 받아야만 찾아오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12월에는 봄을 기다리지 말고/ 힘껏 겨울을 이겨내려 애 써야 한다는 것을// 친구란 어려움에 처 했을때 나를 도와줄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내가 도와 줘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떤 사랑은 이별로 끝나지만/ 어떤 사랑은 이별 후에야 비로소 시작 된다는 것을//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지 알고 싶다면/ 그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된다는 것을// 시간을 멈출수 없지만/ 시계는 잠시 꺼 둘수 있다는 것을// 성공이란 종이비행기와 같아/ 접는 시간보다 날아다니는 시간이 더 짧다는 것을// 행복과 불행사이의 거리는/ 한 뼘에 불과 하다는 것을// 삶은/ 동사가 아니라 감탄사로 살아야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시 권하는 사회 / 양광모
아침이면, 절대로 ‘시’ 거르지 말거라/ 점심이면, 오늘 ‘시’는 뭐로 할까요?/ 저녁이면, 딱 ‘시’ 한 잔만 하고 가시죠/ 밤이면, 시장한데 ‘시’나 시킬까?/ 새벽마다 시인의 꿈속에서 시 권하는 사회의 여명이 밝아 오나니/ 여보시오, 우리 언제 만나 ‘시’나 한 귀같이 합시다.//
시인 / 양광모
시를 쓴다고/ 시인이겠나// 시집을 냈다고/ 시인이겠나// 사랑에 빠지면/ 시인이라네// 잠 못 이루면/ 시인이라네// 시처럼 살아야/ 시인인 게지// 그 영혼, 시가 되어야/ 시인인 게지//
초보시인 / 양광모
다 잡은/ 시어(詩魚) 놓쳤다고/ 사오십 자는/ 족히 넘는 월척이었다고/ 긴 밤 내 몸살 앓고/ 일어난 새벽// -시를 낚는 겐가, 세월을 낚는 게지// 한껏 목에 힘주며/ 원고지 흰 바다에 펜대 드리우는데/ 문득 들려오는/ 푸드덕 파드닥 소리/ 깜짝 놀라 어망 들여다볼 적에/ 아뿔싸, 시어(時魚) 냅다/ 도망가신다// 빈 그물엔/ 어, 어어, 어/ 감탄사만 남았네/ 그 시어(時魚)/ 팔구십 척은 족히 넘었을 텐데//
시인이 카페의 주인이라면 / 양광모
시인이 카페의 주인이라면/ 커피의 이름은 이렇게 바뀌었으리//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사랑/ 카라멜 마끼아또는 달콤한 첫키스/ 카페라떼는 부드러운 포옹/ 카푸치노는 향기로운 추억// 카페에 오면/ 사람들은 이리 말하겠지// 뜨거운 사랑 한 잔 주세요/ 달콤한 첫키스 두 잔 주세요// 사랑에는 관심없다고?/ 아이스커피는 식어버린 사랑//
커피 / 양광모
꽃도 아닌 것이/ 향기롭게 만들고// 술도 아닌 것이/ 취하게 만든다// 사랑도 아닌 것이/ 그립게 만들고// 인생도 아닌 것이/ 뜨겁게 만든다// 이깊고 은밀하고/ 진중한 것을// 무엇이라 부르랴/ 분명코 커피만은 아니리//
시낭송가를 위한 찬가 / 양광모
천상의 날개 접어놓고/ 순결한 뜻 이루기 위해/ 잠시 사람들의 세상으로 내려온 이여// 그대의 목소리는 백 가지 악기의/ 오케스트라보다 현란하고/ 그대의 눈빛은 천 년의 신비를 간직한/ 호수보다 맑으며/ 그대의 미소는 만송이 목련꽃보다/ 눈부시고/ 그대의 손짓은 영원속의 꿈결보다/ 부드럽도다// 이 세상 어떤 가난한 영혼도/ 그대가 들려주는 시 귀에 닿는 날이면/ 그의 상처에서는 새 살 돋아나고/ 그의 가슴에서는 사랑 피어나고/ 그의 주먹에서는 용기 힘차게 솟아 오르네// 시를 쓴다는 것은 슬픈 천형이지만/ 잠들어 있는 시에 생명 불어넣고/ 잠들어 있는 영혼 불타오르게 하는/ 시의 여신, 그대 있으니/ 그 운명 어찌 이겨내지 않으며/ 그 슬픔 어찌 견뎌내지 않으며/ 사랑의 시 어찌 노래하지 않으리// 이제 시인은 말하노니/ 시의 연인, 그대 있음에/ 세상은 더욱 맑아졌노라고/ 세상은 더욱 따뜻해졌노라고/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한 편의 시가/ 되었노라고// 신의 축복을 받은 이여/ 신의 축복을 전하는 이여// 그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까지/ 살아 있는 모든 시인과/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불꽃보다 뜨거운 사랑 받으라//
멈추지 마라 /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비상 / 양광모
재능이 부족하다고 걱정하지 마라/ 인생에서는 진로가 재능보다 중요하다/ 똑같은 볼펜이지만/ 메모지에 쓰면 낙서가 되고/ 일기장에 쓰면 일기가 되며/ 원고지에 쓰면 대본이 된다//
인생을 배움니다 / 양광모
월요일에는 꿈을 배웁니다/ 화요일에는 희망을 배웁니다/ 수요일에는 용기를 배웁니다/ 목요일에는 감사를 배웁니다/ 금요일에는 사랑을 배웁니다/ 토요일에는 용서를 배웁니다/ 일요일에는 부끄러움을 배웁니다// 벼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겸손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정 부끄럽기 때문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매일 인생을 배웁니다//
누군가 물어볼 지도 모릅니다 / 양광모
생의 마지막 날에/ 누군가 물어볼 지도 모릅니다/ 몇 사람이나 뜨겁게 사랑하였느냐/ 몇 사람이나 눈물로 용서하였느냐/ 몇 사람이나 미소로 용기를 주었느냐// 생의 마지막 날에/ 누군가에게 대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에/ 아무도 묻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오직 한 사람,/ 당신 자신에게는 대답해야만 할 것입니다/ 나는 한 번뿐인 삶을/ 정녕 온 힘을 다해 살았노라고.//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중독 / 양광모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것들이 있다// 커피/ 늪/ 그대 생각//
십분의 일 / 양광모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을 사랑한다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감사하는/ 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에게 고마워한다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사과하는/ 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에게 부끄러워한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용서하는/ 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을 너그러이 대한다면// 그대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찌 십 분의 일만큼만 따뜻해지랴// 그대여, 우리 영혼의 샛별이/ 어찌 십 분의 일만큼만 더 밝게 빛나랴//
가장 아름다운 사람 / 양광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태양은 당신의 미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당신의 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노래는 당신의 콧노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붉은/ 노을은 당신의 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풋풋한/ 과일은 당신의 입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날씬한/ 사슴은 당신의 목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나무는 당신의 어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들녘은 당신의 가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바람은 당신의 손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춤은 당신의 발걸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약속은 당신과의 만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당신의 숨소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보석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세상과도 바꿀 수 없는 당신입니다//
가장 위대한 시간 / 양광모
꽃은 언제 피어나는가/ 태양은 언제 떠오르는가/ 바람은 언제 불어오는가// 다시!// 사랑은 언제 찾아오는가/ 희망은 언제 솟아나는가/ 용기는 언제 생겨나는가// 또 다시!//
굿나잇 슬픔이여 / 양광모
슬픔이여 안녕!/ 과/ 안녕 슬픔이여!/ 는/ 다르지// 굿바이 내 사랑!/ 과/ 굿모닝 내 사랑!/ 이 다르듯// 나이를 먹었나봐 자꾸만/ 안녕 슬픔이여!/ 인사를 하네// 하하, 별 일이야 있으려고/ 굿나잇 슬픔이여!//
그대 가슴에 별이 있는가 / 양광모
그는 가슴에 별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가슴에 별이 없어/ 슬픈 사람이다// 우연히 바라본 밤하늘에/ 별똥별이 떨어질 때// 자신도 모르게 두 손 가지런히/ 모아지지 않는다면// 그는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별과 같은 사람이다// 그는 어두운 밤하늘을 홀로 떨어지는/ 별똥별 같은 사람이다// 가을이 와도 밤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아// 그대,/ 가슴에 별이 있는가//
새해 / 양광모
소나무는 나이테가 있어/ 더 굵게 자라고/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 더 높게 자라고/ 사람은 새해가 있어/ 더 굳게 자라 는 것/ 꿈은 소나무처럼 푸르게 뻗고/ 욕심은 대나무처럼/ 가볍게 비우며/ 새해에는 한 그루 아름드리 나무가 되라는 것//
그리운 어머니 / 양광모
서러운 날엔/ 서쪽 바다로 가네/ 노을이 있고/ 개펄이 있고/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곳/ 해질 무렵에야/ 노을 빛 얼굴로 돌아오시던/ 어머니, 이제 막 개펄에서/ 잡은 꼬막을 넣어 보글보글/ 된장찌개 맛있게 끓여 주실 테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어/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 밥상에 다가앉다가/ 왠지 그만 목이 꽉 메이겠지만// 서러운 날엔/ 서쪽 바다로 가네// 아직 내가 걸어가야 할 길 멀지만/ 그리운 어머니 서쪽 바다 일출 되어/ 내 발길 비춰주는 곳으로//
아우야 꽃 구경 가자 / 양광모 아우야 꽃구경 가자/ 오늘 핀 꽃 내일이면 지리니/ 시름일랑 꽃 진 후로 미루어 두고/ 아우야 꽃구경 가자/ 아우야 꽃세상 가자// 아우야 꽃따러 가자/ 바람 불면 저 꽃잎도 떨어져/ 눈물일랑 내일날로 미루어두고/ 아우야 꽃따러 가자/ 아우야 꽃세상 가자// 아우야 꽃처럼 살자/ 인생 백 년 밝은 날이 몇이랴/ 흐린 날도 마음에 꽃 활짝 피우며/ 아우야 꽃처럼 살자/ 아우야 꽃세상 살자// |
아내 / 양광모
장미꽃보다/ 아름답던 그 여인// 코스모스로/ 동백으로/ 목련으로/ 피고 지더니// 이제는 내 가슴속/ 무궁화 꽃 되었네//
부부를 위한 기도 / 양광모
부끄럽게 하소서/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에게/ 지지 않고 이기려 애쓰는 마음을// 기뻐하게 하소서/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의 뜻대로/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이 결정되는 것을// 용서하게 하소서/ 용서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것까지/ 참사랑의 힘으로 용서하기를// 시랑하게 하소서/ 지나간 추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고백으로/ 마지막 날까지 가슴 뛰며 사랑하기를// 기도하게 하소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아침 맑은 눈물로 기도하기를//
짝 / 양광모
짝이 있다는 건 좋은 일/ 숟가락이건/ 젓가락이건/ 신발이건/ 친구건/ 연인이건/ 새건/ 꽃이건/ 은행나무건/ 바퀴벌레건/ 슬픔이건/ 詩건/ 술잔이건/ 짝이 있다는 건 기쁜 일/ 그것은 이 서운하기 짝이 없는 우주에서 혼자는 아니라는 뜻일려니/ 오늘은 그대와. 그대의 짝을 위해/ 짝 짝 짝//
애인을 구합니다 / 양광모
애인을 구합니다// 까다롭거나 사람을 많이 가리는/ 성격은 아니므로/ 그저,/ 예쁘고/ 상냥하고/ 날씬하고/ 세련되고/ 섹시하고/ 지적이고/ 유머가 넘치고/ 미소가 아름답고/ 문학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멋지게 추고/ 음식을 맛있게 만들고/ 보석보다는 꽃을 더 좋아하고/ 신보다는 사람을 더 사랑하고/ 안주보다는 술을 더 잘 먹으며/ 무슨 말을 하던지 깔깔깔 잘 웃어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하늘처럼 생각하는 여자,// 그런 여자를/ 찾는다고 말하면/ 따뜻한 눈빛과 잔잔한 미소 지으며/ 꼭 찾아봐 주겠노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줄 그런 여자를 구합니다// 설마,/ 욕심이 과한 건 아니겠지요?// 일주일쯤 함께 술을 마시며/ 지구에서 10억 광년쯤 떨어진 B612 행성에/ 작은 살림방 하나 마련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의논을 주고받을까 하노니//
동행 / 양광모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따뜻한 일인가// 팔짱을 끼고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바람은 불고/ 꽃은 지고/ 지구는 빠르게 도는데//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고마웠노라 행복했느라/ 이 세상의 일 마치고 떠나는 날/ 작별의 인사 뜨겁게 나눌 사람 있다면/ 그의 인생은 또 얼마나 눈부신 동행인가//
너를 처음 만나던 날 / 양광모
내가 살아온/ 모든 봄날의/ 모든 꽃잎// 내가 살아온/ 모든 여름날의/ 모든 빗방울// 내가 살아온/ 모든 가을날의/ 모든 낙엽// 내가 살아온/ 모든 겨울날의/ 모든 눈송이// 너를 처음 만나던 날/ 일제히 쏟아져 내렸네/ 물론, 꿈만 같았지//
꿈속 그대 / 양광모
그대가 나비일런가/ 나비가 그대일런가/ 고운 날개 몸에 걸치니/ 꿈길 백리 꽃길 천리 열리네/ 향그런 바람 타고 날아오를 제/ 온 세상 꽃 수줍어 고개 숙이니/ 그대여 날개짓 조심하시오/ 내 가슴 속 태풍 불어온다네//
나의 그리움은 밤보다 깊어 / 양광모
그대를 사랑하기엔/ 하루가 짧고// 그대를 사랑하기엔/ 일생이 짧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 새벽 밝아 오니// 그대를 향한 그리움/ 밤보다 깊다.//
결국엔 만날 사람 / 양광모
내 가슴에/ 한 번은 만날 사람 있어요// 내 가슴에/ 결국엔 만날 사람 있어요// 그를 만나/ 영원보다 길게/ 태양보다 뜨겁게/ 운명보다 더 운명적으로/ 사랑 나눠야 할 사람 있어요// 만약 그가 끝끝내/ 만나지 못할 사람이었다 해도/ 내 가슴에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 있어요// 겨울이 길다고 어찌 봄이/ 오지 않을 것이라 믿을 수 있겠어요// 내 가슴에 한 번은/ 꼭 만나야 할 사람 있어요//
내 안에 머무는 그대 / 양광모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아침이 밝아왔는데/ 당신을 만난 후로는/ 사랑이 밝아옵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어둠이 밀려왔는데/ 당신을 만난 후로는/ 사랑이 밀려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 안에 머무는 그대/ 당신을 만난 후로는/ 사랑 안에 내가 머뭅니다//
내 안에 부는 바람 / 양광모
어떤 이는 팔 할이라도 말하고/ 어떤 이는 살아야겠다 말하고/ 어떤 이는 스치운다 말하지만/ 내 안에 부는 바람은 이리 말하네/ 날아올라라 저 하늘 끝까지/ 뛰어들어라 저 태양 속으로/ 잠들지 않는 내 안에 바람은/ 늘 그리 뜨겁게 속삭이네//
내 일생쯤 너에게 / 양광모
사무치다는/ 말 좋으다// 사랑에/ 사무쳐// 그리움에/ 사무쳐// 뼛속 깊이/ 사무쳐// 심장 깊이/ 사무쳐// 내 일생쯤 너에게/ 사무쳐 살아보고 싶다//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 양광모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슴에 촛불을 밝히는 것들이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슴에 촛불을 밝히는 것들이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꽃으로 피어나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안개로 밀려오고, 때로는 낙엽으로 떨어지고, 때로는 눈으로 쌓이면서/세월 흐른 뒤에야,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 양광모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지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더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 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 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 |
와온에 가거든 / 양광모
노을 몇 점 주우려 가는 도로에/ 촘촘한 간격으로 설치된/ 수십 개의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상처란 신이 만들어 놓은/ 생의 과속방지턱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았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야 한다는// 느릿느릿 도착한 와온 바다,/ 엄지손톱만 한 해가 수십만 평의/ 검은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섬 너머로 엉금엉금 지는 모습을 보자면/ 일생을 갯벌 게 구멍 속에서 지내도/ 생은 좋은 일만 같았다// 그대여, 와온에 가거든/ 갯벌 게 구멍 속에 느릿느릿 들어앉았다 오라/ 밀물이 들기까지 생은 종종 멈추어도 좋은 것이다//
갈증 / 양광모
내 살아오는 동안/ 수천 수만의 빗방울로/ 손과 얼굴을 씻었거늘/ 아직도 영혼에 때가 묻어 있는가// 내 살아오는 동안/ 수천 수만의 눈송이로/ 어깨와 등을 덮었거늘/ 아직도 영혼이 헐벗어 떨고 있는가// 생은 늦자락에 닿아가고/ 애태울 갈망도/ 이제야 남아있지 않으련만// 내 살아오는 동안/ 수만 수십만의 눈물로/ 가슴을 흥건히 적셨거늘/ 아직도 목말라 깊은 밤에 홀로 깨어나는가//
마음 꽃 / 양광모
꽃다운 얼굴은/ 한 철에 불과하나// 꽃다운 마음은/ 일생을 지지 않네// 장미꽃 백 송이는/ 일주일이면 시들지만// 마음꽃 한 송이는/ 백 년의 향기를 내뿜네//
너의 꽃말 / 양광모
진달래는 불타는 사랑/ 벚꽃은 흩날리는 이별/ 목련은 순결한 그리움/ 작은 꽃 한 송이,/ 너는 나의 운명// 진달래처럼 사랑하다/ 벚꽃처럼 이별해도/ 목련처럼 그리워할/ 너의 꽃말은,/ 나의 운명//
꽃으로 지고 싶어라 / 양광모
바람 한 점에/ 꽃잎 수십 점// 꽃잎 한 점에/ 시름 수십 점 흩어지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했어도/ 꽃으로 지고 싶은 봄날에는// 왜 사냐 건 웃지요/ 왜 웃냐 건 또 웃지요//
꽃을 모아 시를 쓰네 / 양광모
나는 예쁜 꽃들을 모아/ 시를 쓰네// 장미는 주어/ 백합은 목적어/ 목련은 형용사// 철쭉은 부사/ 국화는 동사// 코스모스는 토씨// 그러면 그 시는 꽃시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언약을 위해 바쳐지려니// 그 시를 건네는 사람의 손에/ 향기를 남기고/ 그 시를 받는 사람의 가슴에/ 꽃잎을 남기고/ 그 시를 주고받는 사람의 생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으리// 당신은 이것을 시적 비유라/ 생각할 테지만/ 나는 이것을 인생에 대한 지침이라/ 말하고 싶네// 꽃을 모아 시를 쓰듯이/ 맑은 마음을 모아/ 고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꽃잎이 모여 꽃이 됩니다 / 양광모
꽃잎이 모여 꽃이 됩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됩니다/ 햇살이 모여 노을이 됩니다/ 냇물이 모여 바다가 됩니다/ 미소가 모여 웃음이 됩니다/ 기쁨이 모여 행복이 됩니다/ 두 손이 모여 기도가 됩니다/ 너와 내가 모여 우리가 됩니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됩니다/ 작은 것이 모여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듭니다//
동백에게 죄를 묻다 / 양광모
동백꽃 피었다 질 제/ 선운사에 발길 닿았네/ 바람은 천 년/ 부처님 미소는 일만 년/ 나그네, 찻잔 들었다 놓아도/ 영겁의 시간 흐르건만/ 동백꽃, 불타던 가슴아/ 봄 한 철이 어인 덧없음이냐/ 사랑이 수이 짐이/ 네 탓이라 말하리//
목련꽃 피거든 / 양광모
순백의 웨딩드레스/ 곱게 차려 입은 봄의 신부// 한 잎 한 잎 옷을 벗어/ 백의의 침대 만드네// 뉘라서 저 장미 꽂보다 붉은/ 사랑 뿌리칠 수 있을까// 오늘도 목련꽃 아래 서성이며/ 베르테르는 로테를 기다리네// 사랑이여! 사랑이여!/ 목련꽃 피거든 모두 다 이루어지거라//
눈물 흘려도 돼 / 양광모
비 좀 맞으면 어때/ 햇볕에 옷 말리면 되지// 길가다 넘어지면 좀 어때/ 다시 일어나 걸어가면 되지// 사랑했던 사람 떠나면 좀 어때/ 가슴 좀 아프면 되지// 살아가는 게 슬프면 좀 어때/ 눈물 좀 흘리면 되지// 눈물 좀 흘리면 어때/ 어차피 울며 태어났잖아// 기쁠 때는 좀 활짝 웃어/ 슬플 때는 좀 실컷 울어// 누가 뭐라 하면 좀 어때/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이잖아//
다시 일어서는 삶 / 양광모
잠시 기다려 줄 수 있겠니/ 눈물이여 이별이여 죽음이여// 다시 돌아와 줄 수 있겠니/ 기쁨이여 사랑이여 영광이여// 다시 손 내밀어 줄 수 있겠니/ 순수여 자유여 정열이여// 다시 말해 줄 수 있겠니/ 희망이여 용기여 신념이여//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나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겠니/ 그대, 스스로 일어서야 할 나의 영혼이여//
달은 빛나건만 / 양광모
달이 밝으니/ 별이 빛을 잃고// 사랑이 깊으니/ 마음이 갈 곳을 잃네// 만월은 손가락 끝에 있건만/ 내 님은 어느 하늘 천 리 밖에 있는가//
인생 예찬 / 양광모 살아 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이 뛴다// 가난이야 오랜 벗이요/ 슬픔이야 한때의 손님이라//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
애평선愛平線 / 양광모
땅과 하늘이 만나/ 지평선을 만들고// 물과 하늘이 만나/ 수평선을 만들고// 나의 그리움과 너의 그리움이 만나/ 애평선을 만든다// 흐린 날, 더 멀리 보인다//
내 사랑 지지 않는다 / 양광모
꽃이 져도/ 나는 지지 않는다// 낙엽이 져도/ 나는 지지 않는다// 사랑이 져도/ 나는 지지 않는다// 사랑에 져도/ 나는 지지 않는다// 그 사람 지지 않는 한/ 내 사랑 지지 않는다//
내 사랑은 가끔 목놓아 운다 / 양광모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내 사랑은 가끔 목놓아 운다/ 내 사랑은 늘 목메어 운다// 사랑아,/ 사랑을 위해 사랑을 떠나온 사랑아// 꽃이라도 잎을 위해서는 져야만 하는 것/ 내 슬픈 목련 같은 사랑,/ 오늘도 흰 눈물 뚝뚝 떨어진다//
나는 참 떨리는 사랑을 / 양광모
그대를 만난 후/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커다란 바윗돌 쿵쿵/ 떨어지는 소리/ 누군가 첨벙첨벙/ 물위를 걸어오는 소리/ 문득, 문득, 들려오기에/ 이것이 사랑인가,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참 떨리는 사랑을 하고 있구나/ 생각할 때에 그대는 다시 더욱 커다란 바위가 되어//
사랑아 내 부르거든 / 양광모
사랑아,/ 내 부르거든/ 너 바람같이 달려 오거라// 천 리 길/ 가시덤불/ 산과 바다/ 뛰어 넘어// 사랑아,/ 내 찾거든/ 너 벼락같이 날아 오거라// 천당 길/ 지옥 길/ 여름과 겨울/ 뛰어 넘어// 사랑아,/ 내 목놓아 울거든/ 너 벼르던 운명처럼 다가 오거라//
사랑은 가난하지 않다 / 양광모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가난하지 않다// 살아가는 일이/ 낡은 천 원짜리 지폐 같은 날에도/ 가슴 깊은 곳에/ 사랑을 품고 다니는 사람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 사람아,/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의 행복을 뜨겁게 기도하는 사람은/ 절대로 가난할 수 없다//
사랑을 위한 기도 / 양광모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나를 사랑한 사람보다 많게 하소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깊이 그를 사랑하게 하시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오래 그를 사랑하게 하소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뜨겁게 그를 사랑하게 하시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순결하게 그를 사랑하게 하소서// 어느 날 불현듯 나를 미워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그를 사랑하게 하시고/ 어느 날 불현듯 나를 잊어버리더라도/ 변함 없이 그를 그리워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사랑 받으며 산 날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산 날이 더 많게 하소서// 그것이 자신의 영혼과 삶을/ 참사랑 하는 하나뿐인 길임을/ 사랑 속에서, 오직 사랑의 힘으로 깨닫게 하소서//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 양광모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뿌리마저 뽑아들고 동쪽바다 성끝마을/ 슬도(瑟島)로 가자// 눈 기둥처럼 흰 등대/ 우뚝 서 있고/ 흐린 날이면 비가/ 맑은 날이면 파도가/ 슬픈 사랑의 노래, 365일 비파(琵琶)로/ 연주하는 곳// 이따금 섬 뒤편으로 날아드는/ 갈매기 두 마리,/ 우산 속에 몸 가리고 날개 부비면/ 등대의 심장에도 붉은 피 돌아/ 먼바다 돌고래 떼 가슴께 까지 불러들이는 곳// 결국에야 갈매기 떠나고 나면/ 또 한 사연 현무암 바위에/ 작은 구멍 되어 새겨지고/ 바람 부는 날이면 수 만개의 구멍/ 일제히 잔울음 터뜨리는 곳//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슬도 바위에 앉아/ 흰 새 되어 기다려 보라// 가을 아침처럼 다가와/ 꺼지지 않는 불빛/ 가슴속 등대에 밝혀놓는 사람 있으니/ 그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 양광모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안에 존재하는 영혼의 불꽃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나를 운명짓기 때문에//
우리 더불어 / 양광모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 냇물이 냇물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강이 되자//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마을이 되자// 내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우리 더불어 사랑이 되자//
언약 / 양광모
사랑이란/ 천국으로 가는 계단// 이따끔 미끄러져/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나의 눈물은/ 당신의 미소보다 눈부시고// 나의 상처는/ 당신의 사랑보다 찬란하다//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지라도// 이것이/ 마지막 정열은 아니리니//오직 한 가지 맹세하는 것은/ 사랑이여, 지옥불 앞에서도 뒤돌아서지 말자//
무료 / 양광모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 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
슬픔이 강물처럼 흐를 때 / 양광모
슬픔이 강물처럼 흐를 때/ 차라리 나는 깊은 강이 되리// 슬픔이 파도처럼 밀여올 때/ 차라리 나는 넓은 바다가 되리// 슬픔이 절벽처럼 찔러올 때/ 차라리 나는 높은 산이 되리// 그러며 끄떡없지/ 그러면 아무 일 없지// 슬픔이 아무리 큰들/ 내 생보다야 더 크겠나// 입술 지그시 깨물고/ 꿀꺽 목넘겨 그 슬픔 삼키리// 그러면 끄떡없지/ 그러면 아무 일 없지//
우산 / 양광모
삶이란/ 우산이다//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 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푸른별 카페 / 양광모
지구라는 카페에 들러/ 인생이라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우리는 떠나간다.// 늦게 도착한 사람이/ 먼저 떠나기도 하고/ 반 잔을 마시기도 전에/ 혼자 떠나기도 하면서/ 맛있다 맛없다, 비싸다 싸다 말하지만/ 다음 별에 도착하면 알게 되리니/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는/ 푸른별이라는 걸// 그곳에서는/ 우연히 만난 손님끼리도 자리를 함께하며 서로를 사랑하느니//
조명빨 / 양광모
골목길 어귀/ 가로등 불빛을 받아/ 유난히 반들거리는/ 담쟁이 푸른 잎사귀의/ 머쓱한 표정// 흉내내며, 나는// 곤한 잠에 빠져 있는/ 백열전등 같은 아내의 얼굴 위로/ 무언의 빚, 무언의 빚/ 세례를 쏟아붓나니// 네 덕분이었구나/ 내 삶은 조명빨이었다//
당신도 그런가요 / 양광모
비가 오는 날이면/ 눈이 내리는 날이면/ 하늘이 흐린 날이면/ 그대가 너무 그리워요// 비도 오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고/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햇살 눈부시게 밝은 날이면/ 그대가 너무 너무 그리워요// 어디선가/ 나를 그리워할/ 그대여, 당신도 그런가요?//
하루종일 비 / 양광모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꼭 저리하겠지// 이른 새벽 첫차를 타고/ 서둘러 찾아오더니// 늦은 밤 막차를 타고/ 아쉬워 아쉬워 돌아가네// 그리도 보고/ 싶었던 겔까// 하루종일 당신에게/ 묻고 싶었네//
하루쯤 / 양광모
1년에 하루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저 웃기만 해도 좋을 일이다// 1년에 하루쯤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그저 따뜻한 말만 건네도 좋을 일이다// 그래도 364일,/ 마음껏 아파하며 슬퍼할 수 있고/ 마음껏 투덜거리며 화낼 수 있으니// 1년에 하루쯤은/ 모든 상처와 눈물 잊어버리고/ 그저 감사만으로 살아도 좋을 일이다// 언제나 그 하루를/ 내일이나 모레가 아닌 오늘로 만들며/ 365일 중 하루쯤, 하며 살아도 좋을 일이다//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양광모
낮은 곳에선/ 모두 하나가 된다// 빗방울이 빗물이 되듯/ 강물이 바다가 되듯// 나의 마음자리/ 가장 낮은 곳까지 흘러와/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우리 함께 샘물 같은 사랑이 되자//
행복의 길 / 양광모
당신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인생을 잘 산 것입니다// 당신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인생을 더욱 잘 산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은 그때 찾아옵니다/ 당신이 자신의 행복보다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 때/ 사랑의 기쁨이 바로 그러하듯이//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 양광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따뜻한 것이 그립습니다/ 따뜻한 커피/ 따뜻한 창가/ 따뜻한 국물/ 따뜻한 사람이 그립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워하는 일일게다/ 어려서는 어른이 그립고/ 나이드니 젊은 날이 그립다/ 헤어지면 만나고 싶어 그립고/ 만나면 혼자 있고 싶어 그립다/돈도 그립고/ 사람도 그립고/ 어머니도 그립고/네가 그립고/또 내가 그립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어떤 사람은 따뜻했고/ 어떤 사람은 차가웠다./ 어떤 사람은 만나기 싫었고/ 어떤 사람은 헤어지기 싫었다/ 어떤 사람은 그리웠고/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이 되자/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사람이 그리워해야 사람이다//
봄 / 양광모
어둠이 아니라 빛을 봄/ 어제가 아니라 내일을 봄/ 미움이 아니라 사랑을 봄/ 내가 아니라 우리를 봄//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날에도/ 나의 눈에는 언제나 봄//
바람 부는 봄날에는 / 양광모
벚꽃나무 아래/ 꽃비 흩날리니/ 술잔마다 꽃잎 떠있네// 가난이 무슨 걱정이랴/ 오늘은 꽃잎 깔고/ 내일은 꽃잎 덮으리// 바람 부는 봄날에는/ 동백꽃 닮은 여인을/ 만나고 싶어라//
춘일서정 / 양광모
봄밤/ 꽃피는 소리에/ 잠을 깨고// 봄비/ 꽃 지는 소리에/ 꽃잎을 헤아리네// 욕심도 아서라 슬픔도 아서라/ 봄볕 꽃 그늘에도 꽃 피어난다//
3월 예찬 / 양광모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곧 끝난다는 것 알지?/ 언제까지나 겨울이/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 알지?/ 3월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기지개를 켜며 말하네/ 아직 꽃 피지는 않았지만/ 이제 곧 활짝 피어나리라는 것 믿지?//
6월 장미에게 묻는다 / 양광모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붉은 열망과/ 푸른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6월 장미에게 묻는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겠니// 누군가를 다시/ 그리워할 수 있겠니// 누군가의 가시에 콕 찔려/ 다시 소스라치게 놀랄 수 있겠니//
가을 편지 / 양광모
9월과 11월 사이에/ 당신이 있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천진한 웃음 지으며 종일토록 거니는/ 흰 구름 속에// 아직은 녹색이 창창한 나뭇잎 사이/ 저 홀로 먼저 얼굴 붉어진/ 단풍잎 속에// 이윽고 인적 끊긴 공원 벤치 위/ 맑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는/ 마른 낙엽 속에// 잘 찾아오시라 새벽 창가에 밝혀 놓은/ 작은 촛불의 파르르 떨리는/ 불꽃 그림자 속에// 아침이면 어느 순간에나 문득 찾아와/ 터질 듯 가슴 한껏 부풀려 놓으며/ 사ㄹ랑 사ㄹ랑 거리는 바람의 속삭임 속에// 9월과 11월 사이에/ 언제나 가을 같은 당신이 있네/ 언제나 당신 같은 가을이 있네// 신이시여,/ 이 여인의 숨결 멈출 때까지/ 나 10월에 살게 하소서//
겨울 편지 / 양광모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 찾아와 다오/ 그리움으로 몆 번이고 하늘 바라볼 때/ 문득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 앉아다오//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은 오지 말아 다오/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찾아온 듯 아닌 듯 애태우지는 말아다오//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도 아닌 척 찾아와 다오/ 내 일찌기 한 번도 본 적 없는 큰 눈으로/ 무섭게 무섭게 폭설로 쏟아져 다오//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이 아니라도 찾아와 다오/ 봄날에야 내리는 마지막 눈발처럼이라도/ 한 번은 약속이었다는 듯이 내 가슴에 다녀가 다오//
양광모 시인
1963년 경기도 여주 출생.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 후 노동 운동, 정치 참여, 사업, 강의와 집필 활동의 삶을 살았다. 2012년 첫 시집을 출간하며 전업 시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6년 강원도로 삶의 공간을 옮겨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문학적 수사보다는 일상의 언어로 삶의 정서를 노래하려 애쓴다. 대표시 선집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사랑시 선집 『네가 보고 싶어 눈송이처럼 나는 울었다』, 커피 시집 『삶이 내게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놓으라 한다』, 술 시집 『반은 슬픔이 마셨다』 등 시집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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