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시는 내가 먹고, 장미는 그대에게”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P신부님께서 강론 중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가톨릭 신자로서 어떻게 삶을 살아야 되는지를 이 한마디로 가르쳐 준 것 같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지금 사랑하라, 처음 본 것처럼 사랑하라.” 이 말씀도 강론 때 많이 말씀하셨기에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지난 화요일 문학반에서 만난 지인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뜻하지 않은 책 선물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책을 선물 받을 때는 다른 선물과 달리 주는 사람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 마음은 고마운 것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책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영혼의 교감 같은 것이 흐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의 제자인 데이비드 케슬러가 쓴 <<인생수업>>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로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제자인 데이비드 케슬러와 함께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은 것으로, 살아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 주는 그런 내용이었다.
원래 호스피스라는 말은 라틴어 hospes(손님)에서 유래되었다. 호스피스는 중세기에 성지 순례자들이 하룻밤을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예루살렘 성지 탈환을 위한 십자군 전쟁 당시 많은 부상자를 호스피스에서 수용하여 수녀들이 치료하였고 부상자들이 이곳에서 임종하게 되면서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안식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현재의 호스피스는 임종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환자의 가족까지 돌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환자가 사망한 후 가족구성원들이 느끼는 충격이 더욱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망 후 1년까지 지속적으로 보살펴준다.
호스피스는 죽음이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암 환자의 치료에도 의학적 견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몇 년 전 가톨릭 사회복지회에서 주관하는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교육 중 호스피스의 역할은 “비가 올 때, 혼자 써야 할 우산을 같이 쓰면 두 사람 다 비를 맞는다. 이렇게 같이 비를 맞는 것”이 호스피스가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한 말이 가슴에 남는다. 고통을 마음으로나마 함께 겪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 것 같다.
한동안 성당 교우들과 환자방문을 다닌 적이 있었다. 주로 위중한 환자들을 만나서 기도로서 작은 위로를 하며 아픔을 함께 했었다. 그중 장암 환자였던 한 자매는 우리 교우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7남매의 막내였던 그 자매는 30대였다. 아직 아이들도 어렸고 연로하신 친정어머니와 위로 건강한 언니, 오빠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제일 어린 막내딸이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모두들 주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다고 하며 안타까워했다. 죽기 전날 병문안을 가서 본 그 자매의 모습은 사람의 형상으로 보기에는 너무 처참한 모습이었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될지 어떤 기도를 해야 될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손만 꼭 잡고 말았다. 참으로 마음 아팠던 일이었다.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당시의 가슴 아팠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누구든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된다. 그러나 사람의 삶이 마음먹은 대로 뜻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지라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굳건하게 마음을 먹고살아야 될 것 같다.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삶이라고 생각하는 이 기간 동안 우리 모두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피할 수 없고 그들과 대화를 하며 살게 된다.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깨닫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삶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단 한 번의 생으로 그 모든 것을 배우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배움을 얻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완성하게 되고 더 완전한 삶, 더 가슴 뛰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하여 언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이렇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난 진정한 삶을 살았다!’ 라고.”
지인이 선물한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으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어차피 삶이 유한한 삶이고, 분명한 사실은 여태껏 산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적은 것은 자명한 이치인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가?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 역시 이 문제로 항상 고뇌와 번민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한다.
결론은 난 다시 경장(更張) 해야 한다. 거문고 줄을 다시 매는 것을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 한다. 물론 난 거문고도 없고 거문고 줄을 실제로 다시 맬 일은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금 사랑하라, 처음 본 것처럼 사랑하라.”
'수필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겨울에 싱건지국만 마시던 어머니 / 한승원 (0) | 2022.05.03 |
---|---|
꿈을 걸다 / 남태희 (0) | 2022.05.02 |
골목의 매력 / 고유진 (0) | 2022.04.30 |
공중전화 / 이성환 (0) | 2022.04.30 |
보풀 / 이옥순 (0) | 2022.04.29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