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문과 원문 나는 이 때문에 천하의 일은 시대의 형세가 최상이며, 행불행은 그 다음이고 시비는 최하라고 말한다. 余故曰, 天下之事, 所值之勢為上, 幸不幸次之, 是非為下. 여고왈, 천하지사, 소치지세위상, 행불행차지, 시비위하. - 이익(李瀷,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권20 「사료의 성패를 읽다[讀史料成敗]」 해 설 “천하의 일은 시대의 형세가 최상, 행ㆍ불행(幸不幸)은 그 다음 시비(是非)는 최하”라는 언명은 성호 이익의 역사관을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곧 성호는 당대의 형세를 중시하는 역사관을 지녔다는 지적이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을 경우, 성호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시비에 대해서 가장 그 영향력을 낮게 보고, 그 다음으로 행불행을 살피며, 당대 형세를 가장 앞세운 것이 된..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나는 잠이 많은 편이다. 집안 내력이고 어머니가 으뜸이었다. 손자를 등에 업고 재우다 방바닥에 엎드려 손자보다 먼저 잠든 어머니 모습은 자주 보는 광경이었다. 팔순에 접어든 누님도 잠이 많아졌다고 하소연한다. 가히 잠보집안이다. 닮은꼴이 있다. 농장 구석에 두 평쯤 연못을 만들고 미꾸라지를 넣었는데 온데간데없다. 미꾸라지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타고 다닌다는 옛말이 사실이었던가. 대신 개구리천국이 되어있다. 비단개구리인데 이 녀석들이 잠이 많다. 연못바닥에 까맣게 깔려있던 알집이 도롱뇽인 줄 알았는데 비단개구리였다. 덩치가 큰 참개구리는 다 자라면 인근 풀숲이나 제법 먼 거리로 행동반경을 넓히지만 비단개구리는 그렇지 않다. 밤낮으로 연못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참개구리처..

"서울대서 뭘 배웠나 모르겠다" 세계대회 우승한 여성의 일침 중앙일보 입력 2021.11.19 05:00 추인영 기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직후 행정고시(42회·재경직) 차석까지 했는데 실전에선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단다. 2002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유학을 떠났다. “경력 인정도 안 되고 지원도 못 받는” 자의 휴직이었다. 유학 중 휴직 기간(5년)을 넘기면서 면직돼 민간인 신분이 됐다. 지난 11일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경진대회 ‘캐글’ 데이터 분석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수형(4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야기다. “온라인 교육, 극빈층보다 차상위가 소외” 이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교육환경 및 불평등’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AI..

번역문 우리 백부와 곡운계곡으로 말하면 전후 십수 년 동안 일상의 기거에서 앉든 거닐든 구곡을 떠난 적이 거의 없다. 첩첩 산곡과 울창한 초목이 모두 당신의 폐부며 모발이요, 안개와 구름이 모두 당신의 들숨이며 날숨이요, 물고기와 새와 고라니와 사슴이 모두 당신의 벗이니 무엇을 찾은들 얻지 못하겠는가. 그럼에도 종소문과 같은 화가를 빌어 그림을 그린 것은 어째서인가? 실로 도저히 모르겠다. 내가 발문을 쓴 뒤 선생이 읽어 보시고는, “네 말이 좋구나. 그러나 내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말이야. 내 이 두 다리가 때때로 산을 나가지 않을 수 없으니 이 구곡을 늘 눈길 속에 담아두지 못하잖아. 그럴 때에 이걸 보려는 게지.” 하셨다. 아, 선생의 말씀대로라면 좋아함이 독실하고 즐거움이 깊다고 하지 않으면 참..
문자향 서권기(文字香書卷氣)는 글에서 나오는 향기와 책에서 나오는 기운을 의미한다. 냄새를 맡거나 눈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제된 생활과 수양된 인품이 배어 있어야 한다. 마음으로 읽는 책이 가슴에 쌓여 청정한 기운과 우아한 향기를 뿜을 때, 그 기운과 향기를 일러 서권기(書卷氣)와 문자향(文字香)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아들 상우에게 유배중 보낸 서찰에 자신의 서예관을 피력 한 말이다 胸中淸高古雅之意 又非有胸中 文字香 書卷氣 不能現發於腕下指頭 又非如甚尙楷書比也, 須於胸中 先具 文字香 書卷氣 爲隸法張本 爲寫隸神訣 ”예서 쓰는 법은 가슴속에 맑고 드높으며 고아한 뜻이 있지 않다면 손에서 나올 수가 없느니라. 가슴속의 맑고 드높으며 고아한 뜻은 또한 가슴속에 문자향과 ..

번역문과 원문 흙덩이 뭉쳐 떡 만들어 소꿉 노는 아이들 앞 다투어 몰려다니며 머리채를 잡아 뜯네 벼슬판 난장 다툼 이와 다를 게 무에랴 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를 못하누나 團土作糕戱小兒 단토작고희소아 爭來爭去髮相持 쟁래쟁거발상지 宦塗傾奪曾何異 환도경탈증하이 捨命捐身不自知 사명연신부자지 -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 권1 「감회가 있어[有感]」 제1수 해 설 권력은 무엇이며 권력은 왜 가지는가.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그 유명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을 제창한 바 있다. 곧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개인의 만족스러운 생활과 자기 존재의 보존을 추구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고, 개별 인간 ..

번역문과 원문 넘어가지 않던 밥도 마주 앉아 먹으니 한 술 더 먹게 되고, 밍밍하던 시골 막걸리도 마실수록 맛나다. 少食輒防喉 對案飯加匕 村醪薄無過 屢觴覺轉美 소식첩방후 대안반가비 촌료박무과 누상각전미 - 이민구(李敏求, 1589〜1670), 『동주집(東州集)』4권 「희신랑래회(喜申郞來會)」 해 설 이민구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洲) 또는 관해도인(觀海道人)이다. 『지봉유설(芝峯類說)』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수광(李睟光)의 아들이다. 진사시와 증광문과(增廣文科)에서 모두 장원한 실력자다. 이괄의 난이 평정된 뒤 36세의 나이로 경상도 관찰사에 임명되는 영예를 누렸지만,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가 함락되자 문책받아 평안북도 영변에 유배되었다. 영변에서 7년, 아산에서 3년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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