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문 봉양할 때 그분들의 기거와 음식을 살펴보면 금년이 작년만 못하고 오늘이 어제만 못하기에 쉽게 흘러가는 세월을 탄식하고 붙잡기 어려운 만년을 애석해했을 것이니,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지극한 정에서 우러나와 절로 그만둘 수 없는 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에 물러나 자신의 당에 ‘희구’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니, 항상 눈길을 두면서 한 달에 30일, 하루에 24시간 동안 한 생각도 기쁨이 아님이 없고 한 생각도 두려움이 아님이 없고자 했을 것입니다. 정성과 효가 지극하지 않다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저 성인인 공자와 현인인 맹자·주자의 경우에는 효가 지극하지 않은 게 아니고 정성이 감응하기 어려운 게 아닌데 끝내 하늘에서 얻지 못한 건 이치의 변칙적인 것입니다. 그대의 부친은 자신을..

번역문과 원문 올해의 실패에 마음이 놀라 쓸쓸한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네 계룡산 겹겹 구름에 산의 푸른 빛이 묻혔고 금강의 층층 파도에 차가운 소리가 울리네 온갖 마귀 나를 괴롭혀 내 운명이 궁해지고 모든 일이 어그러져 이번 삶이 개탄스럽네 북쪽으로 집을 향해 겨우 눈길 보내는데 저물녘 비바람에 돌아가는 길이 어둑하네 썩은 선비 과거에 떨어져 정신이 놀라고 출세를 기약했건만 또 이루지 못했네 계룡산에는 낙엽 시들어 바위가 보이고 웅진(熊津)에는 바람 급해 파도 소리가 철썩인다 주머니 속의 시초는 천 편이나 많은데 거울 보니 센털이 양 살쩍에 돋아났네 여윈 말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 발만 구르더니 황혼에서야 목주(木州)로 가는 길에 오른다네 今年落魄客心驚 금년락백객심경 孤館通宵夢不成 고관통소몽..
근대 조선의 최대 국보 육당 최남선이 쓴 것으로 추측되는 1925년 10월 9일 및 10일자 《동아일보》 칼럼. 1 ~ 3은 9일자, 4 ~ 6은 10일자에 게재되었다. 고산자 김정호의 백두산등정설, 전국답사설, 외동딸존재설, 지도단독제작설, 판목몰수설 등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정보들의 근원지다. 조선은 인재가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망하는 것이 당연한 나라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이병도에 의하면, 1925년 이전 그 어느 자료에도 이런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서는 이후 1934년에 김정호가 흥선대원군에 의해 국가기밀누설죄로 몰려 옥사당하고 목판은 불태웠다는 날조된 거짓 정보를 추가하여 《조선어 독본》에 그대로 실리게 된다. (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려지기만 하면 조선 특히, 요즈음..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朝鮮語硏究會)가 신민사(新民社)와 공동으로 훈민정음 반포 제8 회갑(480년)이 되던 1926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우리 말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불러일으켜 겨레의 넋을 살려내려는 민족운동 차원에서 행사가 진행되었고, 1928년 기념식부터는 한글날로 고쳐 불렸다. 오늘은 10월 9일, 575돌 한글날 한글날은 한글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다.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훈민정음을 9월 상순에 책으로 펴냈다고 나와 있다. 1446년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하면 10월 9일이 된다. 그래서 한글날을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한글과 한국어는 같은 말일까. 아니다. 한글과 한국어는 다..

번역문과 원문 일어나기는 쉽지만 제어하기는 어렵기로 분노만 한 게 없다. 易發難制, 莫忿懥若. 이발난제, 막분치약. - 이현일(李玄逸, 1627~1704), 『갈암집(葛庵集)』권22 「징분잠(懲忿箴)」 해 설 추석 연휴의 어느 날, 학습지를 풀던 큰딸이 갑자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연휴라서 엄마도 아빠도, 학습지 선생님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쉬는 것 같은 그런 때에 왜 자기만 연휴 내내 이 학습지를 매일 꼬박꼬박 풀어야 하냐며... 그러더니 결국에는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말았습니다. 분통 터뜨리는 거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엉엉 우는 꼴까지는 두고 볼 수 없어, 이번엔 부녀지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학습지 푸는 아이와 부모 간에 수없이 오갔던 그 말, “너..

번역과 원문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스스로 뽐내면서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螗蜋自愛滾丸, 不羨驪龍之如意珠. 驪龍亦不以如意珠, 自矜驕而笑彼蜋丸. 당랑자애곤환, 불선여룡지여의주. 여룡역불이여의주, 자긍교이소피낭환.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舘全書)』 권63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해 설 이 글은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 거의 같은 구절이 실려 유명하지만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먼저 보인다. 「낭환집서」에는 “말똥구리는 자신의 말똥을 아끼고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으며,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蜣蜋自愛滾丸, 不羡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

민간인 4명 태운 스페이스X, 지구로 귀환… 우주관광 시대 열었다 [사이언스샷] 크루 드래건, 사흘 우주궤도 비행 마치고 플로리다 앞바다에 안착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2021.09.19 08:07 사상 최초로 순수 민간인만 탑승한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궤도에서 지구를 선회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행을 계기로 본격적인 우주관광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8일(현지 시각) “민간인 4명을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오후 7시 6분(한국 시각 19일 오전 8시 6분) 플로리다 앞바다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구 귀환 과정을 생중계했다. ◇90분에 한 번씩 지구 선회 스페이스X는..

번 역 문 이런 방법으로는 군역을 영구히 벗어날 수 없으므로 온 종족이 재물을 모아 족보를 위조하는데, 성(姓)만 같으면 관향(貫鄕)이 어디인지는 구분하지도 않은 채 부조(父祖)를 바꾸고 파계(派系)를 거짓으로 칭하여 향리에서 으스대며 스스로 반족(班族)이라고 일컬어 윤리를 손상하고 풍속을 무너뜨립니다. 그러다가 역을 져야 할 때가 되면 많은 종족이 한꺼번에 일어나 도포를 입고 비단신을 신고서 족보를 안고 관청의 뜰에 들어가는데 족보는 진귀한 비단으로 싸고 장황(粧䌙)이 찬연합니다. 그것을 가져다 살펴보면 모두가 이름난 석학의 후예이거나 훈벌(勳閥)의 후손이므로 수령들은 진위를 구별할 수 없어 일률적으로 면제해 주기 때문에 조금 부유한 백성은 모두 한가로이 놀게 됩니다. 그러나 군액(軍額: 군사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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