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문과 원문 부모 없는 사람 있으랴만 효자는 드물다. 人孰無父母 而孝者盖尠 인숙무부모 이효자개선 -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 책10, 「독서수필(讀書隨筆)」 해설 윤기의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경부(敬夫), 호는 무명자(無名子)다. 5,6세에 한시를 지을 정도로 총명하였으나 50대에 늦깎이로 과거에 합격한 인물이다. 독서수필(讀書隨筆)은 ‘책을 읽고 붓 가는 대로 쓰다’ 정도의 의미다. 무명자는 ‘부모님께서 살아계시면 멀리 나가지 않으며 나갈 때 반드시 일정한 소재가 있어야 한다.〔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라는 『논어』 내용을 읽었던 모양이다. 글을 읽다가 세태를 돌아본 그는 “세상에 부모 없는 사람 없지만 효자는 드물다.”라고 한탄하였다. 세태가 어떠했기에? 멀리 ..

정착하지 못한 충혼(忠魂) -성삼문(成三問) 신주 봉안 논쟁- 번역문 또 아뢰기를, “홍주(洪州) 노은서원(魯恩書院)의 유생인 유학 최건(崔謇) 등의 상언(上言)에 ‘충문공(忠文公) 성삼문(成三問)의 사판(祠版)은 그 부인이 직접 쓴 필적인데,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다행히 다시 나타났습니다. 다만 제(題)한 방법이 또 예식(禮式)과 달라 가묘(家廟)에서 모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차마 다시 묻을 수도 없어 그대로 노은서원의 위판(位版) 뒤에 봉안하였으니, 후세의 사람들이 감회를 일으키는 것은 진실로 여기에 있고, 선현이 의기(義起)하여 깊은 뜻을 둔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대신 제사를 지내는 자손이 모시고 갈 것을 청하였으니 이는 선현이 이미 정한 의론에 크게 위배되는 ..

원문과 번역문 첫 번째 첫닭 울고 둘째 닭 울더니 작은 별, 큰 별 떨어지는데 문을 들락거리며 조금씩 행인은 채비를 하네. 其一 一鷄二鷄鳴 일계이계명 小星大星落 소성대성락 出門復入門 출문부입문 稍稍行人作 초초행인작 두 번째 나그네 새벽 틈타 떠나렸더니 주인은 안된다며 보내질 않네. 채찍 쥐고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니 닭만 괜스레 번거롭게 했구나! 其二 客子乘曉行 객자승효행 主人不能遣 주인불능견 持鞭謝主人 지편사주인 多愧煩鷄犬 다괴번계견 - 이병연(李秉淵, 1671~1751), 『사천시초(槎川詩抄)』 권상 「일찌감치 떠나려다가(早發)」 해설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1751)은 본관이 한산(韓山)이고 자(字)가 일원(一源)이며 사천(槎川)이라는 호를 썼습니다. 사천 이병연은 1696년 겨울, ..

오늘은 어린이날 100번째 생일입니다. 방정환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어린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다. 나에게 독립운동은 어린이다”라고 했습니다. 그 간곡한 마음을 담아 1923년 어린이날 방정환 선생이 발표한 글이 ‘어른에게 드리는 글’과 ‘어린 동무들에게’입니다. 방정환 선생은 위 글과 함께 △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 어린이 노동을 금지하며 △ 어린이가 배우고 놀기에 적합한 시설을 제공하라는 ‘소년운동의 선언’을 1923년 어린이날에 배포했습니다. 1924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아동권리선언’을 채택하기에 앞서 한국에서 선구적으로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 선언문을 발표한 셈입니다. 이후 유엔은 1..

번역문과 원문 산천은 천지간의 무정한 물건이다. 그러나 반드시 사람을 기다려서 드러난다. 山川者 天地間無情之物也 然必待人而顯 산천자 천지간무정지물야 연필대인이현 - 소세양(蘇世讓, 1486-1562), 『양곡집(陽谷集)』 권14, 「면앙정기(俛仰亭記)」 해설 소세양이 송순(宋純 1493-1582)의 면앙정에 쓴 기문의 일부로, 명인(名人)과 명문(名文)을 통해 명승(名勝)이 되는 상관관계를 나타낸 문구로 더 유명하다. 소세양은 그 사례로 중국의 난정(蘭亭)과 적벽(赤壁)을 거론하였다. 난정은 절강성 소흥에 있는 어느 연못의 작은 정자였다. 동진(東晉)의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가 우군장(右軍將)으로 부임해 벗들과 시회(詩會)를 열었으며, 「난정집서(蘭亭集序)」를 지은 곳으로도 이름났다. 적벽은 호북성..

번역문 내가 젊을 때부터 말로 다른 사람 이기기를 좋아해서 매양 다른 사람과 시시비비를 논쟁하거나 농담과 해학을 하면 바람이 몰아치고 벌떼가 일어나듯 하였는데 기발한 생각을 재빨리 꺼내 항상 좌중에 있는 사람들을 압도하곤 하였소. 내가 젊을 때부터 술 마시기를 좋아해서 마을의 술꾼들과 무리를 이루어 거나하게 마시며 주정을 부려 더러는 한 달 동안 멈추지 않고 마셨고 쇠해가는 나이인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마셨다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젊을 때부터 사람들과의 교유를 즐겼고, 약관의 나이에 사마시에 입격하여 태학에 선발되어 들어갔더니 사방에서 태학으로 온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 명이었는데 교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심지어 뼈와 살을 나눈 형제 같은 자 또한 적지 않았었소. 이것이 젊었을 때의 기쁨이자 내가..

번역문과 원문 팔딱거리며 냇물에서 물고기들 뛰어놀고 지천으로 산새들 울고 있는데 나만 홀로 무슨 일 때문에 묵묵히 괴로운 마음 품고 있는가 끝없는 아득한 천지처럼 쌓인 이 한 어느 때나 평온해질까 회옹(晦翁)께서 하신 말씀 세 번 되뇌어본다 “결국 죽느니만 못하다” 潑潑川魚戱 발발천어희 得得山鳥鳴 득득산조명 而我獨何事 이아독하사 默默抱苦情 묵묵포고정 穹壤莽無垠 궁양망무은 積恨何時平 적한하시평 三復晦翁語 삼복회옹어 終不如無生 종불여무생 - 어유봉(魚有鳳, 1672~1744), 『기원집(杞園集)』 4권, 「한식이 지난 후 풍덕의 묘소로부터 서울로 돌아오다가 시절을 느끼고 슬픔이 일어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말 위에서 두보(杜甫)의 시구 ‘面上三年土 春風草又生’으로 운을 나누어 읊조리다[寒食後, 自豊德墓下..

번역문과 원문 다행스러운 것은 먼지 묻고 좀이 슨 책에 실려 있는 성현이 남긴 향기가 사람에게 난초 향기가 스며드는 것보다 더 향기롭다는 것입니다. 惟幸塵編蠹簡 聖賢遺馥 不啻如蘭臭之襲人. 유행진편두간 성현유복 불시여란취지습인. - 이황(李滉,1501~1570) 『퇴계집(退溪集)』 17권 「답기명언(答奇明彦) 갑자(甲子)」 해 설 이 편지는 퇴계 선생이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1527~1572)에게 갑자년인 1564년(명종19) 12월 27일에 보낸 편지로 『퇴계집』에는 절략되어 실려있고, 『양선생왕복서(兩先生往復書)』 2권에 좀 더 완전한 모습으로 실려 있다. 이때 퇴계 선생은 고향에 물러나 있었는데, 고봉이 서울의 벼슬살이를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갈 생각을 전해오자 쓴 편지이다. 이 편지에서 퇴계는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