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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73

문틈의 달 / 이덕무 문틈의 달 / 이덕무 <번역문> 사방으로 통하는 길거리와 큰길 가운데에도 또한 한가함이 있으니, 마음이 진실로 한가하다면 어찌 반드시 강호에 있고, 산림에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내 집은 시장 근처라 해가 뜨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소란하고, 해가 지면 마을의 개들이 모여 짖어대.. 2019. 12. 18.
잘 쓴 시와 좋은 시의 사이 / 나호열 [시] 잘 쓴 시와 좋은 시의 사이 / 나호열 1. 어느 사람은 시를 잘 쓰고 싶다고 비법을 묻고 어느 사람은 좋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잘 쓴 시’와 ‘좋은 시’의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나름 생각하기를 시를 잘 쓴다는 것은 재기才氣가 바탕을 이루는 것이고 ‘좋은 시’는 시대를 초월해서 만인에게 감명을 주는 시라고 해보는데 이 또한 부족함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개념 간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것일까? 다른 면으로 생각을 바꿔보면 ‘잘 쓴다’는 것은 창작자가 의도한 한 바대로 수월하게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이고 ‘좋은 시’는 완성된 작품이 독자들에게 의식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본다면 시를 잘 쓰.. 2019. 12. 17.
깃들이다 / 김은주 깃들이다 / 김은주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작 아마 이른 봄이었나 보다. 겨울 일을 막 끝내고 풍성하게 주어진 시간을 바느질로 달래고 있는데 베란다 광목 커튼 뒤가 이상하게 수상쩍다. 꾸르륵 꾸르륵, 창자가 밥을 밀어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니 개수대에 물 빠.. 2019. 12. 16.
벽지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 홍정현 벽지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 홍정현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작 ‘쿵’하고 쓰러졌다. 내가 올라서 있던 의자를 넘어뜨린 녀석은 저만치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동네에서 소문난 울보였지만, 그날은 울지 않았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바로 일어나, 의자를 세우고, .. 2019. 12. 16.
3월의 눈 / 김아인 3월의 눈 / 김아인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작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고 했던가. 언젠가부터 내가 사는 이 동네에도 3월 눈이 어색하지 않다. 철없는 계절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우수·경칩이 지났는데 함박눈이 내린다. 한겨울에도 좀체 구경하기 힘든 폭설이.. 2019. 12. 16.
세월의 흔적 / 염희순 세월의 흔적 / 염희순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작 오후 늦게 바다를 찾았다. 남편 낚시 가는 길에 따라나섰는데, 간만에 사색도 하고 스마트폰 노트에 글도 써본다.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이 아담하다. 물이 많이 빠졌다. 드러난 바위들이 넓은 운동장을 이루었다. 썰물 때 갯벌.. 2019. 12. 16.
단추 / 전미란 단추 / 전미란 뻥 뚫린 철로를 따라 한기가 몰려온다. 도시의 겨울은 아무리 두껍게 옷을 입어도 으슬으슬 한기가 스며든다. 옷을 여미려고 습관적으로 외투 단추를 더듬는다. “어떡해…” 어디서 떨어져 나간 것일까. 단추가 매달려 있던 빈자리를 더듬는데 기다리고 있을 그녀의 얼굴.. 2019. 12. 15.
딸꾹질 / 전미란 딸꾹질 / 전미란 # 1.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알고 있던 진실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여러분은 어떠시겠습니까? 이런 불편한 진실은 우리 주변 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두 손님과 점원의 상황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방송멘.. 2019. 12. 15.
색色에 대한 오해 / 전미란 색色에 대한 오해 / 전미란 어떤 이의 더운 가슴이 토해낸 걸까. 화단에 피어있는 목단꽃나무 한 그루. 사람의 손이 타지 않는 후미진 곳에서 붉은 겹꽃잎 떨기들이 겨우니 겨워서 겹다. 꽃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대고 들여다본다. 바로 그 때, “붉은 것을 가까이 하면 안 된다, 조심.. 2019. 12. 15.
다음 정류장 / 전미란 다음 정류장 / 전미란 아저씨, 이 차 어디로 가요? 문이 반쯤 닫히려는 순간, 버스기사가 버럭 화를 낸다. 짧은 정차 후 버스는 지체됐다는 듯 사납게 출발한다. 금방 행선지를 묻던 여자의 물음이 덜컹 귀에 닿는다. 이어 냉랭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다음 정류장은 신월동입니다. 어.. 2019.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