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두 / 노혜숙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작 어떤 이미지는 우연히 마음에 스며들어 평생의 화두가 된다. 오랜 세월 의식을 부침하던 그림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건 오십이 넘어서였다. ‘겨울 산을 오르는 사람’— 한 남자가 눈보라 치는 산길을 혼자 오른다. 폭설에 묻혀 사라진 길 위에 새로 길을 내며 걷는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깊고 뚜렷하다. 신중하지만 머뭇대지 않는 걸음새. 흔들림 없는 뒷모습에선 정면 돌파의 결단이 느껴진다. 겨울나무 같은 남자의 결기가 나의 우유부단함을 자극했던 것일까. 여백에 씌어 있던 시구는 잊었어도 남자의 뒷모습은 오래 잊히지 않는 풍경이 되었다. 내가 겨울 산에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된 것도, 등단 작품의 배경을 겨울 산으로 쓰게 된 것도 ..

[시] 좋은 시의 조건, 10 가지 / 박남희 ※ 박남희 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oemis77 시인, 문학평론가. 1996년 경일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폐차장 근처』 『이불속의 쥐』 『고장난 아침』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1. 함축성이 있고 입체적인 시를 써라 시와 산문이 다른 점은 시가 지니고 있는 함축성 때문이다. 시는 평면적인 글을 의미전환 시키거나 이미지화해서 그 속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해준다. 시에서 다양한 수사법(은유, 상징, 역설, 알레고리, 아이러니 등)을 사용하는 것도 평면적인 글을 입체적이고 함축적인 글로 만들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

[시] 시를 잘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 이승하 저는 2004년 8월 14일,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초청으로 미국 LA에 가서 강연을 했는데, 이 글은 그때 강연했던 내용입니다. 이승하.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문학을 좋아하는 많은 애독자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의 모국 대한민국의 많은 시인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시인입니다. 이 자리에는 저처럼 시를 쓰면서 이 이승에서의 삶을 꾸려가는 분들이 많이 와 계신 것으로 압니다. 지금 여러분의 소망은 무엇입니까? 저의 가장 큰 소망은 지금까지 썼던 그 어떤 시보다 더 좋은 시를 쓰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습니까? 단 한 편이라도 길이 남을 명시를 쓰고 싶은 소망 때문에 낮에는 전전긍긍하..

[시] 이런 시어가 들어가면 그 시는 낙제 수준? / 안도현 신중하고 특별한 어떤 의도 없이 아래의 詩語가 詩에 들어가 박혀 있으면 그 詩는 읽어 보나마나 낙제 수준이다. 갈등 갈망 갈증 감사 감정 개성 격정 결실 고독 고백 고별 고통 고해 공간 공허 관념 관망 광명 광휘 군림 굴욕 귀가 귀향 긍정 기도 기억 기원 긴장 낭만 내공 내면 도취 독백 독선 동심 명멸 모욕 문명 미명 반역 반추 배반 번뇌 본연 부재 부정 부활 분노 불면 비분 비원 삭막 산화 상실 상징 생명 소유 순정 시간 신뢰 심판 아집 아첨 암담 암흑 애련 애수 애정 애증 양식 여운 역류 연소 열애 열정 영겁 영광 영원 영혼 예감 예지 오만 오욕 오한 오해 욕망 용서 운명 원망 원시 위선 위안 위협 의식 의지 이국 이념 이별 이역 인생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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