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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오만환 시인

부흐고비 2021. 2. 5. 16:38

그네 / 오만환

 

 

절대 믿음으로 매달려

일생을 산다

힘으로 밀면 힘있게 흔들리고

 

솟으라면 솟고,

신바람으로 춤을 추다가

온기 남은 그 자리

 

흔들림 속에도 중심은 있는 것

마음 맞는 사람 찾기가

쉽기만 하다면

살아서 흔들리지 않기가

즐겁기만 하다면

 

 

 

회안리에서 / 오만환

 

책보를 메고/ 칡뿌리 씹던 길/ 설레임으로 가다가보면/ 따비밭에/ 아버지의 머리칼/ 하얗게 덮여 있다가/ 이파리 돋우는 생각들// 술래가 된 비닐하우스/ 주인은 없고/ 머리에 부딪는 문짝 하나/ 한 세월의 바람을/ 막고 있다.// 초가이거나 기와이거나/ 하늘로 받들다가/ 손목 꼬옥 잡는 친구// 어디에 연으로 떠있는 것이냐/ 얼레의 실을 감고 감으니/ 언덕도 끌려오고// 둠벙을 푸고/ 미꾸라지 움키던/ 기억 푸른 거름더미엔/ 나비도 반가운/ 눈짓인 것을.//

 

 

칠장사 입구 / 오만환

 

해묵은 역사책 이고/ 돌다리 건너는 달/ 두미울 어둠을 씻으면/ 큰 난리마다/ 땀 흘린 부처가 보인다// 말 발굽 소리/ 총소리/ 굽이치는 물에/ 세월은 발을 담그고,// 수없이 피고 진/ 저 갯메꽃/ 아무것도 잡지 못한 손으로/ 속모르는 저수지를/ 흔들어 깨운다// 켜켜이 쌓인 잎 위로/ 하품/ 뚝 떨어진 밤/ 오늘 몇가마/ 경운기에 실려 이제/ 익은 새소리로/ 아침을/ 날고 있었다//

 

 

난지도 2005-훈장 / 오만환

 

맹꽁이를 위해 산꼭대기에 습지를 만들었다. 맹맹맹 꽁꽁꽁, 맹맹. 짝을 찾는 맹꽁이.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배려한 풀길. 왕고들배기, 며느리배꼽, 꽃이 피고 여치도 운다. 눈을 씻어야 보이는가, 맹꽁이를 굳이 찾으려는 사람이 맹꽁이지. 환삼덩굴이 어깨에 가슴에 옻에 훈장처럼 달라붙으며 살을 찌른다./ 그렇지 사랑은 해도 아이를 둘 이상 낳으면 죄악이 되던 엊그제, 그렇다고 지난 것 대부분이 잘못인양 부수고 파헤쳐 가려내자는 주장들,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네발나비 애벌레는 환삼덩굴을 먹고 자란다. 네발나비에게 행복을 만들어주는 환삼덩굴,/ 무작정 덮어두자는 것도 아닐세. 소시민의 소망들도 많이 자라고 여물며, 이 땅 반 백년 더 지나면 좀 가라앉지 않겠나? 그저 높이를 재는 자라도 마련해 두는 것은 좋겠지.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말을 아끼는 나리꽃을 흔들어댄다.//

 

 


 

 

오만환 시인은 1955년 충북 진천에서 출생하여 성장

용산공고(전자과)/ 건국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수료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회안리에서)

1988년 예술계 신인상(칠장사 입구, 개나리)

등단 후 <현대문학> <월간문학> <예술계> <시문학> 등

문학지에 작품 발표하면서 꾸준히 활동

시집: <칠장사 입구>, <서울로 간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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