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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류시화 시인

부흐고비 2021. 3. 24. 13:33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소금 /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사랑이란 / 류시화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명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장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할 수 있는 한 / 류시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당신이 할 수 잇는 모든 수단과/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장소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에/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 류시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 앞의 것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것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등 뒤에 서면 다시 한번 쳐다본다/ 책들은 죽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없는 옷이라서/ 비를 맞아도/ 더 이상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나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담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고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 류시화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들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 류시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속의 물풀처럼 졸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세월 /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 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 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붙은 옥수수 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은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밀리언셀러 시인·출판기획자 류시화의 베스트셀러 메이킹 연구

문단이 외면해도 독자가 기다리는 작가

month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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