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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나갔다가 시카고 시어즈 타워 스카이뎈에서 배낭여행 중인 한국 학생을 만났다. 이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내 나라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반가워했고, 나도 반가웠다.

그는 지난 1월초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언제 돌아갈 거냐고 했더니 다음 주에나 귀국할 거라고 한다. 그는 주로 버스를 이용해 이동과 잠자리를 해결한다고 했다. 오랜 기간의 여행에서 쌓인 피로가 느껴졌지만 계획한 날까지 더 많이 돌아다니며 보고 부딪히고 싶다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싱그러움을 느꼈다. 꾀죄죄해 진 외모와 다르게 그의 눈은 새로운 것들에의 추구를 위한 의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주위엔 그 말고도 한국인 여행객이 많았지만 유독 그와의 만남에서만 특별한 동포애가 느껴지게 된 것은 왜일까?

그 넓은 나라,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그와 만나며 서로에게서 잠시나마 고향의 향수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어쩌면 고향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더 많이 품고 있는 말이 아닐까싶다. 그와 헤어지면서 가슴 한구석으로 싸아하게 빠져나가는 바람 한 자락을 의식한다. 고향을 뒤로하는 아쉬움 같은 것이다.

사람들 속에 섞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그 안 가득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보았다. 남자 여자, 동양인 서양인, 미국인 일본인 중국인 중동인 유럽인 한국인 등이 그 작은 공간 안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체취를 풍기고 있었다. 세계는 이렇게 서로 부딪히며 경쟁하며 사는 곳이 된 것이다.

저마다 이곳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자신들의 삶을 보다 비옥하고 윤택하고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열망은 누구나 같으리라 본다. 그런 속에서 젊음 가득 너른 땅을 씩씩하게 밟고 다니는 아까의 그 젊은이가 더욱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아마도 얼마큼 나이가 들어버린 내가 보고 느끼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새로운 많은 것을 얻게 되리라. 아무리! 좋은 조건 속에서 편안하게 있더라도 내 나라, 내 집에서만큼은 되지 못 하는 것도 돌아가야 할 곳은 언제든 한 곳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저만치로 배낭을 맨 아까의 그 젊은이가 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데 그가 메고 가는 배낭이 둥근 해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내일의 태양을 등에 지고 배움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가 아닌가.

다른 나라 하늘 아래서 만난 한 젊은이를 통해 느낀 고향처럼 오늘 하루도 그렇게 희망적 생산적 삶이 되게 해야 한다는 소명감 같은 것이 가슴에서 솟아난다. 그래서 사람을 희망의 생명체라 하는 것일까. 문득 있는 곳에서 늘 고향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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