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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오세영 시인

부흐고비 2021. 4. 4. 09:58

아침 / 오세영

아침은
참새들의 휘파람소리로 온다.
천상에서 내리는 햇빛이
새날의 커튼을 올리고
지상은 은총에 눈뜨는 시간
아침은
비상의 나래를 준비하는
저 신들의 금관악기
경쾌한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어머니 / 오세영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설날 / 오세영

새해 첫날은/ 빈 노트의 안 표지 같은 것,/ 쓸 말은 많아도/ 아까워 소중히 접어 둔/ 여백이다// 가장 순결한 한 음절의/ 모국어母國語를 기다리며/ 홀로 견디는 그의 고독,/ 백지는 순수한 까닭에 그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 새해 첫날 새벽/ 창을 열고 밖을 보아라// 눈에 덮혀 하이얀 산과 들,/ 그리고 물상들의 눈부신/ 고요는/신神의 비어있는 화폭 같지 않은가// 아직 채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눈길에/ 문득 모국어로 우짓는/ 까치 한 마리//

주민등록번호 / 오세영

달랑 이름 하나 들고/ 잠깐 머물다 떠나는/ 행성(行星)// 소지품 일절 반출 불가/ 출국 수속이 너무 간단하다// 내 여권 번호는/ 420804-3301787//

울음 /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줄을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을 목에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홀로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모두/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임으로……/ 바람이 우는 것이냐. 전깃줄이 우는 것이냐./ 오늘도 나는 빈 들녘에 홀로 서서/ 겨울바람에 울고 있는 전신주를 보았다./ 그들은 절실한 것이다./ 물건도 자신의 운명이 줄에 걸릴 때는/ 울 줄을 아는 것이다.//

그릇1 /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진실 / 오세영

인생은 말하는 허깨비,/ 그림자의 꼭두각시./ 그림자의 지시대로 애욕을 탐하고/ 그림자의 연출로 웃고 운다.// 지상은 누구도 태양의 마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 그러나/ 반항을 꿈꾸는 바람이여.// 왜 세상의 모든 말은 바람을 타야/ 하는지 왜 세상의/ 모든 진실은 덧없이 허공중에 사라져야 하는지/ 바람으로, 바람에 의해서, 바람과 같이…//

등산 / 오세영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重量)/ 확고한/ 가장 철저한 마음도/ 한 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無明)의 벌레처럼 무명(無明)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 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 보지도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같은 것은/ 생각치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이다.//

열매 /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가/ 둥근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무심히 / 오세영

단풍 곱게 물드는/ 산/ 아래/ 금가는 바위,/ 아래/ 무너지는 돌미륵./ 아래/ 맑은/ 옹달샘./ 망초꽃 하나 무심히 고개 숙이고/ 파아란 하늘 들여다보는/ 가을,/ 상강(霜降).//

소금 / 오세영

왜 굳이/ 소금을 치는 것일까/ 인간은 음식에 소금을 쳐서 먹는다/ 김치나 젓갈에 소금을 듬뿍 치는 것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그 무엇을 저장할 것이 있어/ 인간은/ 자신의 내장을 소금으로 저리는 것일까/ 곰이나 늑대 / 혹은 꽃이나 풀을 보아라/ 그들은 결코 소금을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인간이여,/ 네 밥상의 소금을 줄여야 한다/ 슬픔의 저장은 눈물을 만들고/ 기쁨의 저장은 상처를 만드는 것/ 꽃이나 나무의 핏줄에는/ 그 어디에도 고혈압이 없지 않은가//

자화상 /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낟알이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人家)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잃어버린 나 / 오세영

버선에대님/ 흰 옥양목 두루마기에 옷고름을 매니/ 사뭇 조선사람 같구나/ 마루에서 차례를 지내다 문득/ 마당가 양지바른 돌담밑 잔설殘雪에/ 시드는 파초를 본다./ 남의 땅에서 들여온 화초라지만/ 조선파나 죽순이나 난초나/ 무엇이 다르겠느냐./ 껍질을 벗기면 속은 모두 텅비어 있느니/ 겉에 파초의 옷을 입혀 파초/ 죽순의 옷을 입혀 죽순/ 난초의 옷을 입혀 난초일뿐/ 내 오늘 설날이라 양복을 벗어던지고/ 한복을 입으며/ 문득 잃어버린 '나'를 생각한다./ 그도안 나는 너무/ 잘못 살아온것 같구나//

나무처럼 / 오세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 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 듯//

 

등불 / 오세영

주렁주렁 열린 감./ 가을 오자 나무들 일제히 등불을/ 켜 들었다./ 제 갈 길 환히 밝히려/ 어떤 것은 높은 가지 끝에서 어떤 것은 또/ 낮은 줄기 밑동에서/ 저마다 치켜든/ 붉고 푸른 사과 등,/ 밝고 노란 오렌지 등,/ ······/ 보아라 나무들도/ 밤의 먼 여행을 떠나는 낙엽들을 위해선 이처럼/ 등불을 예비하지 않던가.//

서울은 불바다 1 / 오세영

적 일개 군단/ 남쪽 해안선에 상륙,/ 전령이 떨어지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전선(戰線),/ 참호에서, 지하 벙커에서/ 녹색 군복의 병정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총구를 곧추세운다./ 발사!/ 소총, 기관총, 곡사포, 각종 총신과 포신에/ 붙는 불,/ 지상의 나무들은 다투어 꽃들을 쏘아 올린다./ 개나리, 매화, 진달래, 동백······/ 그 현란한 꽃들의 전쟁,/ 적기다!/ 서울의 영공에 돌연 내습하는 한 무리의/ 벌 떼!/ 요격하는 미사일/ 그 하얀 연기 속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벚꽃.// 봄은 전쟁인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 이 봄의 핵 투하.//

 

허술 / 오세영

피피피……/ 웬 소리인가 싶어 덧문을 여니/ 오래 방치해두었던 옥탑의 수조水槽에/ 직박구리가 한 쌍이 새끼를 쳤다./ 하나, 둘, …… 다섯./ 깨진 창틈으로 드나든 모양./ 그것만이 아니다./ 햇빛 드는 바닥 쪽으론 도랭이피 몇 주도/ 뿌리를 내렸다./ 쓸모없어 그저 버려두었던,/ 그 잊힌 공간이 생명을 기른 것은/ 아마도 낡아 허술해진 문짝 때문일 것,/ 허공을 채우고, 허공을 비우고……/ 모든 운신運身은 허공에서 비롯하나니/ 밀폐된 곳이라면 어찌 거기서/ 숨인들 제대로 쉴 수 있을 것인가./ 미완未完은 완결의 어머니./ 나 또한 이 허술한 우주의 틈을 빌어 비집고/ 이제껏/ 삶을 영위해오지 않았던가.//

사랑하는 동생 종주야 / 오세영

너는 4살/ 나는 8살/ 우리는 그때 외갓집 마당가에 핀/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 헤어졌지./ 네 초롱초롱 빛나던 눈동자에 어리던/ 그 푸른 하늘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데 네 볼우물에 감돌던 그 천진스런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지./ 곧 전쟁이 일어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게 된 우리는/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생사를 모른 채 우리도/ 70년을 헤어져 살아야 했구나./ 예뻤던 내 여동생 종주야/ 이제 너는 일흔 둘,/ 나는 일흔 하고도 여섯/ 봄들은 이미 늙었다만 아직도/ 네 눈빛에 어리던 푸른 하늘과/ 네 볼우물에 일던 그 귀여운 미소는/ 여전하구나./ 종주야. 내 사랑하는 여동생아,/ 이제 우리는 다시 헤어지지 말자/ 그때 그날처럼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을 외갓집 마당가/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 다시 만나자./ 다시는 그 끔찍한 민족의 시련을/ 겪어선 안 된다./ 그때 너는 4살 나는 8살.//
※ 2018년 8월 25일 금강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원시(遠視)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밤비 / 오세영

밤에/ 홀로 듣는 빗소리// 비는 깨어 있는 자에게만/ 비가 된다// 잠든 흙 속에서/ 라일락이 깨어나듯/ 한 사내의 두뺨이 비에 적실 때/ 비로소 눈 뜨는 영혼// 외로운 등불/ 빍히는 밤/ 소리없이 몇천년 흐르는 강물// 눈물은/ 뜨거운 가슴 속에서만/ 사랑이 된다//

 

가을 빗소리 / 오세영

한편의 교향악인가?/ 불어서, 두드려서, 튕겨서 혹은 비벼서/ ()을 내는 악기들,/ 가을 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피아노를 치는 담쟁이 잎새,/ 실로폰을 두드리는 방울꽃,/ 바이올린을 켜는 구절초,/ 트럼펫을 부는 나팔꽃/ 북을 울리는 해바라기,/ 빛이 없는 밤에는 꽃들도 변신해 모두/ 악기가 된다./ 비와 바람과 천둥이 함께 어우르는,/ 실은 신()이 지휘하는 자연의/ 대 오케스트라 연주(演奏)./ 낮게 혹은 높게, 작게 혹은 크게/ 화음(和音)을 이루는 그 아늑한 선율이여./ 일상의 소음에 지친 우리를/ 사르르 잠들게 하는 가을 비/ 그 빗소리여.//

저울 / 오세영

정원의 나뭇가지 끝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던 홍시 하나가/ 이 아침/ 툭 떨어진다./ 긴장한 수평선 한쪽이 한순간 풀어지며/ 출렁./ 푸른 물을 쏟아낼 것만 같다.// 오늘부터는 그 빈 우듬지에 내 시 한 구절을/ 걸어놓으리.//

너, 없음으로 / 오세영

너, 없음으로// 너 없으므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 너로 하여 이 세상 밝아오듯/ 너로 하여 이 세상 차오르듯// 홀로 있음은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이승의 강변 바람도 많고/ 풀꽃은 어우러져 피었더라만/ 흐르는 것 어이 바람과 꽃뿐이랴// 흘러 흘러 남는 것은 그리움,/ 아, 살아 있음의 이 막막함이여.// 홀로 있으므로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속에서 어둠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있다// 사는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겨울 일기(日記) / 오세영

틀에 끼인/ 한 장의 사진(寫眞) 속에 평안(平安)이 있다.// 아내의 싱싱한 머리카락 사이에/ 여름 햇빛들이 수런대고/ 철 없는 어린것이 물장난을 치고/ 액자(額子) 옆에는 시들어 버린 꽃, 또는/ 고개를 숙인 인형(人形),/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는 해안(海岸)엔/ 어부(漁父)가 호올로 그물을 깁는다.// 찢어진 생활(生活)의 한 컷을 넘기면서/ 1971년(年) 1월(月) 4일(日),/ 날씨, 흐리다./ 온종일 라디오를 들으며/ 편지를 쓰고 찢었다.// 얼어붙은 시간(時間)의 저쪽에서/ 철없는 어린것이 물장난을 치고/ 생애(生涯)의 슬픔을 건너온 바닷바람이/ 물거품을 밀어 올린다.// 틀에 끼인 한 장의 사진(寫眞),/ 그 속의 평화(平和),/ 그 속에 잠든 아내의 얼굴,/ 흰 파도에 부서지는/ 여름이 보였다.//

찰칵 / 오세영

긴 것이나 짧은 것이나/ 영화 필름은/ 한 번의 작동으로 끝나버린다./ 그러나 사진은/ 한 번 찍어 영원한 것./ 영원을/ 긴 시간에서 찾지 마라./ 내일 헤어질 운명의 남녀도/ 함 몸이 되어 뒹구는 오늘의 그 순간만큼은/ 내 사랑 영원하다고/ 말하지 않더냐.// 무시무종無始無終이 어디 있겠느냐./ 반짝 빛나는 플래시의 섬광/ 그 한 찰나가 바로/ 영원인 것을.//

 

상처 / 오세영 

쓰라리지만/ 소금물로 상처를 씻는 것은/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눈물이 타서 굳은/ 숯덩이, 소금은/ 슬픔을 아는 까닭에/ 남의 상처를 아무릴 줄 안다./ 큰 파도가 작은 파도를 안아 올리듯/ 작은 슬픔은/ 큰 아픔이 위로하는 것,/ 그러므로 비록 쓰라리지만/ 우리/ 상처는 비누로 씻지 말고/ 소금물로 씻자./ 비누는/ 쾌락의 때를 벗기는 데/ 써야 한다.//

 


 

오세영(吳世榮) 시인은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무명 연시》,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서울의 오세영 시인, 난해한 시를 지향하더라도 금기와 지켜야 할 원칙 있다

나같이 50여 년 시를 쓴 사람조차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 미래파 시는 ‘사기’다. 시를 ‘인질’로 삼은 것이다. 예컨대 마누라가 도망쳤다고 해서 무단히 행인 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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