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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구촌 사람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선 목숨마저 거두어간다. 이러다간 기울어진 지구의 어깨가 더욱 기울어져 별안간 멈춰버릴지도 모르겠다. 낮과 밤, 사계절도 없는 암흑의 세계를 펼쳐서 살아남는 종種만 지구에 살게 할 계략을 꾸미는 것일까. 거기다 장마와 태풍까지 몰고 와서 나라 안팎은 온통 물바다로 아우성이다.

장마나 태풍이 휩쓸고 가면 서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채소 값은 널을 뛰기 마련이다. 그렇잖아도 쓸쓸한 밥상이 더욱 쓸쓸해져 배춧잎 같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바빌론’의 영화처럼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 가족이 해체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세상을 등지거나 돌아앉은 사람들의 밥상이 가슴을 짓누른다. 내 쓸쓸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그들을 부르고 싶다.

천정부지로 몸값이 띈 배추가 ‘금추’가 되었다. 김치 하나로 사계절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아무리 흔하다 해도 귀해지면 보물처럼 소중하게 보이고, 갖고 싶고 먹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재래시장을 들러 배추 한 포기를 손에 들었다가 ‘앗’ 소리를 질렀다. ‘금추’로 담근 ‘금치’를 한동안 먹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더욱 쓸쓸해진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김치를 달라고 해야 하나. 요즘처럼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허리는 언제쯤이면 펴질까.

서민들을 울리는 것이 비단 채소뿐이랴. 10년 동안 월급 한 푼 쓰지 않아도 조그만 내 집 장만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아이가 없거나 하나뿐인 신혼부부는 아이를 안 낳는 경우가 더 많고, 미혼인 젊은이들은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편이 더 많다. 그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리라. 비정秕政의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이 더 나라를 걱정하다 보니 궁민窮民이 돼버렸다. 열심을 다해 살다 보면 나라의 국민國民이 될 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 생각하며 삶의 외줄 위를 걷는다. 궁민의 마음은 궁민이 되어보아야지 진실로 느끼고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을.

 




김원순 수필가는 경남 삼랑진 출생.

1992년 월간 《한국시》 신인상, 1994년 월간 《수필문학》 천료.

부산문인협회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이사, 재무국장 역임.

부산시 금정구 문인협회 부회장, 영축 문학회 회원

1994년 월간 《한국시》 본상, 201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소금」 당선

2010년 제4회 (주)현대모비스 문예공모전 대상, 2011년 제1회 부산문인협회 ‘올해의 작가상’, 2016년 제7회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2020년 제11회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수상. 수필집 : 『적심』(2015년), 『세상은 막걸리다』(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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