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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오정방 시인

부흐고비 2021. 4. 29. 22:16

 

독도에 갈 때엔 독도에 갈 때는/ 반드시 친구와 같이 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엔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친구 되어 줄 테니까// 독도에 갈 때는/ 더위 걱정으로 손부채를 갖고 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엔 사시사철 시원한 천연바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독도에 갈 때는/ 사치스런 외로움 같은 것 챙기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엔 몸이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외로우니까// 독도에 갈 때엔/ 국토사랑 같은 것 미리 염두에 두고 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대는 애국자가 될 터이니까//

독도는 현실이다 / 오정방

아홉을 잃더라도 하나를 잃지 않으면/ 다 잃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고/ 반면에 아홉을 얻고도 하나를 잃으면/ 열을 모두 다 잃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 독도가 그렇다/ 우리의 독도가 그렇다/ 동해의 막내 독도 하나를 잃으면/ 우리 땅 전부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온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다/ 계산된 일본의 속셈을 바로 읽어야 하느니/ 준비된 일본의 계략을 바로 알아야 하느니/ 독도수호는 현실이다/ 그렇다/ 독도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지켜야 할/ 우리에겐 지상 과제요 엄연한 현실이다//

사진 / 오정방

꽃도 찍히면/ 더 이상 시들지 않는다// 나무도 찍히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새도 찍히면/ 더 이상 날지 않는다// 사람도 찍히면/ 더 이상 늙지 않는다//

7월이 오면 /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 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 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남은 세월 더욱 보듬고 아끼며…-우리의 금혼식을 보내면서 / 오정방

조용히 되돌아보니 어느새 50해/ 강산도 다섯 번이나 바뀐 반 백년// 어찌 좋은 일만 전부 있었겠느냐/ 힘들고 어려운 때도 있었느니라// 웃을 때도 있었고 울 때도 있었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었느니라// 따슨 봄날, 더운 여름, 스산한 가을,/ 매운 겨울날씨같은 때도 있었느니라// 오르막 길, 내리막 길도 있었으며/ 평탄한 길, 가파른 길도 있었느니라// 서울에서 20년, 미국땅에서 30년/ 대과없이 지내온 것 다 기적이니라// 그래도 사랑으로 딸 아들 잘 길러/ 보석같은 다섯 손주를 얻었느니라// 지금까지 잉꼬처럼 함께한 해로/ 참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였었나니// 앞으로 주어질 미지의 남은 세월/ 보듬고 아껴 더 행복하게 살리라//

고향바다 / 오정방

이역만리 타국에서 내고향 생각할 때/ 비취빛 그 바다가 눈 감으니 보이시네/ 동해의 일출광경은 그릴수록 신비롭다// 수평선 넘나들며 갈매기 춤을 출 때/ 헤엄치고 조개줍고 돌팔매 겨루었던/ 동무들 그 뒷소식이 오늘따라 사무친다// 창파에 돛단배가 그림처럼 지나갈 때/ 딩굴고 씨름했던 새하얀 그 모랫벌/ 동심의 어린 시절을 하마 어찌 잊으리//

 

배꼽 / 오정방

샤워 후에 거울 앞에 서서/ 배꼽을 바라보노라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길고 긴 삼 백여 날을/ 저를 통해/ 푸근한 어머니의 우주에서 유영했던/ 자랑스런 흔적/ 저 탯줄 잘리기 전에/ 당신이 겪었던 엄청난 산통 떠올리며/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이젠 이 세상에 안 계신/ 어머니, 어머니//

학鶴은 소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는다 / 오정방

학鶴을 유심히 본 일이 있는가?/ 비록 먹이를 찾아/ 논두렁을 배회하고/ 유유자적하기 위해/ 연못가를 거닐지라도/ 나래를 활짝 펴고/ 돌아갈 때는 여유를 가지고/ 푸른하늘에다 하얗게/ 큼직 큼직한 글씨를 쓰면서/ 너울 너울 날아가는/ 조류의 신사,/ 목과 다리가 길어서/ 그토록 아름다운 학鶴은/ 창공을 날다가 사뿐이 내릴 적에/ 소나무가 아니면 결코 앉지 않는다//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 오정방

바람을 눈여겨 본 적이 있는가?/ 딱히/ 가야할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불어야할 방향이/ 어디 고정된 것도 아닌 바람은/ 막히면 비켜가려니와/ 결코 그물에는 걸리지 않는다//

우수(雨水)를 보내며 / 오정방

날씨도 땅도 풀리고/ 강도 호수도 풀리고// 사상도 이념도 풀리고/ 미움도 갈등도 풀리고// 원한도 증오도 풀리고/ 복수도 전쟁도 풀리면// 봄도 봄 같은 계절을/ 맞을 수 있을 터인데// 낙원 같은 세상이/ 건설될 수 있을 터인데// 평화론 지구촌이/ 이룩될 수 있을 터인데…// 오늘은 우수(憂愁)가운데/ 우수(雨水)를 보낸다//

나는 바보 / 오정방

욕하면/ 그 욕을 먹을지언정/ 따라서 욕하지 못한다// 때리면/ 그 매를 맞을지언정/ 맞서서 때리지 못한다// 버리면/ 버림을 받을지언정/ 스스로 버리지 못한다//

겸손과 교만 / 오정방

진실로 겸손한 자는/ 대인관계에서 나보다 늘/ 남을 낫게 여길 뿐만 아니라/ 자기가 겸손하다는 것조차/ 언제나 잊고 사는 사람이다// 참으로 교만한 자는/ 자기가 교만하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부부 / 오정방

남남끼리 서로 만나/ 한 뜻, 한 몸을 이루고/ 좋은 일도 궂은 일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쉬운 일도 힘든 일도/ 서로 나누어 가지는/ 그래서/ 잡은 손놓지 않고/ 험한 세상 나란히/ 보듬고 아끼며/ 끝 날까지/ 사랑하며 인내하며/ 함께 가야하는/ 결코 촌수를 잴 수 없는/ 무촌//

걱정 마라 / 오정방

한 친구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불림을 받을 때가 되어서/ 그럴만한 때가 되었기로/ 그가 먼저 불려간 것뿐이다/ 이제 우리 친구들/ 모두 엇비슷 그런 나이가 되었다/ 왜, 걱정이 되느냐?/ 걱정 놓아라/ 염려를 접어라/ 그런 소리 안 들어도 될 날 오나니/ 자신이 저 세상 간 뒤에는/ 절대로 부음을 듣지 않을 것이니//

건망증 / 오정방

40대 때엔/ 전년前年에 일어난 일도/ 어렴풋이 기억되더니// 50대 때엔/ 전월前月에 일어난 일도/ 하나같이 기억이 희미했다// 60대 때엔/ 전주前週에 했던 일도/ 까마득하여 기억을 더듬는데// 70대가 되면/ 어저께 무엇하며 보냈는지/ 조목조목 기억이나 할까?// 아, 그렇구나/ 망각하면서 살 수 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닌가//

동치미 / 오정방

산천엔 하마 눈이 하얗게 덮이고/ 북풍이 세차게 부는 겨울밤/ 구들방 따뜻한 아랫목 에서/ 타는 목을 축이려고/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한 그릇 청해 마시면서도/ 시치미를 딱 떼고/ 한마디 감사하다는 말도/ 인색하게 하지 않는다거나/ 참 시원하단 말조차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명/ 남다른 악취미를 가진 게 틀림없다//

전쟁에 승리란 없다 -미국의 테러응징 전쟁선포를 지켜보며 / 오정방

전쟁에 승리는 없다/ 어떤 무력 전쟁도/ 그 결과는 이긴 쪽이 없다는 것이다/ 때리고 터트리고 파괴하고/ 찢고 죽이고 죽어야 하는 전쟁은/ 설사 이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패전일 뿐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쪽이/ 더 큰 패전국이요// 좀 덜 상처를 입은 쪽이 조금 덜한 패전국일 뿐이다// 테러응징을 위한/ 미국의 전쟁준비는 모두 끝났다/ 아니 이미 전쟁은 피폭 당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승리의 깃발은 미리 준비하지 마라/ 피 발린 훈장은 아직 상상도 하지 마라/ 승전의 축배는 아예 꿈도 꾸지 마라// 전면전쟁의 첫 시작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발사된 총알은 되돌아오지 않나니/ 군사행동 개시의 최종 판단자여,/ 총공격명령의 최후 결정권자여,/ 떨리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드시 기도하라/ 당신의 머리는 냉정해야 하고/ 당신의 가슴은 뜨거워야 하나니/ 다시 한 번 더 기도하여/ 하나님의 뜻을 분명히 헤아리라, 헤아리라//

전쟁의 날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개전을 앞두고/ 오정방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생사흥망이 걸린 절대절명의 문제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싸움인가/ 부시와 후세인 간의 분쟁인가// 서로의 판단이 옳다하므로/ 각자의 주장이 정당하다 하므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허물을 시인하지 않으므로// 아, 전쟁은 터지는구나/ 아, 살육은 시작되는구나// 그러나 다시 생각하라/ 아직도 개전 시한은 5시간이나 남아있다// 300분이나 여유가 있다/ 1800초나 기다리고 있다// 개전 중지를 결정하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항복을 결단하기에는 300초면 넉넉하다// 마지막 5분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마지막 300초를 가장 귀히 여기라//
* 2003.3.19 12:00 PT ; 그저께 3월 17일, 미 서부시간 오후 5시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모든 외교 노력을 접고 드디어 이라크와 일전을 벌이겠다면서 48시간의 시한을 이라크 측에 최후 통첩했다. 이제 꼭 5시간이 남았다.

전쟁영화와 실제전쟁 -바그다드 대접전을 앞두고 / 오정방

티브이 앞에서/ 마치 전쟁영화를 보듯 손에 땀을 쥔다// 영화 속에는 아무리 병사가 죽는다 해도/ 한 사람도 실제 사망자가 없는데/ 전쟁에는 총알에 명중만 되면/ 곧 바로 절명이다/ 영화 속에는 죽은 사람도 숨을 쉬는데/ 실제전쟁에선/ 산 사람도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다// 영화는 보면 볼수록 속이 시원하고/ 엔도르핀이 쏟아져 나오는데/ 실제전쟁은 볼수록 더욱 더/ 스트레스가 쌓이고 가슴이 답답해 온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이레 째/ 궁금하지만 티브이 켜기가 겁난다/ 연합군의 바그다드 대접전을 앞두고/ 신속한 종전을 위해 조용히 손을 모은다// 전투엔 이긴 편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쟁엔 결코 승자가 없다는 것을/ 가만히 되새겨 본다//
* 2003.3.25. : 3월 19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공격개시 명령으로 이라크의 강제 무장해제 작전이 시작되었다. 개전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전쟁은 발발되고 쌍방의 피해 또한 적지 않은 가운데 장기전으로 갈 조짐까지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평화와 전쟁 / 오정방

따사로운 봄날 아침/ 꽃들은 다투어 뽐내며 피어나고/ 마을은 이토록 조용하고 평화로운데/ 저 전장戰場의 봄은/ 모래폭풍 세차게 불어대고/ 먹구름 하늘을 가린 채/ 포성과 비명으로 얼룩지고 있으리// 이름 모를 새들 즐거이 노래하고/ 사람들은 모두 자유롭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저 이라크의 하늘아랜/ 새들도 집을 잃고 방황하며/ 무고한 백성들/ 지금도 생사의 기로에 떨고 있으리//

후회 / 오정방

때는/ 이미/ 늦었지만/ 같은 일/ 되풀이/ 하지 않을/ 큰/ 교훈은 남긴다//

 

 




오정방(吳正芳) 시인
1941년 경북 울진 출생. 국제대학 문학사. (주)세한여행사 부사장, (사)한국산악회 이사 역임 1987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로 이민. San Francisco Christian Univ. &Seminary 졸업(M.Div.). 오레곤한인회 회장, 국제대학 에스페란토학회 초대회장 역임. 시문선: <다시 태어나도 나는 그대를 선택하리> 시집 <그리운 독도> 사회집(공저)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 <내 마음의 독도>, <칠천만개의 독도>, <독도 33인의 메아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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