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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신경림 시인

부흐고비 2021. 5. 17. 10:24

산에 대하여 / 신경림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는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순한 길이 되어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즛/ 따뜻한 사랑의 숨을 자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 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죽일 듯/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다가도/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 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동해바다 -후포에서 /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낮달 / 신경림
주문을 받는 주인은 가슴에/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산다/ 중년을 넘긴 아낙은 얼굴에/ 쌍꺼풀 수술 자국을/ 지니고 산다// 상 위에 날려와 놓이는 보리밥에는/ 언덕에 피어 있던 달착지근한/ 찔레꽃이 묻어 있다/ 앞동산 애총의 황토가 섞여 있다/ 뚱뚱한 본처의 앙칼진 강짜가/ 씁쓸한 맛으로 끼여 있다/ 이것들에다// 된장에 고추장에 산나물을 섞어/ 진한 화냥기까지 두루 섞어/ 썩썩 비비는 아낙의 손에는/ 낮달처럼 바랜 지난날의/ 얘기가 묻어 있다//

 

-안양향安養鄕에서 / 신경림

달이 시원스레 옷을 벗었다 첨벙첨벙 수로 속에 들어간다 희뿌연 젖가슴을 드러낸 채 멱을 감는다 가없는 옥수수밭에 바람이 인다/ 수로에서 나왔지만 옷이 없다 내놓을 수 없는 곳만 손으로 가리고 초가집을 찾아 들어가 숨는다/ 달이 초가집 속에 갇혔다 초가집이 환하게 밝다//

가을에 / 신경림
내게는 작은 꽃밖에 없다/ 가난한 노래밖에 없다// 이 가을에 네게 줄 수 있는/ 지친 한숨밖에 없다// 강물을 가 들여다보아도/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구나// 갈대를 스치는/ 빈 바람뿐이로구나// 몰려오는 먹구름뿐이로구나// 내게는 힘없는 말밖에 없다/ 야윈 속삭임밖에 없다// 어두워오는 들길에서 네게 줄/ 피에 젖은 꿈밖에 없다//

가을비 / 신경림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 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 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즐거운 나의 집 / 신경림
사랑방에는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것은 텃도지가 밀려 잔뜩 주눅이 든 허리 굽은 새우젓 장수다./ 건넌방에서는 아버지가 계신다./ 금광 덕대를 하는 삼촌에다 금방앗간을 하는 금이빨이 자랑인 두집담 주인과 어울려/ 머리를 맞대고 하루 종일 무슨 주판질이다./ 할머니는 헛간에서 국수틀을 돌리시고 어머니는 안방에서 재봉틀을 돌리신다./ 찌걱찌걱찌걱......할머니는 일이 힘들어 볼이 부우셨고,/ 돌돌돌돌......어머니는 기계 바느질이 즐거워 입을 벙긋대신다.// 나는 사랑방 건넌방 헛간 안방을 오가며 딱지를 치고 구슬 장난을 한다./ 중원군 노은면 연하리 470, 충주시 역전동 477의 49, 혹은/ 안양시 비산동 489의 43,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227의 29./ 이렇게 옮겨 살아도 이 그림은 깨어지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사랑방에 아버지는 건넌방에, 할머니는 헛간에 어머니는 안방에 계신다.// 내가 어려서부터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외지로 떠돈 건 이에서 벗어나고자 해서였으리./ 어쩌랴, 바다를 건너 딴 나라도 가고 딴 세상을 헤매다가도 돌아오면 다시 그 자리니./ 저승에 가도 이 틀 속에서 살 것인가, 나는 그것이 싫지만./ 어느새 할아보지보다도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아지면서 나는 나의 이 집이 좋아졌다./ 사랑방과 건넌방과 헛간과 안방을 오가면서/ 철없는 아이가 되어 딱지를 치고 구슬 장난을 하면서/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이 그림 속에서.//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 신경림
바닥을 모를 탐욕이, 천지에 두려움을 모르는 오만이, 이 세상에 오로지 나뿐이라는 무지가,/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어둡게 하고, 코와 혀와 살갗을 무디게 만들어.// 마침내 우리는/ 새와 짐승과 벌레도 다 느끼고 알아듣는 하늘의 노호와 땅의 울음과 바다의 몸부림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말았으니.// 어찌 허망하지 않은가,/ 쥐라기-백악기의 공룡도 멸종 직전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며 “Cogito, ergo sum. Cogito, ergo sum”하고 기고만장했을 터이니.// 어쩌면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사람이 사는 별이 몇 만 개 몇 십만 개 몇 백만 개가 더 있어,/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도 이곳저곳에서 매일처럼 일어나는 한갓 작은 흔들림에 지나지 않을는지는 모르겠으나.//

고향길 / 신경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깊은 허기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도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되어 떠나려네//

고향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 신경림
옛 친구와 벌이는 술판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 좋은 세월 다 보내고 놓치고 늘그막에/ 면사무소 앞에 다방을 차려고 들어앉아/ 젊은 애들 잡고 우스개나 던지는 친구야/ 활개짓으로 세상을 떠돌다가 돌아와 산허리에서/ 닭을 치는 것으로 바람을 잡은 친구야/ 너의 작은 행복 자잘한 꿈을 알 리 없는/ 내 얘기야 끝없이 겉돌기만 하겠지/ 서둘러 술자리를 피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너희 땀과 눈물이 섞인 강물을 들여다본다/ 세상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라고/ 사람살이란 모이며 흩어지며 흘러가는 것이라고/ 부질없는 혼잣말은 해서 무엇하랴/ 강물에 비친 내 얼굴만 달보다 더 섧구나//

담장 밖 / 신경림
번듯한 나무 잘난 꽃들은 다들 정원에 들어가 서고/ 억센 풀과 자잘한 꽃마리만 깔린 담장 밖 돌밭/ 구멍가게에서 소주병 들고 와 앉아보니 이곳이/ 내가 서른에 더 몇해 빠대고 다닌 바로 그곳이다./ 허망할 것 없어 서러울 것은 더욱 없어/ 땀에 젖은 양말 벗어 널고 윗도리 베고 누우니/ 보이누나 하늘에 허옇게 버려진 빛 바랜 별들이/ 희미하게 들판에 찍힌 우리들 어지러운 발자국 너머./ 가죽나무에 엉기는 새소리 어찌 콧노래로 받으랴/ 굽은 나무 시든 꽃들만 깔린 담장 밖 돌밭에서/ 어느새 나도 버려진 별들과 꿈에 섞여 누워 있는데.//

剪定(전정) / 신경림
내밀기만 하라 나오는 대로 자르리라고// 고개를 내밀면 목을 치고/ 팔을 내밀면 손목을 자르고/ 발이 나오면 다리를 쳐내리라고// 커다란 가위를 제꺽거리며/ 는을 부릅뜨고 서 있는 게 이세상에/ 정원사 어디 너뿐이겠느냐//

落日(낙일) / 신경림
새말갛게 떠오를 때는 기쁨이 되고/ 뜨겁게 담금질할 때는 힘이 되었지/ 구름에 가렸을 때는 그리움이 되고/ 천둥 번개에 밀릴 때는 안타까움이 되었지/ 비바람에 후줄근하게 젖어 처지기도 하고/ 어쩌다가는 흉하게 일그러지기도 했지만/ 드디어 새맑음도 뜨거움도 홀연히 앚고/ 그리움도 안타까움도 훌훌 떨쳐버리고/ 표표히 서산을 넘는 황홀한 아름다움// 말하지 말자 거기서 새로 꿈이 싹튼다고는//

먼길 -가을 숲에서 / 신경림
버릴 것 없다 줄일 것은 줄이자/ 아까울 것 없다 자를 것은 자르자/ 어둡고 먼 길 떠나야 하니까/ 다가오는 어둠 끝내 밝지 않으리라/ 생쥐들 설치는 것쯤 거들떠도 볼 것 없다/ 불어닥칠 눈보라와 비바람 이겨내자면/ 겉에 걸친 것 붙은 것 몽땅 떨쳐버려야지/ 간편한 맨몸으로만 꺽이지도 지치지도 않고/ 먼 길 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 다 버리고 가지와 몸총만이 남거든/ 그래 나서자 젊은 나무들아/ 오직 맨몸으로 단단한 맨몸으로/ 외롭고 험한 밤길을 가기 위해서//

앞이 안 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 신경림
앞 못 보는 사람이 개울을 건너고 있다/ 지팡이로 판자다리를 더듬으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다/ 나는 손에 땀을 쥔다 가슴이 죈다/ 꿈속에서처럼 가위 눌려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앞이 안 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빠질 듯 빠질 듯/ 위태롭게 개울을 건너고 있는 것이/ 우리들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안타깝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 앞을//

날개 / 신경림
강에 가면 강에 산에 가면 산에/ 내게 붙은 것 그 성가신 것들을 팽개치고/ 부두에 가면 부두에 저자에 가면 저자에/ 내가 가진 것 그 너절한 것들을 버린다/ 가벼워진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훨훨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어쩌랴 하룻밤새 팽개친 것/ 버린 것이 되붙으며 내 몸은 무거워지니/ 이래서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을 버리지만/ 누가 알았으랴 더미로 모이고 켜로 쌓여/ 그것들 서서히 크고 단단한 날개로 자라리라고/ 나는 다시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강에 가면 강에서 저자에 가면 저자에서/ 옛날에 내가 팽개친 것 버린 것/ 그 성가신 것 너절한 것들을 도로 주워/ 내 날개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면서//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잔을 나누고 / 신경림
자리를 짜보니 알겠더란다/ 세상에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미끈한 상질 부들로 앞을 대고/ 좀 처지는 부들로는 뒤를 받친 다음/ 짧고 못난 놈들로는 속을 넣으면 되더란다/ 잘나고 미끈한 부들만 가지고는/ 모양 반듯하고 쓰기 편한 자리가 안 되더란다/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잔을 나누고/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서러워진다/ 세상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기껏 듣고 나서도 그 이치를 도무지 모르는/ 깨닫지 못하는 내 미련함이 답답해진다/ 세상에 더 많은 것들을 휴지처럼 구겨서/ 길바닥에 팽개치고 싶은/ 내 옹졸함이 미워진다//

농무 /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메어 닫힌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쓴느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헤헤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만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이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목계 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天痴)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길음시장 / 신경림
여기는 서울이 아니다/ 팔도 각 고장에서 못살고 쫓겨온/ 뜨내기들이 모여들어 좌판을 벌인 장거리/ 예삿날인데도 건어물전 앞에서는 한낮에/ 윷이냐 샅이냐 윷놀이판이 벌어지고/ 경로당 마당에서는 삼채굿가락의/ 좌도 농악이 흥을 돋군다/ 생선장수 아낙네들은 덩달아 두레삼도 삼고/ 늙은 씨름꾼은 꽃나부춤에 신명을 푸는데/ 텔레비전에서 연속극이라도 시작되면/ 일 나간 아낙들이 돌아올 시간이라면서/ 미지기로 놀던 상쇠도 중쇠도 빠지고/ 싸구려 소리가 높아지면서/ 길음시장은 비로소 서울이 된다//

​파장(罷場) /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눈 온 아침>

                                 신경림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겨울밤 / 신경림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얘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얘기가 나오고/ 서울로 식모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뱃다더라. 어떡할거나./ 술에라도 취해볼거나. 술집색시/ 싸구려 분냄새라도 맡아볼거나./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닭이라도 쳐볼거나./ 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 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 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 이발소 집 신랑을 다루러/ 보리밭을 질러가면 세상은 온통/ 하얗구나. 눈이여 쌓여/ 지붕을 덮어다오 우리를 파묻어다오./ 오종대 뒤에 치마를 둘러쓰고/ 숨은 저 계집애들한테/ 연애편지라도 띄워볼거나. 우리의/ 괴로움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돼지라도 먹여볼거나.//

제삿날 밤 / 신경림
나는 죽은 당숙의 이름을 모른다/ 구죽죽이 겨울비가 내라는 제삿날 밤/ 할 일 없는 집안 젊은이들은/ 초저녁부터 군불 지핀 건넌방에 모여/ 갑오를 떼고 장기를 두고,/ 남폿불을 단 툇마루에서는/ 녹두를 가는 맷돌소리./ 두루마기 자락에 풀 비린내 묻힌/ 먼 마을에서 아저씨들이 오면/ 우리는 칸델라를 들고 나가/ 지붕을 뒤져 참새를 잡는다./ 이 답답한 가슴에 구죽죽이/ 겨울비가 내리는 당숙의 제삿날 밤./ 울분 속에서 짧은 젊음을 보낸/ 그 당숙의 이름을 나는 모르고.//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1970년대 골목길/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나목(裸木) /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무 / 신경림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 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나무를 위하여 / 신경림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랴/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랴/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꺽이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몬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는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라는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목 움추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지어 설 나무들아//

늙은 소나무 / 신경림
나이 쉰이 넘어야/ 비로소 여자를 안다고// 나이 쉰이 넘어야 비로소/ 사랑을 안다고// 나이 쉰이 넘어야/ 비로소 세상을 안다고// 늙은 소나무들은/ 이렇게 말하지만// 바람소리 속에서/ 이렇게 말하지만.//

나의 신발이 / 신경림
늘 떠나면서 살았다,/ 길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면서./ 늘 잊으면서 살았다,/ 싸리꽃 하얀 언덕을 잊고/ 느티나무에 소복하던 별들을 잊으면서./ 늘 찾으면서 살았다,/ 낯선 것에 신명을 내고/ 처음 보는 것에서 힘을 얻으면서/ 진흙길 가시밭길 마구 밟으면서.// 나의 신발은,// 어느 때부턴가는/ 그리워하면서 살았다,/ 떠난 것을 그리워하고 잊은 것을 그리워하면서./ 마침내 되찾아 나서면서 살았다,/ 두엄더미 퀴퀴한 냄새를 되찾아 나서면서/ 싸리문 흔들던 바람을 되찾아 나서면서.// 그러는 사이 나의 신발은 너덜너덜해지고/ 비바람과 흙먼지와 매연으로/ 누렇게 퇴색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아직도 세상 사는 물리를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퀴퀴하게 썩은 냄새 속에서// 이제 나한테서도 완전히 버려져/ 폐기물 처리장 한구석에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다른 사람들한테서 버려진 신발짝들에 뒤섞여/ 나와 함께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그 여름 / 신경림
한 사람의 울음이/ 온 마을에 울음을 불러오고/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고을에 노래를 몰고왔다// 구름을 몰고오고/ 바람과 비를 몰고왔다/ 꽃과 춤을 불러오고/ 저주와 욕설과 원망을 불러왔다//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몰고오고/ 한 사람의 죽음이/ 온 나라에 죽음을 불러왔다//

기차 / 신경림
꼴뚜기젓 장수도 타고 땅 장수도 탔다/ 곰배팔이도 대머리도 탔다/ 작업복도 미니스커트도 청바지도 타고/ 운동화도 고무신도 하이힐도 탔다/ 서로 먹고 사는 애기도 하고/ 아들 며느리에 딸 자랑 사위 자랑도 한다/ 지루하면 빙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기도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끝에/ 눈에 핏발을 세우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차창 밖에 천둥 번개가 치면/ 이마를 맞대고 함께 걱정을 한다/ 한 사람이 내리고 또 한 사람이 내리고...../ 잘 가라 인사하면서도 남은 사람 가운데/ 그들 가는 곳 어딘가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렇게 차에 실려 간다/ 다들 같은 쪽으로 기차를 타고 간다//

까치소리 / 신경림
간밤에 얇은 싸락눈이 내렸다/ 전깃줄에 걸린 차고 흰 바람/ 교회당 지붕 위에 맑은 구름/ 어디선가 멀리서 까치 소리// 싸락눈을 밟고 골목을 걷는다/ 큰길을 건너 산동네에 오른다/ 습기찬 판장 소란스런 문소리/ 가난은 좀체 벗어지지 않고/ 산다는 일의 고통스러운 몸부림// 몸부림 속에서 따뜻한 손들/ 뜰판에 팽개쳐진 이웃들을 생각한다/ 지금쯤 그들도 까치 소리를 들을까/ 소나무숲 잡목숲의 철 이른 봄바람/ 학교 마당 장터 골목 아직 매운 눈바람// 싸락눈을 밟고 산길을 걷는다/ 철조망 팻말 위에 산뜻한 햇살/ 봄이 온다고 봄이 온다고/ 어디선가 멀리서 까치 소리//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 / 신경림
어린 시절 나는 일없이 길거리를 쏘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나가 강물 위를 나는 물새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카사블랑카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바이칼호의 새 떼들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으니까// 다 늙어 꿈이 이루어져/ 바이칼호에 가서 찬 호수에 손도 담가보고/ 사하라에 가서 모래 속에 발도 묻어보고/ 파리의 외진 카페에서 포도주에 취하기도 했다/ 그때도 나는 행복했다, 밤마다 꿈속에서는/ 친구네 퀴퀴한 주막집 뒷방에서 몰래 취하거나/ 아니면 도랑을 쳐 얼개미로 민물새우를 건지면서// 창밖엔 눈발이 치고/ 모래바람 부는 사하라와 고추잠자리 떼 빨간 동구 앞 길을/ 번갈아 오가면서, 지금 나는/ 병상에서 행복하다//

그림 / 신경림
옛사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배낭을 멘 채 시적시적/ 걸어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주막집도 들어가보고/ 색시들 수놓는 골방문도 열어보고/ 대장간에서 풀무질도 해보고/ 그러다가 아예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떨까/ 옛사람의 그림 속에/ 갇혀버리면 어떨까/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내가 오늘의 그림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나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두드려도 발버둥쳐도/ 문도 길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의 그림에서/ 빠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배낭을 메고 밤차에 앉아/ 지구 밖으로 훌쩍/ 떨어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길 /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길 / 신경림

길을 가다가 눈발 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 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산길을 가다가/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찾는다// 

길을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산길 강길 들길을 가다가/ 내 손에 가득 들린 빨간 열매를 본다/ 내 가슴 속에서 퍼덕이는 하얀 새/ 그 날개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과 어우러진/ 내 노래 소리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길을 가다가//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 신경림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눌리는 자에게 헌신적이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만남 / 신경림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 미움과 노여움 속에서 헤어지면서/ 이제 우리 다시 만날 일 없으리라 다짐했었지/ 그러나 뜨거운 여름날 느닷없는 소낙비 피해/ 처마 아래로 뛰어드는 이들 모두 낯이 익다/ 이마에 패인 깊은 주름 손에 밴 기름때 한결같고/ 묻지 말자 그동안 무얼 했느냐 묻지 말자/ 손 놓고 비 멎은 거리로 흩어지는 우리들/ 후즐근히 젖은 어깨에 햇살이 눈부시리/ 언제고 다시 만날 걸 이제서 맏는 우리들/ 메마른 허리에 봄바람이 싱그러우리//

봄날 / 신경림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벚꽃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 무더기를 비집으며/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뜨고/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이 딸이//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파는/ 삶의 마지막 고살// 북한산 어귀/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 처녀들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

매화를 찾아서 / 신경림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도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장미에게 / 신경림
나는 아직도 네 새빨간/ 꽃만을 아름답다 할 수가 없다,/ 어쩌랴, 벌레 먹어 누렇게 바랜/ 잎들이 보이는데야/ 흐느끼는 귀뚜라미 소리에만/ 홀릴 수가 없다,/ 다가올 겨울이 두려워/ 이웃한 나무들이/ 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꽃잎에 쏟아지는 달빛과/ 그 그림자만을/ 황홀하다 할 수가 없다,/ 귀기울여 보아라,/ 더 음산한데서 벌어지는/ 더럽고 야비한 음모의 수런거림에.// 나는 아직도/ 네 복사꽃 두 뺨과/ 익어 터질 둣한 가슴만을/ 노래할 수가 없다,/ 어쩌랴, 아직 아물지 않은/ 시퍼런 상처 등뒤로 드러나는데야,/ 애써 덮어도 곪았던 자욱/ 순등에 뚜렷한데야.//

진달래 / 신경림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과 잎 꺾이면 뿌리를 그만큼 깊이 박고/ 가지째 잘리면 아예/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흙과 돌을 비집고/ 더 멀리 더 깊이 뿌리 뻗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피해서 꺾이지 않고/ 숨어서 잘리지 않으면서/ 바위너설에 외진 벼랑에/ 새빨간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

진달래 / 신경림
1// 냇물 타고 내려온 복대기가/ 마당을 덮은 가겟집/ 씨리목 산울타리에/ 진달래가 섞여 피었다// 키가 큰 그 집 의붓딸이/ 나는 좋았다/ 가겟방 들마루에 나앉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달 뜨는 게 보이고// 그애 제 죽은 애비 자랑에/ 툭하면 밤이 깊었다/ 후미진 골짝 돌자갈 밑에 누워/ 소쩍새 울음에 눈물 삼킬 그애 애비// 2// 나는 삼짇날 그애 꿈을 꾼다/ 산울타리에 섞여 피던/ 진달래를 본다/ 재봉틀에 손 찔리며/ 쏟아지는 잠 쫓는 그애의 딸을 본다// 골목 안을 서성대는/ 가난한 어머니를 본다// 무엇인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이 길고 질긴 줄은// 소나무 사이로/ 달 뜨는 걸 본다//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 신경림
이쯤에서 길을 잃어야겠다/ 돌아가길 단념하고 낯선 길 처마 밑에 쪼그려 앉자/ 들리는 말 뜻 몰라 얼마나 자유스러우냐/ 지나는 행인에게 두 손 벌려 구걸도 하고/ 동전 몇닢 떨어질 검은 손바닥// 그 손바닥에 그어진 굵은 손금/ 그 뜻을 모른들 무슨 소용이랴//

냇물을 보며 / 신경림
소녀들이 한떼 새옷을 입고 나들이를 나왔다/ 재넘어 바람에도 재잘대고 깡총대고/ 감추려 해도 부끄러운 속살 자꾸만 드러나서/ 벼랑을 뛰어내리기 전엔 엄살도 떨어보이는데/ 달음박질에 도는 바위너설에 햇살이 더 곱다/ 마을 앞은 게걸음으로 저자는 깨끔발로 지날 즘엔/ 새옷에 때도 묻고 종아리엔 얼룩도 지겠지/ 방죽이 가로막으면 서로 팔을 끼고/ 어기영차 밀어서 길을 터라 힘은 곱으로 솟고/ 그때쯤 몸은 더렵혀지고 갈기갈기 찢겨 있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지친 다리 끌고라도/ 저 들판만 지나면 넓고 푸른 바다인 것을/ 새파란하늘에 두듕실 구름만 떠 있을 것을/ 치마를 들추는 바람에 발걸음 크게 허공에 차리//

눈 /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 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서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는다 해도//

집으로 가는 길 / 신경림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 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초원 / 신경림
지평선에 점으로 찍힌 것이 낙타인가 싶은데/ 꽤 시간이 가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무토막인가 해서 집어든 말똥에서/ 마른풀 냄새가 난다.// 짙푸른 하늘 저편에서 곤히 잠들었을/ 별들이 쌔근쌔근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도무지 내가 풀 속에 숨은 작은 벌레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가서 살 저세상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하니/ 갑자기 초원이 두려워진다.// 세상의 소음이 전생의 꿈만 같이 아득해서/ 그립고 슬프다.//

파도 / 신경림
어떤 것은 내 몸에 얼룩을 남기고/ 어떤 것은 손발에 흠집을 남긴다/ 가슴팍에 단단한 응어리를 남기고/ 등줄기에 푸른 상채기를 남긴다/ 어떤 것은 꿈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아쉬움으로 남고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고통으로 남고 미움으로 남는다/ 그러다 모두 하얀 파도가 되어간다/ 바람에 몰려서 개펄에 내팽개쳐지고/ 배다리에서는 육지에 매달려지기도 하다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수평선 너머/ 그 먼곳으로 아득히 먼 곳으로/ 모두가 하얀 파도가 되어 간다//

압록강에서 / 신경림
강은 가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가르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가르지 않는다./ 제 몸 위에 작은 나무토막이며/ 쪽배를 띄워 서로 뒤섞이게 하고,/ 도움을 주고 시련을 주면서/ 다른 마음 다른 말을 가지고도/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친다./ 건너 마을을 남의 나라/ 남의 땅이라고 생각하게/ 버려 두지 않는다./ 한 물을 마시고 한 물 속에 뒹굴며/ 이웃으로 살게 한다.// 강은 막지 않는다./ 건너서 이웃 땅으로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짐즛 몸을 낮추어 쉽게 건너게도 하고,/ 몸 위로 높이 철길이며 다리를 놓아,/ 꿈많은 사람의 앞길을 기려도 준다./ 그래서 제가 사는 땅이 좁다는 사람은/ 기차를 타고 멀리 가서 꿈을 이루고,/ 척박한 땅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강 건너에 농막을 짓고 오가며/ 농사를 짓다가, 아예/ 농막을 초가로 바꾸고/ 다시 기와집으로 바꾸어,/ 새터전으로 눌러 앉기도 한다.// 강은 뿌리치지 않는다./ 전쟁과 분단으로/ 오랫동안 흩어져 있던 제 고장 사람들이/ 뒤늦게 찾아와 바라보는/ 아픔과 회한의 눈물젖은 눈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제 조상들이 쌓은 성이며 저자를/ 폐허로 버려 둔 채/ 탕아처럼 떠돌다 돌아온/ 메마른 그 손길을 따듯이 잡아 준다./ 조상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수없이 건너가고 건너온/ 이 강을 잊지 말란다.// 강은 열어 준다, 대륙으로/ 세계로 가는 길을,/ 분단과 전쟁이 만든 상처를/ 제 몸으로 말끔히 씻어 내면서./ 강은 보여준다,/ 평화롭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어두웠던 지난날들을/ 제 몸 속에 깊이 묻으면서.//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뗏목 / 신경림
뗏목은 강을 건널 때나 필요하지/ 강을 다 건너고도/ 뗏목을 떠메고 가는 미친놈이 어데 있느냐고/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빌려/ 명진 스님이 하던 말이다/ 저녁 내내 장작불을 지펴 펄펄 끓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절방/ 문을 열어 는개로 뽀얀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곰곰 생각해본다/ 혹 나 지금 뗏목으로 버려지지 않겠다고/ 밤낮으로 바둥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 나 지금 뗏목으로 버려야 할 것들을 떠메고/ 뻘뻘 땀 흘리며 있는 것은 아닐까//

빛 / 신경림
쓰러질 것은 쓰러져야 한다/ 무너질 것은 무너지고 뽑힐 것은 뽑혀야 한다/ 그리하여 빈 들판을 어둠만이 덮을 때/ 몇 날이고 몇 밤이고 죽음만이 머무를 때/ 비로소 보게 되리라 들판 끝을 붉게 물들이는 빛을/ 절망의 끝에서 불끈 솟는 높고 큰 힘을//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 신경림
새벽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길고 오랜 비바람 속에서 태어나고/ 백날 백밤 온 세상을 뒤덮는/ 진눈깨비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어둠을 몰아내는/ 싸움 속에서 태어난다/ 비바람을 야윈 어깨로 막는/ 안간힘 속에서 태어나고/ 진눈깨비 맨가슴으로 받는/ 흐느낌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먼저 산길에 와서/ 굴 속에 잠든 다람쥐를 간질이고/ 풀잎을 덮고 누운/ 풀벌레들과 장난질치지만/ 새벽은 다시 산동네에도 와서/ 가진 것 날선 도끼밖에 없는/ 늙고 병든 나무꾼을 깨우고/ 들일에 지쳐 마룻바닥에 쓰러진/ 에미 없는 그의 딸을 어루만지지만/ 새벽은 이제 장거리에 와서/ 장사 채비에 신바람이 난/ 주모의 치맛자락에서 춤을 추고/ 해장국집에 모여 떠들어대는/ 장꾼들과 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어둠을 영원히 몰아내리라/ 굳은 다짐 속에서만 밝는다/ 비바람 진눈깨비 다시 못 오리라/ 힘껏 낀 어깨동무 속에서만 밝는다/ 다람쥐도 풀벌레도 산짐승도/ 늙고 병든 나무꾼도 장꾼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하나로 어깨동무를 하고/ 크고 높이 외치는/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세월 / 신경림
흙 속을 헤엄치는/ 꿈을 꾸다가/ 자갈밭에 동댕이쳐지는/ 꿈을 꾸다가……// 지하실 바닥 긁는/ 사슬소리를 듣다가/ 무덤 속 깊은 곳의/ 통곡소리를 듣다가……// 창문에 어른대는/ 하얀 달을 보다가/ 하늘을 훨훨 나는/ 꿈을 꾸다가……//

싹 / 신경림
어둠을 어둠인지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모른다/ 아픔도 없이 겨울을 보낸 사람은 모른다/ 작은 빛줄기만 보여도 우리들/ 이렇게 재재발 거리며 달려나가는 까닭을/ 눈이 부셔 비틀대면서도 진종일/ 서로 안고 간질이며 낄낄대는 까닭을//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깊이 숨을 소중하고도 은밀한 상처를 꺼내어/ 가만히 햇빛에 내어 말리는 까닭을/ 뜨거운 눈물로 어루만지던 까닭을//

쓰러지진 것들을 위하여 / 신경림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몇 십만이 모이는 유세 장을 마다하고/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어둠 속으로 / 신경림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들 가고 있다/ 꽃으로 피어 서로 시새우던 안타까움을 두고/ 뜨거운 햇볕에 몸을 익히던 어려움을 잊고/ 달빛과 이슬에 들뜨던 부끄러움을 버리고/ 한낱 과일로 떨어져 푸섶에 썩기 위하여/ 섬돌에서 우는 귀뚜라미 울음도 듣지 못하는/ 가을 하늘을 나는 기러기떼도 보지 못하는/ 깊고 긴 어둠 속으로 허둥대며 가고 있다//

정월의 노래 / 신경림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쉬 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신경림 시인
1936년 충청북도 충주시(당시에는 중원군)에서 태어났다. 1960년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55∼1956년 《문학예술》에 이한직의 추천을 받아 시 《낮달》 《갈대》 《석상》 등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건강이 나빠 고향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현대문학사, 희문출판사, 동화출판사 등에서 편집일을 맡았다. 한때 절필하기도 하였으나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하였다. 이때부터 초기 시에서 두드러진 관념적인 세계를 벗어나 막연하고 정체된 농촌이 아니라 핍박받는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하였다. 작품세계는 주로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농민의 한과 울분을 노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에 《농무》, 《새재》, 《달넘세》, 《남한강》, 《우리들의 북》, 《길》 《가난한 사랑노래》, 《쓰러진 자의 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뿔》 장시집 《남한강》 등이 있고, 평론에 《농촌현실과 농민문학》,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 《역사와 현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시》, 《민요기행》, 《우리 시의 이해》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공초문학상, 만해시문학상,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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