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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금쪽같은 사과 / 박광안

부흐고비 2021. 7. 2. 08:35

언제부터인가 하루가 시작되면서 반갑게 맞아준다. 금쪽같은 사과 반쪽인데, 한 개는 양이 많아 반쪽씩 아침 식사 전 먹고 있는 것이다. 공복에 사과를 먹으면 영양섭취가 좋아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이다. 입안에서 청량감은 상쾌한 기분이다.

날마다 먹는 사과도 품종에 따라 종류도 많고 맛도 다양하였다. 궁금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9월~10월에 수확하는 홍로는 신맛이 거의 없고 당도가 매우 높으며 추석 제수용품과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부사는 10월~11월부터 수확하며 비바람 서리를 맞고 추위를 견디며 자랐기에 저장성이 좋으며 맛도 좋아 꿀 사과라고 하였다. 7월~8월에 볼 수 있는 아오리는 여름풋사과인데 가피가 얕고 푸르지만 과즙이 많고 새콤한 맛이라고 하였다. 그밖에 홍옥, 감흥, 능금, 꽃사과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춘궁기에 식량은 떨어지고 아직 보리는 나오지 않아 배고팠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보릿고개 가요가 요즈음 많이 불리어지고 있다. 특히 미스터트롯에 입상하여 일약 톱스타 가된 어린꼬마 정동원이 애절하게 부를 때는 자신의 설움을 토해 내는 듯 하여 눈시울을 적셨다.

나에게는 새로운 고개를 맞이하게 되었다. 준비하였던 사과는 떨어지고 시장에도 사과가 품절될 때가 있어 먹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꿩 대신 닭”이라고 바나나로 대신하였으나 후보 선수가 만족해주지는 못했다. 워낙 사과에 정이 들어 오랫동안 전해준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복달임 하려고 고기를 사러갔는데 기다리던 사과가 눈에 번쩍 띄었다. 3개씩 포장되어있었는데 가격표가 붙어있어 바라보니 2,100원으로 보였다. 싸다고 생각하며 반가웠다. 그런데 집에 와서 영수증을 보니 12,000원으로 적혀있었다. 순간 아찔하였다. 사과 1개에 4,000원이란 말인가? 아직까지도 안경은 쓰지 않았지만 노안으로 작은 글씨는 돋보기를 쓰고 보고 있다. 돋보기를 쓰지 않고 보아서인지 흐릿하여 착시현상 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금쪽같은 사과가 된 것이다.

하루에 반쪽에서 식량이 없어 한 끼라도 늘려먹던 시대를 생각하며 3등분하여 먹었다. 전에는 껍질을 깎아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깨끗이 씻어 그냥 먹었다. 껍질에 영양가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농약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다정스러워 어느 것이나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햇사과라 그런지 맛이 신선하여 비싼 가치를 느끼게 하였다. 과연“명불허전”이로구나, 욕구를 만족시켜 주어 기분도 상쾌해졌다. 버릇이 오래가면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되듯이 아침에 사과가 없으면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그리워하듯이…….

우리고장 사과로 유명한 장수 농가단지에서 이른 봄에 사과 한그루에 10만씩 1년간 분양하여 농가는 인력을 도움 받고 분양받은 가정은 스스로 재배하여 즐거움도 느끼고 가족들이 모여 화목하면서 영농법도 배우게 되어 상생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였다. 노력의 대가로 200% 수확할 수 있으며 재해가 있을 때도 원금가격의 사과를 채워준다고 하였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모두 만들어 자급자족하기는 현시대에서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든사람이 어울려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할 일를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정신은 필요하다고 본다. 일을 싫어하며 도움을 받는 삶은 사회 발전에 역행하며 자신의 일생도 허무하기 때문이다.

시골 고향집은 아무도 살지 않아 쓸쓸함을 달래주려 가끔 찾아간다. 가장 값진 일은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하였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감, 대추, 살구, 자두, 사과묘목을 2그루씩 사다 심었다. 정성을 다한다면 풍성한 과일들이 내 품에 안길 것을 상상해보았다. 이미 심었던 매실과 모과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고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떠올리며, 내가 가꾼 사과나무에서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모습을 푸른 하늘에 그려본다.


■ 박광안 프로필 ‧ 수필집 : 연못가 새노래 ‧ 수상 : 인간과 문학 수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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