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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고창환 시인

부흐고비 2021. 8. 17. 09:11

만종(晩鐘) / 고창환
호박엿 파는 젊은 부부/ 외진 길가에 손수레 세워놓고/ 열심히 호박엿 자른다/ 사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어쩌자구 자꾸 잘라내는 것일까/ 그을린 사내 얼굴/ 타다 만 저 들판 닮았다/ 한솥 가득 끓어올랐을 엿빛으로/ 어린 아내의 볼 달아오른다/ 잘려나간 엿처럼 지나간 세월/ 끈적거리며 달라붙는다/ 그들이 꿈꿔왔을/ 호박엿보다 단단한 삶의 조각들/ 삐걱이는 손수레 위 수북이 쌓인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데/ 그들이 잘라내는 적막한 꿈들/ 챙강대는 가위 소리/ 저녁 공기 틈새로 둥글게 퍼진다//

시인의 산문 / 고창환
한때 의도적으로 삶의 따뜻함을 지향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또 많은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어떤 삶도 의도적일 수 없다는, 그 우연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순간들. 사소하고 쓸모 없는 기억들이 온몸 가득 쌓여 있다. 조금만 흔들려도 그것들은 일렁인다./ 길에 비유되는 삶은 진부하다. 그러나 모든 길은 삶이다. 뒤돌아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한 무더기 구린내 나는 발자국들과 굳어버린 소금 기둥들, 실타래처럼 풀려나간 길들이 어두워지면 몸 속으로 기어들어온다. 끝없이 걸어도 닿을 수 없다. 잠들어서도 걸어가야 한다./ 물렁거리는 공기들이 축축해지면, 우두커니 서 있던 나무들이 일렬로 저녁 해에 끌려간다. 그 순간 물집 같은 세상이 가라앉는다. 그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빠져나오고, 어떤 어둠도 이 길을 되돌리지 못한다. 어두운 창문들만이 기억하리. 저 지친 발자국들 어디로 끌려가는지.//

 

내 동료 K선생 / 고창환
바르게 사는 일이 찬밥인 세상에서/ 그는 기꺼이 찬밥을 택했다/ 나는 아무래도 찬밥이고 싶지 않아서/ 목구멍에 걸린 밥알을 애써 삼키며 살지만/ 그는 찬밥도 거침없이 삼킨다/ 무엇인가 한 가지라도/ 지키면서 사는 일이 어디 쉬운가/ 상한 밥알까지/ 우적우적 먹어치우는 세상 앞에서/ 기꺼이 찬밥이 되는 일이 어디 쉬운가// 사는 길은 셋뿐이다/ 상한 밥알까지 먹어치우며 살거나/ 목구멍에 밥알을 걸고 살거나/ 기꺼이 찬밥이 되는 것이다/ 바르게 살려면 찬밥이 되어야 하고/ 찬밥이 되지 않으려면/ 목구멍에 밥알을 걸고 살거나/ 상한 밥알까지 먹어치워야 한다 나는/ 목구멍의 밥알 선생이고 그는 찬밥 선생이다//


노을 / 고창환
주름진 옷처럼 구름이 걸려 있다/ 저 구름 밑으로 사십 년을 걸어온 사내/ 그의 팔다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녹슨 덫,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증명하는/ 그의 삶은 낡은 것이다/ 단단한 길은 쉽게 발바닥을 길들이고/ 하수구를 빠져나온 입김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 길을 아직도 걷고 있는 사내/ 그가 기억하는 발자국들은/ 먼지에 덮여 낯선 마을을 떠돈다/ 살얼음 진 바람이 사각사각 몰려간다/ 넓은 유리창들이 불빛 몇 장을 뱉어낸다/ 불빛의 틈새로 그의 긴 그림자가/ 앙상한 나무처럼 흔들린다 그 어둠이 증명하는/ 그의 삶은 버려진 것이다/ 노을이 적시는 한무더기 구름/ 뒤돌아보면 검은 길이 입을 벌리고 있다//

발자국들 / 고창환
수 백만 년 전 화석에 찍혀 있다는/ 두 쌍의 발자국/ 화산재 굳지 않은 그 길을/ 그들은 어디로 걸어가고 있었을까/ 그 후로 얼마나 많은 발자국들이/ 낯선 길을 따라 떠돌았을까// 발자국들이 시름의 흔적이며/ 자욱한 먼지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깊은 밤 발자국들은/ 수런거리며 사람의 가슴에서 깨어난다/ 그것들은 때로 그리움이거나/ 격렬한 통증으로 마음을 돌아다닌다/ 발자국들은 가끔 중얼거릴 때도/ 있다 귀기울이면/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물렁물렁한 발자국들이/ 단단하게 굳어갔던가/ 흉터처럼 불거진 발자국들/ 지나간 영혼의 길목마다/ 화인처럼 화끈거리던 추억의 문장들/ 바람이 불고 어두워지면/ 발자국들은 덜그럭거리며 몰려다닌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눈이 부시다 잎이 넓은 나무들 세상의 그늘을 가려주지 못하고 나지막이 엎드린 가난 위에서도 반짝거리는 나뭇잎 착한 이웃들의 웃음처럼 환한 잇몸을 드러내며 햇살이 쏟아진다 사람의 흔적이 자목련 향기처럼 아름답다 숲을 떠난 꽃씨들이 큰 길까지 날리고 나른한 향수에 풀린 마을을 내다본다 골목길을 따라 풍선마냥 가벼운 마음들이 들락거린다 자꾸 꺾이는 바람도 세상살이가 조금씩 눈에 보일 쯤이면 바로 펼 수 있을까 마주치는 세상의 모퉁이마다 큰 바퀴가 지나고 마른 돌가루가 날릴지라도 손바닥을 펴서 햇살을 받는다. 사는 날까진 기다릴 것이 남아 있는가 오랜 희망을 다시 짚어보듯 푸른 소리를 실어나르는 송전탑을 향해 귀를 세운다.//
*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낙과(落果) / 고창환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으니/ 한없는 무게를 채워/ 더 이상 붙잡지 못할 흔들림/ 썩은 살갗 속에서도 씨앗은 움트리/ 도려낸 기억 속에서조차/ 짓물러진 발자국을 도려낼 수 있으리니/ 흠집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리/ 세상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품고 있는지/ 흙바닥을 뒹굴어보면 알겠네/ 딸어져도 놓지 못할 이름이여/ 남김 없이 비워버리면/ 세상의 길들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흔들리지 않는 꿈의 뿌리들/ 다시 몇 겹의 흙먼지 덮고 부화될 수 있을까/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리//

균열 / 고창환
몇 마리 개미들이 빠져나온다/ 세월이 부식시킨 틈새/ 헐거워진 시멘트와 철근이 갈라서고/ 오래 다물었던/ 소리들이 빠져 나온다/ 완강한 것들은 그 무엇도/ 품지 못한다 비로소 숨쉬는 것들은/ 참으로 오래 견뎌온 것들이다/ 저 좁은 틈새마다/ 집들이 들어서고 해와 달이 뜨고/ 오래 삭은 냄새들이 굳어간다/ 벌어져가는/ 상처만이 따뜻하게 모든 것을 품는다//

푸른 저녁 / 고창환
저녁 한때의 바람이 구름을 몰고 간다/ 굴뚝 사이 번지는 하늘이/ 전혀 다른 표정으로 흔들리는/ 그 순간, 지상의 나무들은 일제히/ 어둔 길들을 풀어놓는다/ 갑자기 세상은 부풀고/ 길들은 검은 구름으로 가득 채워진다// 흩어진 구름 사이로/ 몰려나온 발자국들이 구름을 뱉어낸다/ 지나온 길들이 단단한 어둠의 입자들로 채워지는/ 그 순간을 나는 추억이라 부르리/ 언젠가 나에게도/ 웅크린 나무들이 중얼거리는/ 낯선 말들에 귀기울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본다/ 저녁의 수런거리는 거리에서/ 뿔뿔이 흩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모퉁이에 걸리고 어둠에 잘린다// 검은 지붕들이 땅 밑으로 가라앉는다/ 낯설지 않은 세상이여/ 나는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는다//

거미가 걷는다 / 고창환
몸 속을 빠져나온 길을 걷는다/ 제 몸 속에 엉켜 풀리지 않는 길/ 조금씩 비워낸 꿈들이/ 길을 만들고 출렁이는 마음의 이정표를 세운다/ 펼쳐진 길들이 둥글게 말린다/ 나뭇잎에서 나뭇잎까지/ 길의 뿌리는 수맥까지 닿아 있다/ 몸 밖으로 걷는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뜨거운 말들을 조금씩 뽑아낸다/ 세상이 끌어당긴 팽팽한 저 길들은 위험하다// 몸을 열어서 뱉어낸 길/ 먼지와 햇빛과 그늘진 바람이 걷는다//

토종닭 / 고창환
모란 장터 골목길에선 때도 없이 목쉰 울음에 꺾이는 토종닭의 푸득임과 마주쳐야한다./ 한 솥 백숙으로 달아오르거나 생닭으로 팔려나가기 위해 수시로 털 뽑히는 숨가쁜 눈동자와 얼굴을 맞대야 한다./ 어느 산골 미명의 골짜기를 깨우며 건강한 날개짓으로 활기차기도 하였을텐데/ 지난날을 그리워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잘려나가는 한 시절/ 끓는 물에 벗겨진 맨 몸의 기억이 바람결에 깃털처럼 가볍기만하다./ 이젠 잘못든 길도 내 길 같기도 하고 끌며 끌리며 찍어온 발자욱들이 뎅겅 잘린 발목처럼 저 홀로 떠돈다./ 아직 펄떡이는 그리움이 남았거든 목 쉰 울음이라도 핏기가 돌까/ 살아서 치욕스런 나날에 목을 비틀어 칼을 들이댄다 한들 무슨 울음으로 저항할 것인가/ 허리 숙여 맞아줄 맑은 새벽과 생목들의 그렁그렁한 울림도 없는 세상/ 철망에 뿌리를 박고 지나온 내력을 몸 안에 가둔다./ 더 이상 마음 둘 곳 없는 막다른 길목의 막막함마저 거두어들이는 재빠른 손놀림/ 잘려진 사연들이 홰를 치며 뛰어올라도 저 무심한 결별들을 탓하지 않으리라./ 들끓는 세상 기름띠로 뭉칠지라도 푸르렀던 한 시절로 충분하였으니 한 줌 햇살로 다시 태어나리라.//

황소개구리 / 고창환
살기 위해 먹는다고 말하지 마라/ 그리운 사람은 여전히 그립고/ 사는 날까지 아물지 않을/ 상처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지 마라 먹지 않아도/ 떠나고 싶을 때가 있고 상처가 깊어/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니 말하지 마라 머지 않아도/ 밤하늘 향해 슬픈 눈물 흘려야 할 때도 있고/ 가슴이 컥컥 막힐 죽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말라 비틀어진 꽃잎처럼 고요한 추억도/ 살다보면 그립고 지난 날의 상처까지 희미하게 되짚어 보고픈 간절한 날도 있다/ 아무리 먹어치워도 마른 추억을 뜯으며/ 밤을 새운다 그러니 말하지 마라/ 먹지 않아도 그리울 때가 있고/ 저 어두운 죽음의 뒤편 쪽으로/ 막무가내 달려가고 싶은 때도 있다//

전신주 / 고창환
그들은 나무보다 더욱 외롭다/ 수맥을 짚어 자라지도 못하는/ 그들은 나무보다 거친 기억을 갖고 있다/ 뒤틀림이 자유의 다른 이름이라고/ 나무의 아름다움과/ 민감한 정신이 빛날 때마다/ 비늘처럼 일어서는 푸른 욕망들// 이 삭막한 겨울 들판엔/ 얼마나 많은 구멍이 숨쉬고 있는걸까/ 나무들의 희망이 땅 밑으로 자라고/ 서로의 발가락을 더듬어/ 은밀한 속삭임을 주고받을 때/ 그들이 베어내는 녹슨 기억들은/ 땅 위에서 부슬부슬 흩어지곤 한다// 기다림의 그 깊은 통로를 그들은 오래도록 서성여온 것이다/ 어쩌지 못할 간격으로 세상이/ 결박되어 있음을/ 마주선 오랜 세월이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나무보다 더욱 외롭다/ 나무보다 쓸쓸하고 나무보다 가볍다/ 맨살의 고단함이 직립으로 버티는/ 밤에도 그들은 잠들지 못한다/ 바람이 끌고 가는 무수한 길을 따라/ 누군가 마른 꿈을 날려보낼 뿐/ 그들은 나무보다 쉽게 쓰러진다//

못을 박으며 / 고창환
몸으로 세월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온몸을 다해서 구부러지기도 하며/ 쿵쿵 세상을 울리는 일은// 녹슬어 가는 지난 세월을 두드리다 보면/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늦여름의 길목 / 고창환
김씨는 두 마리 토끼를 기른다/ 비좁은 토끼장에 매일 풀을 넣으며 그는/ 무슨 알토란 같은 꿈을 다지는 걸까/ 오토바이 소리 요란한 최씨 아저씨는/ 호박을 기른다 누런 호박이 익으면/ 오토바이 뒷자리에 호박을 싣고 퇴근한다/ 부서지고 깨진 것들을 고치거나/ 하루 종일 인쇄기를 돌리는 것이 그들의 일이지만/ 가끔 술추렴에 붉어진 세월이/ 발자국처럼 패어 있다 그들에게선/ 옻닭이나 말벌 같은 말들이/ 불쑥불쑥 묻어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들풀 같은 추억은 어떻게 숨쉬는 걸까/ 막혀버린 우물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빛 바랜 한 시절은 어떻게 싹을 틔우는가/ 싸움닭 같은 벼슬을 세우지 않고/ 어떻게 이 도시를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가는 비 흩뿌리는 늦여름의 길목,/ 김씨는 용접 불꽃을 튀기며 떨어진 철문을 고친다/ 따지 않은 호박이 난간에 걸려 있다/ 토끼장 속 토끼를 가만 들여다본다/ 붉고 순한 눈동자가 빤히 마주 바라본다//

담 / 고창환
담이 무너지자 세상이 열렸다/ 수많은 새들 머리를 짓찧었지만/ 세월이 풍화시킨 늙고 완강한 담/ 어느 날 그 담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담이 무너지자/ 바람이 쏟아져나왔고/ 오랜 세월 고여 있던 그늘이 흩어졌다//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붉은 벽돌 사이 균열은 깊어지고/ 아이들은 못을 갈아 틈새를 파헤쳤다/ 완고한 노인들은 위험을 경고했다/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시작되었고/ 틈새는 시멘트로 덕지덕지 메워졌다/ 메워진 틈새는 단단하게 굳어갔다/ 아무도 그렇게 갑자기/ 담이 무너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희생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나가던 늙은 사내는 발목이 부러졌고/ 어린 나무 몇그루가 깔려버렸다/ 부서진 벽돌 조각을 치웠을 때/ 짓이겨진 들풀들이 뿌리를 드러냈다/ 그러나 담이 무너지자/ 세상의 안과 밖이 사라져버렸다//

길 / 고창환
이끼 낀 수초 사이/ 몇 마리 수마트라가 빠져나온다/ 수없이 되밟아 걸었을 길/ 이끼는 유리벽에도 달라붙어 있다/ 둥근 기포가 올라온다/ 수면 위엔 한 점의 구름도 없다/ 발자국 위에 찍힌 발자국이/ 부글거린다 썩어가는 내부의 길이다/ 자신의 똥과 살비듬들이 더럽혀놓은 생/ 그것을 어쩌지 못해/ 온몸으로 고리를 젖는 길// 숨쉬는 일도 길을 걷는 것이다//

낙타의 길 / 고창환
거기에선 아주 느리게 걷자/ 모래 바람 비껴갈 때 꿈벅거리는 눈/ 감았다 뜨면 보이리/ 사는 것이 이렇게 흠집투성이구나// 먼 하늘 별들이 돋으면/ 오래 멈춰 서서 생각 깊게 바라보자// 너덜거리는 시간이/ 긴 그림자를 끌며 지나도/ 가뭇없이 멀어지는 것들을 꿈꾸지 말자// 사는 것이 모래 벌판에/ 길을 다지는 일이지/ 보이는 것이 모두 마음의 굴절이었구나// 함부로 흘러나간 삶을/ 거짓처럼 사라진/ 물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자// 거기에선 아주 느리게 걷자/ 마른 나무 그늘 목을 축일 때면/ 짓물러진 발자국이라도 가만히 짚어보자//

우체통이 있는 거리 / 고창환
정류장 옆 우체통에 한 사내가/ 두툼한 편지를 넣는다/ 저물어가는 아파트 입구/ 버스를 기다리며 우체통을 바라본다/ 자주 서성였고 지나치던 길이지만/ 넟설게 우체통에 기대 서본다/ 차가운 기다림이 손바닥에 번진다/ 그렇게 홀로 무엇을 견딘다는 것이/ 먼 기억처럼 가슴을 저민다/ 우체통의 붉은 입술을 건드려본다/ 한없는 망설임의 젊은 날들이/ 한꺼번에 우체통에 기대 서본다/ 지나간 말들이 흘러가고 흘러온다//

귀로(歸路) / 고창환
마을 쪽으로 이따금/ 갈라진 길들은 몇 대의 트럭을 뱉어낸다/ 흠칫거리며 바람이 지나가고/ 햇빛 속 모래알갱이들이 서걱거린다/ 빈 길들은 모두 수상한 침묵을 품고 있다/ 어디든 한 번은 건너야/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지루한 여름날, 길들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저녁 햇살이 가늘어지면/ 어둠 속으로 길들이 빨려들어 간다/ 세상은 검은 능선을 따라 몇 개의 불빛을 단다/ 무거운 공기 속 침묵은 쉽게 단단해진다/ 무뚝뚝한 나무들은 표정을 감추고/ 전조등 불빛이 끊어진 길을 비춘다/ 우연히 드러난 추억은 갑자기 축축해진다/ 빗줄기를 품고 구름이 몰려온다/ 젖은 불빛을 끌며 어둠 속 길들이 빠져나온다// 의심 많은 눈을 감으며/ 나무들이 몸속에 길을 가둔다/ 휘청거리며 몇 명의 사내들이 지나간다/ 낯설고 눅눅한, 냄새만이 기억 속을 오래 떠다닌다/ 길들은 쉽게 지워지고 잊혀진다/ 아무도 저 어두운 길들을 꿈꾼 적 없으니/ 늙은 나무들의 내장 속으로/ 둘둘 말린 길들이 끝없이 뻗어나간다//

야경(夜景) / 고창환
산기슭에 매달린/ 십자가의 수를 헤아린다/ 빽빽한 불빛 사이/ 붉은 십자가들/ 모종의 신념처럼/ 그것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우성치는 저 불빛들//

오래된 것들은 / 고창환
오래된 것들은 모두 삐걱거린다/ 십 년 전 시계는 느리거나 너무 빠르다/ 낡은 안경은 나사가 풀리고/ 조여도 자꾸 헐거워진다/ 시간은 마모되고 어긋난 것들을 키운다// 오래된 것들을 더듬어보는 일은/ 세월에 깃들인 발자국을 되짚어 걷는 것이다/ 한발 한발 걷다 보면/ 여미어진 사연들도 옷고름을 풀겠지만/ 통증도 없는 아픔이 만져지는 것이다// 칼처럼 버려지지 않는 무딘 날을/ 어쩌겠는가 이미 굳어버린 기억을/ 그토록 무겁게 품어왔으니/ 조여지지 않는 꿈들을 어쩌겠는가// 그러니 오래된 것들은/ 무수히 긁힌 상처를 살갗으로 받아들인다/ 십 년 전 시계는 알람 소리도 울리지 않고/ 낡은 안경은 다리가 흔들거려도/ 닳고 닳은 모서리로 살아간다//

손풍금 / 고창환
사내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철 지난 옷을 팔거나 강장제 따위를 늘어놓고/ 먼지 속 사내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구겨진 전단지가 날아오르고/ 팽팽한 현수막이 눈썹을 부풀린다/ 바람 속에는 황사가 눈곱처럼 끼어 있다/ 언제였던가 그 시절, 사내의 레퍼토리는/ 다채로웠으며 손풍금은 멀리멀리 울려퍼졌다/ 사내가 마지막으로 구슬프게 불러제낀/ 목쉰 노랫소리 기억도 나지 않는다 손풍금은/ 뿌연 먼지를 쓰고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졌다/ 사내가 고물 트럭에 싣고 다니는 것들은/ 철 따라 민감하게 바뀌어갔지만/ 손풍금은 그렇게 세상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사내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손때 묻은 손풍금이 그 시절을 증명할 뿐이다/ 손풍금의 쭈그러든 주름 상자 속/ 사내의 노랫가락이 가득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속엔 사내의 먼지 자욱한 삶도/ 굵은 주름마다 겹겹이 배어 있을 것이다/ 먼 훗날, 손풍금을 올려본다면/ 황성 옛터나 번지 없는 주막이 스며나오고/ 사내의 목쉰 삶도 구구절절 배어나올 것이다//

투신 / 고창환
먼지 낀 유리창에 사내의 얼굴이 비쳤다 늙은 경비원은 졸고 빈 계단은 그늘 속으로 뻗어 있다 고통스러운 추억처럼 침묵은 완강하다 이 낯선 계단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소모되었다 길이 끊어진 곳에 길이 열린다 손을 뻗으면 문이 사라진다 짧은 햇빛이 쓰다듬고 간 자리, 덜컹거리는 발자국들이 서성거렸다 힐긋거리며 검은 새가 깃털을 흔들며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깜박거렸다 세상의 모든 신호는 음험하다 그러나 모두 기억하리 이미 많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다 붉은 꽃잎이 시들고 있는 화단 옆, 웅성거리던 발자국들이 흩어져 갔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저 꽃잎은 무엇을 향해 견디고 있는가 왜 젖혀진 창문은 흔들리지 않는가 창문을 가득 메우며 뭉게구름이 밀려들어 왔다 빈 창문은 아무것도 가려주지 못한다//

풍문(風聞) / 고창환
낡은 나무창문이 삐걱이고/ 안개 속 칠 벗겨진 십자가들이 팔을 뻗는다/ 무너진 지붕 사이로 한 줄기 먼지 기둥이 일렁인다/ 하룻밤이 지나면 그만큼의 상처가 자랄 것이다/ 길들을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묵묵히 붉은 벽돌을 쌓는/ 수상한 발자국들을 조심해야 한다// 나뭇잎들은 하루종일 중얼거린다/ 푸른 칼날을 다듬고/ 쏟아지는 햇빛을 향해 함부로 휘두른다/ 잘려진 햇빛이 토막토막 날아다닌다/ 투명하고 날카로운 소리들이 날아다닌다/ 그것들에 귀 기울여선 안 된다// 숯불 같은 노을이 지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부드러운 귀들은 얇은 유리병처럼 예민해진다/ 어두운 길의 바깥에서/ 작고 검은 새들이 무리 지어 돌아온다/ 그들이 물고 오는 낯선 냄새들을 조심해야 한다// 어둠 속에는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마지막 물고기가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바람이 흘리는 낮은 소리들이/ 차곡차곡 웅크린 몸 속에 채워진다/ 이미 지나간 길들에 귀기울이면 안 된다/ 빽빽한 불빛들이 하나 둘 눈을 감는, 그 순간/ 뜯겨나간 꿈들은 날아 다니는 것이다/ 돌아보면 안 된다 나뭇잎들은 자꾸 중얼거린다/ 이 모든 기억조차 사 라 져 버… 릴… 거……//

나뭇잎들 / 고창환
느닷없이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빗방울들 무리 지어/ 흐린 유리창을 두드리는 오후/ 나뭇잎들은 도무지/ 싸울 생각을 않는다/ 바람은 거친 손을 흔들고/ 웅성거리는 나뭇잎들/ 저렇게 떨어져도 되는가/ 차고 투명한 숨결이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한때는 아름다웠을/ 젖은 얼굴들 늦가을 바람은/ 낮은 세상을 떠도는데/ 마지막 숨결까지/ 흙바닥 아무렇게나 뒹굴어도 되는가/ 저렇게 흩어져도 되는가//

선인장 / 고창환
선인장이 사막 식물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인장이 또한 목마른 식물이란 것은 아무도 모른다/ 목마른 것들은 모두 거칠어진다 내심 감추어둔 열망이/ 깊을수록 온몸의 가시는 무성해지는 법 마른 목구멍의/ 갈라지는 틈새는 뜨거웠던 세월의 흔적인 것이다 기실/ 모래 바람 자욱한 세월 속에선 속으로 키워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인장이 붉은 꽃잎을 키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갈증을 참아야 하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 향기가 세상을 진동하려면/ 몇백 번의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하는지//

수선화 / 고창환
철조망 너머 비가 내린다/ 젖은 현수막 늘어진 축축한 세상/ 기어코 빠져나가지 못할/ 경계마다 날카로운 꿈들이 곤두선다/ 저 빗줄기처럼 살 수 없을까/ 한번 내리꽂히면 되돌리지 못할/ 부글거리는 내부 모두 쏟아내고/ 한세상 건너지 못할까/ 차마 볼 수 없구나/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떨기 수선화//

분갈이 / 고창환
아버지의 굽은 등이 학처럼 길어서/ 좀처럼 펴질 것 같지 않다/ 세월의 푸른 그늘이 깊어갈수록/ 아버지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움켜쥔 것들을 문득 펼쳐보았을 때,/ 빈 손바닥의 손금을 타고 흐르는 햇살의 강/ 감자를 캐듯 뿌리가 없는 것들을 일궈왔구나/ 거두지 못한 생각들이 비쳐 보인다// 마른 흙을 고르며 뿌리를 옮겨 심는/ 아버지의 분갈이, 젖은 발목을 내리고 싶어하던/ 오랜 희망들을 다시 짚어본다/ 언제나 마른 흙을 들추어보면/ 뿌리내리지 못한 삶이 푸석푸석 일어나고/ 수없이 많은 땅을 옮겨 다니시며 아버지/ 왜 자꾸 어린 나무를 사들이셨을까/ 어디에서나 햇살은 넓게 퍼지지만/ 조선국화처럼 환히 피어날/ 그리운 땅은 아득히 멀기만 하다/ 이제 그만, 아버지/ 뿌리를 내려야죠 잎이 시들고/ 휘어진 줄기가 고개를 꺾어도/ 고집스레 기다릴 수 있는 튼튼한 뿌리를// 가을 햇살이 아버지의 굽은 등에/ 깊은 도랑을 지으며 흘러내린다/ 눈물샘에 갇혀 흐르지 못한 강물이/ 마른 발자국을 소금기처럼 드러내고 있다/ 어느 따뜻한 오후,/ 잔뿌리마다 맺힌 근심을/ 아버지는 조심스레 털어내고 있다//

고목(枯木) / 고창환
한 번도 걸은 적 없지만/ 그는 모든 삶을 경험했다/ 축축한 어둠을 덮으며/ 길들은 그의 내부로 밀려왔다/ 그는 낱낱이 기억한다/ 세상의 뿌리마다/ 잊혀진 죽음들이 달라붙어 있다// 얼마나 많은 길을 숨기고 있는지/ 스쳐가는 새들은 모르리/ 사나운 바람이 몰려가고/ 갈라진 살갗이 낯선 신음을 흘릴 때/ 내부에서 울리는/ 둥글고 단단한 소리들/ 상처만이 마음에 길을 만든다// 그는 낱낱이 기억한다/ 추억은 어둠 속에서 선명해진다/ 비워낸 자리마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쌓여가고/ 그때마다 새들은 둥지를 허문다/ 한 번도 걸은 적 없지만/ 그는 모든 길들을 품고 있다//

강화기행 / 고창환
다리 앞 검문소에서 얼핏 그들을 본듯도 하다./ 긴 다리를 지나는 동안 갯벌에 걸린 물고기들/ 투박한 이름을 떠올렸지만 그들이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차창 밖으로 늙어가는 나무들이 일렬로 표정없이 두 팔을 흔들고/ 마니산 입구를 지날 때까지 바람도 발목 근처에서 머물다 꺾이곤 했다./ 떠나야할 모든 것들은 이미 어둡기 전에 수평선을 넘어갔다./ 정수사에 올라 거친 씨알을 아무리 깎아도/ 다듬어지지 않는 먼 도시의 시든 어깨가 보이고/ 인천일까 생각했지만 그리움이란 겪어온 세월보다 터무니없이 부푸는 것/ 그들은 끝내 떠나지 못했다./ 진도나 제주도로 가는 뱃길이 갯벌 사이로 그려질 수 있는 것인지/ 바다는 투명하지 않으며 어둠은 빠르게 밀려온다./ 아직 조준을 풀지 않은 매서운 눈빛이 직각의 수평선으로 부서져내릴 때/ 흔들리는 것은 꺾이지 않은 뼈마디 뿐/ 봉수남발 세월의 한 자락이 펄럭일지라도 별빛은 변함없이 구겨져 내리고/ 단검의 날개처럼 빛나기도 하는데/ 뼈와 뼈를 부비며 흐르는 저 바다는 무엇인가/ 이제 단호히 끊어도 괜찮을 저항의 끈을 아직도 끌고있는 것은 희망 때문이 아니다./ 다시 바람이 바다의 한 끝을 몰고 돌아오는 길목/ 끼룩거리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연을 강화가 묻는다.//

공우 아파트 / 고창환
공우 아파트, 봄비에 젖는다/ 재개발 딱지가 떠도는 지상에서의 한때/ 벗겨진 페인트가 봄비에 젖는다/ 살아서 아름다웠던 것들은/ 화려하고 쓸쓸한 落日의 기억을 갖고 있나니/ 공우 아파트 봄비에 젖는다/ 추적 추적 봄비에 후줄근히 젖는다// 수많은 날들이 흙탕물처럼 흘러갔다/ 닳고 닳은 모서리마다 검은 구름이 걸려있다/ 신발을 끌며 사내들은 좁은 문으로 사라지고/ 젖은 발자국이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 낡아버린 그들의 삶은/ 녹슨 철근처럼 뜯겨나갈 것이다/ 자꾸 벌어지는 세월의 틈새로/ 주먹만한 꿈들이 빠져나가버린 뒤// 공우 아파트, 봄비에 젖는다/ 삶을 뿌리째 흔들고 싶은 사내들/ 낮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흉흉한 소문이 낡은 난간마다 삐걱거린다/ 더 어두운 추억의 날들이 시작되리라고/ 공우 아파트, 봄비에 젖는다/ 말없이 봄비에 후줄근히 젖는다//

대포항 근황 / 고창환
청봉보다 높은 파도가 허리를 편다/ 발이 묶이 목선이 목을 빼고 바라보는/ 설악은 가을비에 맨몸으로 잠겨 있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정박중인 갈매기들이/ 저녁 하늘에 부리를 꽂고/ 끼룩끼룩 부푼 모험담을 풀어놓는데/ 횟집 좌판에선 비린 바람이 뼈째 썰린다/ 여기 퍼질러 앉아 쥐치나 씹으며/ 막소주 한 사발에 취해볼거나/ 할말이 많은 듯 입술을 들썩이는/ 불빛 몇 개가 바다로 떨어진다/ 막무가내 파도는 삼킬 것을 찾아/ 빗발에 젖은 목젖을 세우지만/ 오늘은 횟감처럼 가련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포항 저물 무렵/ 청봉은 말없이 뿌리까지 젖는다/ 빗발은 미시령에서 폭설로 차오르고/ 희뿌연 늦가을 설악이 지워질 듯/ 어둠이 바다에서 느리게 걸어온다/ 이제 산길 뱃길 모든 소식이 끊기고 나면/ 모두가 한 마리 갈매기를 꿈꾸며/ 얼큰해진 날개라도 구깃구깃 펼 것인가/ 청봉이 취하고 바다가 취하고 만취한 대포항이/ 건들건들 파도에 흔들릴 때까지/ 퍼질러 앉아 길 뚫릴 날이나 기다릴거나/ 설악이라도 삼킬 듯 파도가 높다//

낡은 의자의 추억 / 고창환
지금은 삐걱거리는 뼈대를 추스리기도 힘겹지만 누군들 한때의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적이 없을까 척추 사이로 흐르는 기름때 같은 세월 속에선 풀린 나사를 아무리 조여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나는 감히 그리움이라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엔 한무더기의 기억만이 잡풀처럼거칠다 두드린다고 어긋난 세월을 맞출 수 있는가 분주했던 바퀴들이 구르기를 멈추듯 휴식은 언제나 삶의 끝에서 온다 나른한 햇살이 졸린 듯 꾸벅거리는 창가에선 모든 것이 정맥처럼 비쳐 보이고 지나간 시간들도 맑은 강물처럼 주위를 흘러간다 이젠 아무도 떠나보내지 않으리 사람이 떠난자리엔 낡은기억만 자랄 뿐이다 그대가 조이고 두드리는 세월이 미끈거리며 손끝을 빠져나갈지라도 우리가 함께 늙은 것은 평화롭다//

국도 42번 / 고창환
이 길을 지나온 것 같다/ 누군가 보내버린 한 생애의 저녁/ 길이 길을 먹어 치우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지붕에서/ 떠나는 것들만이/ 온몸을 비틀며 숲을 건넌다/ 누군가의 그 생애를 거슬러 가고 싶다/ 흐린 하늘을 짊어진/ 길이 또다시 허리를 꺾는다/ 꼬불꼬불 세상의 내부로 저물어가는/ 길 끝에 걸린 노간주나무 숲/ 뒤돌아보면 잘려진 길이 꿈틀거린다/ 느릿느릿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이 길을 언젠가 건너온 것 같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길고 어두운 강을 이미 건너온 것 같다//

* 국도 42번 : 인천광역시 중구에서 강원도 동해시에 이르는 일반국도. 인천~동해선이라고도 함

 



고창환 시인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인천대 국문과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교사 시인이다.

시집으로 《발자국들이 남긴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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