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箱)은 필시 죽음에게 진 것은 아니리라. 상은 제 육체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라도 손수 길러서 없애고 사라진 것이리라. 상은 오늘과 같은 환경과 종족과 무지 속에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천재였다. 상은 한 번도 잉크로 시를 쓴 일은 없다. 상의 시에는 언제든지 피가 임리(淋漓)한다. 그는 스스로 제 혈관을 짜서 '시대의 혈서'를 쓴 것이다. 그는 현대라는 커다란 파선(破船)에서 떨어져 표랑(漂浪)하던 너무나 처참한 선체(船體) 조각이었다. 다방 N, 등의자(藤椅子)에 기대앉아 흐릿한 담배 연기 저편에 반나마 취해서 몽롱한 상의 얼굴에서 나는 언제고 '현대의 비극'을 느끼고 소름 쳤다. 약간의 해학과 야유와 독설이 섞여서 더듬더듬 떨어져 나오는 그의 잡담 속에는 오늘의 문명의 깨어진 메커니즘이 엉켜 있었..

번 역 문 Ⅰ. 경상우도 병마우후(兵馬虞候) 이용순(李容純)이 다음과 같은 장계를 올렸다. “이달(1월) 24일 자시[子時 밤 11시~1시]에 병마절도사(병사로 약칭)가 거처하는 동헌(東軒)에 불이 나서 병사 이인달(李仁達)이 불길 속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병사가 차는 밀부(密符)와 병부(兵符)는 옆방에 있던 통인(通引) 김쌍윤(金雙胤)이 챙겨서 갖고 나와 본영의 대솔군관(帶率軍官) 이현모(李顯謨)가 와서 전하므로 잘 받았고, 밀부는 군관 유현(柳眴)에게 주어서 올려보냈습니다. 병사가 사용하던 인신[印信 관인(官印)]과 3개 진(鎭) 영장(營將)의 병부(兵符) 왼짝[左隻]과 소속 31개 고을 병부의 왼짝은 남강(南江)에서 건졌고, 옛날에 쓰던 인신, 유서(諭書), 절월(節鉞), 각 창고의 열쇠는 모두 불에..

번역문 과 원문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자식을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不有田家雨 불유전가우 行人得久淹 행인득구엄 喜逢子孫醉 희봉자손취 睡過卯時甘 수과묘시감 川漾萍棲埭 천양평서태 風廻花撲簾 풍회화박렴 吾詩殊未就 오시수미취 莫謾整歸驂 막만정귀참 - 김시보(金時保, 1658~1734), 『모주집(茅洲集)』 권8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우중만장녀행)]」 해 설 이 시는 모주(茅洲) 김시보(金時保, 1658~1734)의 작품입니다. 김시보는 본관이 안동(安東)이고, 자는 사경(士敬)이며 호는 모주..

번역문과 원문 잡는 데는 적절한 도구가 있고, 먹는 데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取之有其具 食之有其時 취지유기구 식지유기시 - 이색(李穡, 1328〜1396), 『목은집(牧隱集)』2권 「어은기(漁隱記)」 * 목은집(牧隱集)은 고려후기 학자 이색의 시가와 산문을 엮은 시문집. 55권 24책. 목판본. 1404년(태종 4) 아들 종선(宗善)에 의해 간행되었다. 해 설 이색의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아들로, 1653년 예부시(禮部試)에 장원하였다. 그해 가을 진봉사(進奉使) 서장관(書狀官) 자격으로 원(元)에 갔다가 이듬해 원의 과거에도 합격하였다.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조선 초기 많은 관리들이 그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어은기..

번 역 문 현판마다 꼭꼭 “정가로 판매합니다.”, “물건 좋고 값은 쌉니다.”, “단골고객을 속이지 않습니다.”, “어린애도 영감도 속을 일 없습니다.”라는 따위 말을 써서 전포 밖에 세워놓았다. 현판을 세우지 못한 집은 하다못해 판자 위에라도 써서 처마 끝에 매달았다가 밤이면 거두어들인다. 또 널판지 위에 파는 물건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 전포 앞에 걸어둔 곳도 있다. 대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편한 것은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그리기에 불편한 것은 글자로 쓴 것이다. 담뱃대, 부채, 가죽장화 등속은 별도로 엄청 큰 모조품을 만들어 건물 밖에 걸어두었다. 행상들이 지나가자 나귀가 대열을 이루고 수레바퀴가 서로 부딪혀 온 길에 가득하고 들녘을 가릴 판이었다. 곡식을 담는 포대는 모두 면으로 만든 포대..

번역 및 원본 마구간이 불타 죽는 것보다 더 심한 화이니 제 명을 다 산 것이라면 죽은들 누가 슬퍼하랴 그저 첩첩산중 향한 원망 깊고 아직도 성근 울타리엔 핏자국 남아있네 늙은 암말은 그리움 속에 홀로 남았고 바깥의 거위는 밤에 울어 경보함이 더뎠어라 어이하면 사나운 범을 베어다 가죽 깔고 누워 이 마음 통쾌히 할까 禍甚於焚廐 화심어분구 天年死孰悲 천년사숙비 寃深只疊嶂 원심지첩장 血在尙疎籬 혈재상소리 老㹀依風獨 로자의풍독 寒鵝警夜遲 한아경야지 何由斬白額 하유참백액 快意寢其皮 쾌의침기피 - 김창흡(金昌翕, 1653~1722), 『삼연집(三淵集)』 권5 「말이 범에게 물려간 것을 슬퍼하며[哀馬爲虎所噬]」 제1수 해 설 전통 시대에 호환마마(虎患媽媽)는 극악한 재앙이었다. 죽음이야 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것이거..

원문과 번역문 옛말에 이르기를,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근심이 적어지고,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하였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로다. 古語曰: “妻賢, 夫惱少; 子孝, 父心寬.” 旨哉言乎! 고어왈: “처현, 부뇌소; 자효, 부심관.” 지재언호! - 이지수(李趾秀, 1779~1842), 『중산재집(重山齋集)』권5 「가녀계사(嫁女戒辭)」 해 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껴있습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도 단정적으로 이 두 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중순 무렵엔 스승의 날도 있고 석가탄신일도 으레 이맘때쯤 직장인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베풀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날들은 ‘가정(家庭)’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보이니 ..

아카데미시상식 Academy Awards 정식 명칭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상이다. 그 전해에 발표된 미국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과 그밖의 업적에 대하여 해마다 봄철에 시상한다. 1927년 창설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주관으로 1929년부터 매년 시상해 왔는데, 이는 오늘날 미국 영화계의 가장 큰 연중행사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상 내역이 지나치게 미국적 사고방식에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도 면치 못하고 있다. 제1회 때는 11개 부문을 시상하였으나, 현재는 작품·감독·배우·촬영을 비롯하여 녹음·미술·음악·외국영화·기록영화·단편영화 등 25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수상작품 선정은 먼저 각 부문 해당 회원들이 투표에 의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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