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 송수권1 ① 사물을 깊이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른다. 지식이나 관찰이 아닌 지혜(지식+경험)의 눈으로 보고 통찰하는 직관력이 필요하다. ② 새로운 의미depaysment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대한 ‘의미 부여’가 있을 때 소재를 붙잡아야 한다. 단순한 회상이나 추억, 사랑 등 퇴행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③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유화 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 이것이 종자 받기(루이스)다. (이미지+이미지=이미저리→주제(가치와 정신)확정). ④ 이미지와 이미지를 연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정서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추상적 관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정서를 체계화하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야 한다. 또..
적게 고치고 다듬는 세 가지 전략 / 김영남 화초를 키우다 보면 두 가지 경우에 부딪친다. 하나는 화초의 싹이 처음부터 싱싱하고 튼튼해서 자라는 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나중에 예쁜 꽃봉오리를 절로 맺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돌봐주고 신경을 써도 화초가 뜻대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이다. 즉 화초의 장래가 처음부터 싹이 노란 것이다. 시 쓰기에도 화초의 이러한 감정법이 적용된다. 잘 가꾸면 보기 좋은 꽃이며 튼실한 열매를 가지가 휘도록 매달아줄 시가 있는가 하면, 가꾸어 보았자 애만 닳을 뿐 결코 좋은 열매를 볼 수 없는 시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초고를 써 놓은 다음에는 반드시 될성부른 나무인가부터 감정을 한다. 구조가 탄탄하고 가슴에 울림이 오는 녀석은 본격적인 다듬기에 들어가지만,..
시를 쉽게 쓰는 요령 / 김영남1 1. 상상하는 법을 익혀라 초보자들이 시를 쓸 때 제일먼저 봉착하는 것이 어떻게 시를 써야하며, 또한 어떻게 쓰는 게 시적 표현이 되는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필자도 초보자 시절 이러한 문제에 부딪혀 이를 극복하는 데에 거의 10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거죠. *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필자가 이와 같이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이유는 시란 '자기가 경험했고, 보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시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좋은 시를 힘들이지 않고, 개성적으로, 재미있게 쓰는 데에는 이게 바로 함정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된 거죠. 경험과 느낌은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
시는 어디서 오는가 - 시적 발상 / 장옥관1 시창작 과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원천적 단계과 의미화 단계, 형상화 단계. 원천적 단계는 선천적, 후천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시창작 교육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은 교육에 의해 계발될 수 있는 후천적 차원. 후천적 차원은 독서와 체험, 사색의 세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의미화 단계를 다른 말로 하면 시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알맹이(관념/사상, 감정 따위)가 있어야 시를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허긴 알맹이 없는 시가 시중에 많이 나돌고 있다. 시가 그럴듯한 말로 아름답게 치장하거나, 설익은 관념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넋두리, 푸념에 가까운 질펀한 감정의 잔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공광규 시인은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청양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과 및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1986년 월간 《동서문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아동전기 『성철스님은 내 친구』 『윤동주』, 시론집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등이 있다. 신라문학대상, 윤동주 문학상, 동국문학상, 김만중문학상, 현대불교문..
시에서 배우는 역발상 방법 / 황인원1 오동은 고목이 되어갈수록 제 중심에 구멍을 기른다 오동뿐이랴 느티나무가 그렇고 대나무가 그렇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아니랴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어느 날 지나는 바람 한 줄기에서 거문고 소리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칠 수 있다면 텅 빈 누구의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바람은 쉼 없이 상처를 후비고 백금칼날처럼 햇볕 뜨거워 이승의 한낮은 육탈하기 좋은 때 잘 마른 구멍하나 가꾸고 싶다 - 복효근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지는 어조사로 우리말로 치면 ‘~의’라는 뜻이다. 그러니 무용지용이란 무용의 용이라고 해석된다. 무용지용은 그..
안씨의 공부 / 윤제림 己亥生 안씨 할머니가 이제 와서 한글을 깨쳐 보겠다고 검정고시학원에 딸린 한글반 학생이 된 까닭은 전주 가는 버스를 탔는데 진주에 부려지고 싶지 않아서다. 아니, 어느 날 저승에 가서도 그럴까 더럭 겁이 나서다. 거기선 글자 하나 잘못 읽으면 영판 엉뚱한 세상으로 간다지 않는가. 길 한 번 잘못 들면 한 칠만팔천 리쯤 엇나가서, 고쳐 잡자면 이천삼백 년쯤 걸린다지 않는가. 한글공부가 쉬이 끝나면, 한자도 조금 익혀 볼 생각이다. 그 나라 공문서는 아무래도 한자가 많이 섞여 있을 것 같아서다. [해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전주에 가려다 진주에 부려지는 일 없으실 거예요. 물론 상주에 가려다 성주에 부려져서도 안 되겠지요. 더구나 저승 가서도 잘못 부려진다면 큰일이지요. 그러나 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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