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진정한 사랑의 철학자 저녁 잡수시고 / 텔레비전 드라마 그윽이 보신 뒤에 / 늙으신 어머니 / 한 말씀하신다 / 사랑 좋아하네, / 요란 떨 거 없다 / 개도 저 귀여워하는 줄 / 아는 법이다 / 서로 그렇게 살거라 // - 김시천의 시 '늙으신 어머니 한 말씀' 전문 '희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 별들이 보인다 /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 별들을 낳을 수 있다 //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 정진규의 시 '별' 전문 황진이의 기다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
* 대경 현관... 호박찬가(琥珀讚歌) 이보시오 벗님네들 저기 물건(物件) 형색(行色) 보소 앉은키는 자그만데 배는 저리 처졌는가 대장(隊長) 짓을 시키자니 내세우기 부끄럽고 말단(末端)으로 보내자니 얼굴보기 창피하네 시골버스 올랐더니 뒷자리로 밀어 내네 기사양반(技士兩班) 브레이크 눈치 없이 굴러 가네 어린 것은 멍이 들고 늙은 것은 골병(骨病)드네 가를 박고 모를 차며 빙글빙글 굴러가네 꽃 중에는 너를 두고 꽃 아니라 이르거늘 장미(薔薇)처럼 하나하나 향기(香氣)조차 못 맡겠고 국화(菊花)의 암향(暗香)처럼 눈치조차 못 채누나 벌 잡기 놀이할까 자랑 못할 통꽃이여 없는 듯이 가시 돋은 이파리는 또 어떤가 새색시의 섬섬옥수(纖纖玉手) 흠이 날까 겁이 나네 장만하기 번거로워 먹기조차 귀찮다네 게으른 이 ..
문우 이청준 영전에 편안히 눈감은 자네 앞에서 통곡하는 대신 시를 읽게 될 줄은 몰랐네 어릴 때 굶주림에 시달리고 전짓불의 공포에 떨며 자란 우리는 그래도 온갖 부끄러움 감추지 않고 한글로 글을 써낸 친구들 아닌가 문리대 앞 허름한 이층 다방 차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묵새기며 시를 쓰고 소설을 읽었지 겨울날 연탄난로 가에서 자네가 읽어주던 '퇴원'의 초고에 귀 기울였던 청년들이 오늘은 늙은 조객으로 모였네 자네의 잔잔한 말소리와 조숙한 의젓함 얼마나 오랜 세월 안으로 안으로 아픔을 삼키고 다져야 그렇게 정겨운 웃음이 배어나오는지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 사랑이 부르는 소리 듣기도 전에 글쓰기를 시작해 한 편 두 편 세 권 네 권 마침내 사십여 년간 묵직한 책으로 울창한 숲을 만들었네 오직 언어의 힘..
황진이 詩 1. 半月 (반달)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곤륜산의 귀한 옥돌 누가 잘라서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놓았을까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단번에 가신 님(견우)을 그리워하여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내 마음 가눌 길 없어 허공에 던진 거라오 2. 靑山裡碧溪水 (청산리벽계수) 靑山裡碧溪水 (청산리벽계수) 청산리 벽계수야 莫誇易移去 (막과이이거)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不復還 (일도창해부복환)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滿空山 (명월만공산) 밝은 달빛이 빈산에 가득 하니 暫休跙去이若何 (잠휴저거이약하) 쉬어 간들 어떠하리 3. 相思夢 (상사몽)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그대 그리는 심정 간절하나 꿈에서 밖에 볼 수 없어 농訪歡時歡訪농 (농방환시환방농) 님을 ..
詩 論 作詩尤所難 시를 지음에 가장 어려운 것은 語意得雙美 말과 뜻이 어울려 아름다운 것 含蓄意苟深 품어 쌓은 뜻이 참으로 깊어야 咀嚼味愈粹 씹을 수록 맛이 더더욱 순수해 意立語不圓 뜻만 서고 말이 원만치 못하면 澁莫行其意 껄끄러워 뜻이 전해질 수 없네 就中所可後 시 짓기 중 가장 뒤에 할 것은 彫刻華艶耳 아로새겨 겉도 좋게 꾸미는 일 華艶豈必排 곱게 꾸밈을 어찌 배척만 하리 頗亦費精思 자못 깊이 생각해서 써야할 일 攬華遺其實 꽃만 따고 열매를 버리게 되면 所以失詩眞 시의 참된 멋을 잃게 되건마는 爾來作者輩 요즘 들어 시를 짓는 무리들은 不思風雅義 시의 고아한 멋은 생각지 않고 外飾假丹靑 거짓 치장 화려히 겉만을 꾸며 求中一時嗜 한 때의 입맛에나 맞추려 하네 意本得於天 뜻은 본래 하늘이 내려주는 것 難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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