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문과 원문 시중(侍中) 강감찬(姜邯贊)은, 경술년(1010, 현종1) 거란이 처음 침입했을 때 여러 신하들은 항복을 논의하였는데 홀로 파천(播遷)하여 회복을 도모하자고 청하였고, 무오년(1018) 거란이 재차 침입했을 때 상원수(上元帥)로서 서도(西都)에 나가서 교전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기니, 10만의 강포한 적들 중에 귀환한 자가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거란이 전투에서 이처럼 심하게 패배한 적은 없었으며 시중보다 훌륭한 공을 세운 신하는 없었다. 그러나 개선한 뒤 곧바로 고로(告老)*하였고 임금이 친히 금화(金花) 여덟 가지를 꽂아 주자 배사(拜謝)*하며 감히 감당하지 못하였으니, 공을 세운 것이 훌륭한 점일 뿐만이 아니라 고로한 것이 더욱 훌륭한 점이다. 일흔 살에 치사(致仕)*한 일은 고려 초에..

번역문과 원문 모든 일에는 중도가 귀하거니 즐거움의 끝에는 슬픔 또한 생기는 법 홍범(洪範)에 비 오고 볕 나는 것은 길흉의 징험이니 너무 없고 너무 많은 것 전부 흉하다고 하였지 가물 때는 비가 그리워 많이 와도 싫지 않다가 막상 많이 올 때는 그 근심은 또 어떠한가 농가에서 백로에 비 오는 것 가장 두려우니 한 뙈기 땅에도 지나치면 벼가 상한다네 조물주의 심한 장난이 어찌 편벽되었단 말인가 내 구름 타고 올라가 하늘에 고하여 비렴에게 짙은 구름 쓸어버리게 하고는 지팡이 짚고 외곽으로 나가 싱그러운 광경 보고 싶다네 萬事中爲貴 만사중위귀 樂極亦生哀 락극역생애 箕疇雨暘叙休咎 기주우양서휴구 極無極備均㐫哉 극무극비균흉재 旱時思雨不厭多 한시사우불염다 及到多時悶又何 급도다시민우하 農家最怕白露雨 농가최파백로우 差..

번역문과 원문 사람이 환난에 처하고 사변을 만남은 바로 배움을 진전시키는 큰 기회이다. 보통사람은 상황에 흔들려 허둥대고 상심하여 그 본심을 잃지 않는 자가 드물다. 人之處患難遇事變 正是進學之一大幾 常人則便被物動 劻勷隕穫 其不失本心者鮮矣 인지처환난우사변 정시진학지일대기 상인즉변피물동 광양운확 기불실본심자선의 - 박세채(朴世采, 1631~1695) 『남계집(南溪集)』 54권 「수필록(隨筆錄)」 갑인년(1674)조 해설 조선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박세채는 갑인예송(1674)에 패하여 사판(仕版, 관료 명부)에서 삭제되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신분이 회복되었고 조정에 나아가 대동법의 확대 실시와 탕평을 주장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세상살이가 좋은 일만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일만 있기를..

번역문과 원문 이롭다고 하여 조급히 나아가서도 안 되고, 위태롭다고 하여 용감하게 물러나서도 안 된다. 不可以利躁進 不可以危勇退 불가이리조진 불가이위용퇴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문집(梅月堂文集)」 권18 해설 요즘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흠결이 있으면서도 더 높은 자리를 탐하다가 그동안의 명성에 먹칠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드물고 민낯을 보여주는 사람은 많아지니 사회가 점점 퇴보하는 느낌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처신(處身)하는 데에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 더구나 중요한 관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두고 진퇴를 결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번역문 목멱산에 올랐다. 산의 높이는 수천 길이요, 서북쪽으로는 백악산(白岳山), 삼각산(三角山), 인왕산(仁王山)의 여러 산들이 바라보이는데 높은 산들이 모여서 하늘에 서려 서로 읍하는 듯 서로 껴안는 듯하다. 동쪽으로는 백운산(白雲山)의 뻗어 나온 산기슭이 구불구불 내려가 남산과 합하였다. 산등성이를 빙 둘러서 성가퀴와 망루가 있어서 종소리와 북소리가 서로 들린다. 이 성안의 지세는, 가로 10여 리, 세로는 그 3분의 2가 된다. 이곳에 종묘사직, 궁궐, 곳집, 창고, 성균관, 정원이 다 들어서 있다. 그 외에 고관대작과 온갖 벼슬아치들의 관아이고 그 나머지는 수만 채의 가옥, 수백채의 가게, 수십 개의 저자거리이니, 이 모든 것이 또렷하게 손바닥 안에 있는 듯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옛 주나라 수도..

번역문과 원문 산천은 천지간의 무정한 물건이다. 그러나 반드시 사람을 기다려서 드러난다. 山川者 天地間無情之物也 然必待人而顯 산천자 천지간무정지물야 연필대인이현 - 소세양(蘇世讓, 1486-1562), 『양곡집(陽谷集)』 권14, 「면앙정기(俛仰亭記)」 해설 소세양이 송순(宋純 1493-1582)의 면앙정에 쓴 기문의 일부로, 명인(名人)과 명문(名文)을 통해 명승(名勝)이 되는 상관관계를 나타낸 문구로 더 유명하다. 소세양은 그 사례로 중국의 난정(蘭亭)과 적벽(赤壁)을 거론하였다. 난정은 절강성 소흥에 있는 어느 연못의 작은 정자였다. 동진(東晉)의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가 우군장(右軍將)으로 부임해 벗들과 시회(詩會)를 열었으며, 「난정집서(蘭亭集序)」를 지은 곳으로도 이름났다. 적벽은 호북성..

번역문 내가 젊을 때부터 말로 다른 사람 이기기를 좋아해서 매양 다른 사람과 시시비비를 논쟁하거나 농담과 해학을 하면 바람이 몰아치고 벌떼가 일어나듯 하였는데 기발한 생각을 재빨리 꺼내 항상 좌중에 있는 사람들을 압도하곤 하였소. 내가 젊을 때부터 술 마시기를 좋아해서 마을의 술꾼들과 무리를 이루어 거나하게 마시며 주정을 부려 더러는 한 달 동안 멈추지 않고 마셨고 쇠해가는 나이인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마셨다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젊을 때부터 사람들과의 교유를 즐겼고, 약관의 나이에 사마시에 입격하여 태학에 선발되어 들어갔더니 사방에서 태학으로 온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 명이었는데 교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심지어 뼈와 살을 나눈 형제 같은 자 또한 적지 않았었소. 이것이 젊었을 때의 기쁨이자 내가..

번역문과 원문 팔딱거리며 냇물에서 물고기들 뛰어놀고 지천으로 산새들 울고 있는데 나만 홀로 무슨 일 때문에 묵묵히 괴로운 마음 품고 있는가 끝없는 아득한 천지처럼 쌓인 이 한 어느 때나 평온해질까 회옹(晦翁)께서 하신 말씀 세 번 되뇌어본다 “결국 죽느니만 못하다” 潑潑川魚戱 발발천어희 得得山鳥鳴 득득산조명 而我獨何事 이아독하사 默默抱苦情 묵묵포고정 穹壤莽無垠 궁양망무은 積恨何時平 적한하시평 三復晦翁語 삼복회옹어 終不如無生 종불여무생 - 어유봉(魚有鳳, 1672~1744), 『기원집(杞園集)』 4권, 「한식이 지난 후 풍덕의 묘소로부터 서울로 돌아오다가 시절을 느끼고 슬픔이 일어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말 위에서 두보(杜甫)의 시구 ‘面上三年土 春風草又生’으로 운을 나누어 읊조리다[寒食後, 自豊德墓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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