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혜빈 시인 1993년 성남 출생. 서일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밤의 팔레트』가 있다. 사진가 ‘파란피(paranpee)’로 활동 중이다. 나, 마사코는 생각합니다 / 강혜빈 추운 날에는 추워서/ 더운 날에는 더워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아이의 방 안에는/ 큰아이의 옷이 널려 있습니다// 처음부터 네 번째 발가락이 없었는데/ 자꾸만 왼쪽으로 굽어지는 골목// 맏딸은 감나무에서 떨어져도 맏딸입니다// 문지방 위에 앉아 미신을 생각하는/ 발톱을 깎으며 쪼그라드는/ 자매들이 있었는데// 나, 마사코는 대답합니다// 더운 날에는 덥게 태어나서/ 추운 날에는 춥게 태어나서/ 쓸모를 몰랐기 때문이에요// 큰아이의 ..

주영국 시인 전남 신안 어의도에서 태어났다. 공주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시와 정신》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했다. 2010년 《시와 사람》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새점을 치는 저녁』이 있다. 19회 오월문학상, 2004년 전태일문학상 수상.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 죽란시사회 동인. 새점을 치는 저녁 / 주영국 새점을 치던 노인이 돌아간 저녁/ 공원의 벤치에 앉아 나도 새를 불러본다/ 생의 어디에든 발자국을 찍으며/ 기억을 놓고 오기도 해야 하였는데/ 난독의 말줄임표들만 이으며 지내왔다/ 누군가의 경고가 없었다면 짧은/ 문장의 마침표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 생의 뒤쪽에 무슨 통증이 있었는지/ 진료를 받고 나와 떨리는/ 손에서 노란 알약을 흘리고 간 사내// 산월동 ..

허은실 시인 197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작가로 활동했고, 2010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시집으로 『나는 잠깐 설웁다』와 산문 『내일 쓰는 일기』,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등이 있다. 제8회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저녁의 호명 / 허은실 제 식구를 부르는 새들/ 부리가 숲을 들어올린다// 저녁빛 속을 떠도는 허밍/ 다녀왔니/ 뒷목에 와 닿는 숨결/ 돌아보면/ 다시 너는 없고/ 주저앉아 뼈를 추리는 사람처럼/ 나는 획을 모은다//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되는가/ 속으로만 부르는 것들은// 네 이름이 내 심장을 죄어온다//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도요라든가 저어라든가..

이현호 시인 1983년 충남 전의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07년 《현대시》 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가 있다. 제2회 시인동네문학상 수상 배교 / 이현호 혼자 있는 집을, 왜 나는 빈집이라고 부릅니까// 흰 접시의 외식(外食)도 흠집 난 소반 위의 컵라면도 뱃속에 들어서는 같은 눈빛입니다// "죽기 살기로 살았더니 이만큼 살게 됐어요." 혼자 있을 때 켜는 텔레비전은 무엇을 위로합니까/ 이만큼 살아서 죽어버린 것들은// 변기 안쪽이 붉게 물듭니다, 뜨겁던 컵라면의 속내도 벌겋게 젖었습니다// 겨울은 겨울로 살기 위해 빈집으로 온기를 피해 왔지만, 커튼을 젖히자 날벌레같이 달려드는 햇빛들// 사랑..

서대경 시인, 번역가 1976년 서울 출생.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시와세계》로 등단해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와 옮긴 책으로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등에』, 『창세기 비밀』 등이 있다. 제20회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흡혈귀 / 서대경 흑백의 나무가/ 얼어붙은 길 사이로/ 펄럭인다// 박쥐 같은 기억이 허공을 난다/ 모조리 다 헤맨/ 기억이 박쥐로 태어났다// 나는 이간의 피를 먹지 않는다/ 내가 두 손가락을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면// 박쥐가 내 어깨에/ 내려앉기/ 까지 한다// * 2004년 《시와세계》 등단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 서대경 공장 지대를 짓누르는 잿빛 대기 아래로 한 사내가 자전거를 타..

김이강 시인 1982년 여수에서 출생. 한양대학 국문과 졸업 동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 2006년 《시와 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타이피스트』가 있음. 제2회 혜산 박두진 젊은 시인상 수상.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 김이강 1/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당신은 말한다 조용한 눈을 늘어뜨리며// 당신은 가느다랗고 당신은 비틀려 있다// 그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가만히, 당신은 서 있다 딱딱한 주머니 속으로/ 찬손을 깊숙이 묻어둔 채 한동만 오래/ 그 자리에 그래도 서 있을 것이다/ 행인들에게 자꾸만 치일 것이고/ 아마도 누구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되돌아오고/ 따뜻한 커피를 건넸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갔..

김병호 시인 1971년 전남 광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97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달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가 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윤동주문학대상 젊은작가상 수상. 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달 안을 걷다 / 김병호 내가 한 그루 은사시나무이었을 때/ 내 안에 머물던 눈 먼 새들/ 바늘 돋은 혀로 말간 울음을 날렸다/ 울음은 발갛게 부풀어 둥근 달을 낳고/ 속잎새에만 골라 앉은 숫눈이/ 돌처럼 뜨겁게 떠올랐다// 그믐 모양으로 흐르던 푸른 수맥의 흔적/ 그 사이로 비늘 떨군 물고기가/ 해질녘 주름진 빛과 몸 바꿔 흐를 때/ 내가 제일 나중에 지녔던 울음과/ 몸담아 흐..

김륭 시인 1961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본명 김영건.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가 2007년 《강원일보》,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살구나무에 살구 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 『애인에게 줬다가 뺏은 시』와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이야기 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앵무새 시집』, 동시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 그림책 『펭귄오케스트라』 등을 펴냈다.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 2005년 월하지역문학상,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9회 지리산문학상, 제30회 경남아동문학상, 제5회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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