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실존인물 전봉준과 가공인물 신하늬를 등장시켜 동학혁명을 형상화하였다. 동학농민전쟁을 주제로 백제에서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이 시를 발표한 1967년까지 민중 역사를 다룬 전 3부 26장의 장편서사시다. 1부는 1, 2로, 2부는 제1장부터 26장까지, 3부는 後話, 로 구성 되었다. 1//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
어머니의 손 / 이영도 갈쿠리 손을 잡고/ 가만이 눈감으면/ 꽃버선 색동옷/ 고이짓던 그 모습이/ 星霜도/ 예순을 거슬러/ 볼이 고운 새댁이여!// 바위 -어머님께 드리는 詩 / 이영도 여기 내 놓인대로 앉아/ 눈 감고 귀 막아도// 목숨의 아픈 證言/ 꽃가루로 쌓이는 四月// 萬里 밖/ 回歸의 길섶/ 저 歸燭道 피 뱉는 소리// 바위 / 이영도 나의 그리움은/ 오직 푸르고 깊은 것// 귀먹고 눈 먼 너는/ 있는 줄도 모르는가// 파도는/ 뜯고 깎아도/ 한번 놓인 그대로 …// 언약(言約) / 이영도 해거름 등성이에 서면/ 愛慕는 낙락히 나부끼고// 透明을 切한 水天을/ 한 점 밝혀 뜬 言約// 그 자락/ 감감한 山河여/ 귀뚜리 叡智를 간(磨)다.// 달무리 / 이영도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고이신 눈..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향수(鄕愁) / 김용호 바다 저편에/ 산이 있고// 산 위에/ 구름이 외롭다.// 구름 위에/ 내 향수는 조을고// 향수는 나를/ 잔디밭 위에 재운다.//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돌아오지 않는 새들을 기다리며 / 이승하 귀기울이면 저 강 앓는 소리가 들려오네// 신음하고 있는 700리 낙동강/ 내 유년의 기억 속 서걱이는 갈대밭 지나/ 가물거리는 모래톱 끝까지 맨발로 걸어가면/ 시야엔 출렁이는 금비늘 은비늘의 물살/ 수백 수천의 새들이 나를 반겨 날고 있었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많은 물떼새들/ 왕눈물떼새․검은가슴물떼새․꼬리물떼새․대기물떼새……/ 수염 돋은 개개비란 새도 있었네/ 물떼새 알을 쥐고 돌아오던 어린 날의 낙동강/ 내 오늘 한 마리 물고기처럼 회유해 왔네// 아무것도 없네, 그날의 기억을 소생시켜 주는 것이라고는/ 나루터 사라진 강변에는 커다란 굴뚝의 도열, 천천히/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네, 천천히/ 땅이 죽으면 강도 따라 죽을테지 등뼈 휜 물고기의 강/ 대지를..
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 8ㆍ15 때 소련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죽여주옵소서 / 김규동 놀다보니 다 가버렸어/..
파랑새 / 한하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는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 지까다비 : 일본식 버선 보리피리 / 한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고향 / 박용래 눌더러 물어볼까 나는 슬프냐 장닭 꼬리 날리는 하얀 바람 봄길 여기사 扶餘, 故鄕이란다 나는 정말 슬프냐// 울타리 밖 / 박용래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 듯 길들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天然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殘光이 눈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울안 / 박용래 탱자울에 스치는 새떼/ 기왓골에 마른 풀/ 놋대야의 진눈깨비/ 일찍 횃대에 오른 레그호온/ 이웃집 아이 불러들이는 소리/ 해 지기 전 불 켠 울안.// 밭머리에 서서 / 박용래 노랗게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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