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형 시인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대학원 국문과를 나왔다. 2013년 《애지》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흑백 한 문장』을 썼다. 제17회 김달진 창원문학상 수상. 주걱 / 박은형 개망초 흰 머릿수건 사이 여름 오후가 수북한/ 그 집은 가득 비어있다/ 인기척에 반갑게 흘러내리는 적막의 주름/ 컴컴한 부엌으로 달려간 빛이/ 삐걱, 지장을 놓으며/ 눈썹처럼 엎드린 먼지를 깨운다// 밥상을 마주했던 날들을 배웅한 징표일까/ 남은 것들로는 그림자도 세울 수 없는 회벽/ 그을음으로 본을 뜬 그늘 주걱 하나가 거기,/ 테 없는 액자처럼 걸려 있다// 무쇠솥이며 부엌 바닥의 벙어리 주발들/ 눈이 침침한 채 아직 남은 밥 냄새, 만지작거린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먹던 모든 첫 밥에는/ 허밍처럼 수줍고 고슬한..

윤진화 시인 1974년 전라남도 나주시 명하쪽빛마을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했다.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우리의 야생소녀』, 『모두의 산책』이 있다. 詩川 동인. 손금을 풀다 / 윤진화 당신이 이생에서 지금껏 연주한 가락이 들리거든요/ 손금도 악기 같아서/ 대금, 중금, 소금처럼 가로 불지요/ 당신의 비가(悲歌)는 끝이 없군요/ 휘몰아치는 장단이 꽤 오래됐어요/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쉴 곳이 없어요/ 바람이 쉴 곳이 없으니 푸른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아요/ 나뭇잎이 신명에 겨워야 휘파람새가 몰려오고, 사람이 와요/ 당신에게선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죄다 죽은 영(靈)이..

오성인 시인 1987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시인수첩》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푸른 눈의 목격자』가 있다. 2018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제2회 나주 문학상 수상, 못다 끓인 라면* / 오성인 오늘은 동생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일 겁니다 봉지 안 마른 면발 같은 동생의 길은 꼬이고 굳어져 있어요 아무도 걷지 않는 텅 빈 길엔 아사(餓死)한 바람의 뼈들이 갈아져 비명처럼 흩날립니다 시간의 체온에 닿아본 적 없는 동생은 더 이상 빛과의 추억을 간직하지 못하는 수명 다한 싸늘한 알전구처럼 차갑습니다 손짓을 오해한 산새들이 놀라 흐드득 달아나고 짓궂은 산짐승들이 우우우우 어둠을 타고 내려와 길목을 막고는 여행을 떠나는 언어들을 위협..

유현숙 시인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와 2003년 《문학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서해와 동침하다』, 『외치의 혀』, 『몹시』가 있다. 에세이 『세상의 존귀하신 분들게』(유현숙 외 28人 공저)가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다. 제10회 을 수상했다. 온시 동인. 시산맥 회원 유월의 관능 / 유현숙 그랬다 선착장은 멀고/ 먼바다 저편에는 먼 섬이 있다/ 신도는 저기/ 시도 거쳐 모도까지 섬에서 섬은 저만큼 떨어져 있고/ 떨어져 앉은 저만큼 먼 물길 건너서 닿은 섬/ 섬은 그랬다/ 바람이 붉고 해당화가 적적한 햇볕이 더운 땅에/ 좁고 가파른 오르막과/ 햇살이 미끄러지는 경사와/ 불쑥 내민 모퉁이와/ 수상하게 조용한 한나절과/ 한가한 거기에/ 늘 그렇듯 ..

정한아 시인 1975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에서 자랐다.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어른스런 입맞춤』, 『울프 노트』가 있다. 구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 어른스런 입맞춤 / 정한아 내가 그리웠다더니/ 지난 사랑 이야기를 잘도 해대는구나// 앵두 같은/ 총알 같은/ 앵두로 만든 총알 같은/ 너의 입술// 십 년 만에 만난 찻집에서 내 뒤통수는/ 체리 젤리 모양으로 날아가버리네// 이마에 작은 총알구멍을 달고/ 날아간 뒤통수를 긁으며/ 우리는 예의 바른 어른이 되었나/ 유행하는 모양으로 찢고 씹고 깨무는/ 어여쁜 입술을 가졌나// 놀라워라/ 아무 진심도 말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에게..

김사인 시인 1956년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2년 《시와 경제》에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와 편저서로 『박상륭 깊이 읽기』 『시를 어루만지다』 등이 있으며, 팟캐스트 ‘김사인의 시시(詩詩)한 다방’을 진행했다.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지훈상 등을 수상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오래 가르쳤다. 김사인 시인, 창비가 주는 '만해문학상' 거부 - 스트레이트뉴스 김사인(59) 시인이 창비가 주관하는 제30회 만해문학상(상금 2000만원) 수상을 사양했다. 1973년 만해문학상이 제정..

천서봉 시인 1971년 서울 삼청동 출생. 2005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서봉氏의 가방』와 포토에세이 『있는 힘껏, 당신』이 있음. 이마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그리운 습격 / 천서봉 破片처럼 흩어지네, 사람들/ 한여름 처마 밑에 고드름으로 박히네. 뚝뚝,/ 머리카락 끝에서 별이 떨어지네./ 흰 비둘기 신호탄처럼 날아오르면/ 지상엔 금새 팬 웅덩이 몇 개 징검다리를 만드네./ 철모도 없이, 사내 하나 용감하게 뛰어가네./ 대책 없는 市街戰 속엔 총알도 원두막도 그리운 敵도 없네./ 마음 골라 디딜 부드러운 폐허뿐이네.// 빵 냄새를 길어 올리던 저녁이/ 불빛 아래 무장해제 되네. 사람들,/ 거기 일렬의 문장처럼 서서 처형되네./ 교과서 깊이 접어 둔 계집애 하나 반듯하게 피었다/ 지면..

구재기(丘在期) 시인 1950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충남대학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농업시편』, 『천방산에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목마르다』, 『제일로 작은 그릇』 등 20여 권이 있다. 충청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신석초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충남문인협회장 및 충남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시(詩) / 구재기 쓸모없는/ 구절들만 모아/ 그 구절들로만 이루어진/ 백 편 천 편의 시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곧 시다// 꼭 쓸모만큼/ 잎 돋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가진 거 다 버리고는// 깊은 동안거에 들어간/ 겨울나무가 곧 한 편의 시다// 무게에 대하여 / 구재기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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